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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50 / 소유자추천제도의 민낯 (3)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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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9  1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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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요즘,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을 열독하고 있다. 편하게 읽히는 글을 쓰고 또 참신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려는 목적성 독서다. 그 글에는, 해방 전후부터 최근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고민이 녹아 있다. 글도 수려하지만, 주부로 20년 가까이 산 작가가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 작가로 데뷔한 이력도 독특하다. 2-30대에 전업 작가로 활동하지만 않았지 작가 스스로 ‘남독’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으니, 글을 쓰기 전 뒤적인 좋은 책이 얼마나 많았을까 짐작이 간다. 고학력 여성을 다룬 글에서는 연민, 안타까움, 응원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 결혼 시장에서 냉대 받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이럴 거면 딸 가진 집이 생각을 고쳐먹으라는 건가’라고 자조하는 대목도 있다.

20대 때 막스 베버의 저서 중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이라는 책을 뒤적여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아마 기독교 신자의 ‘딜레마’를 떠올렸던 것 같다. 성경에 나름 조예(?)가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가 보기에, 청렴, 성실, 근면은 그리스도인의 기본 덕목이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또는 ‘행한 대로 갚으리라’는 표현은 자주 등장하고 성경 내에서 그 원칙이 훼손된 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에서 선한 동기, 신앙의 가르침 따라 그냥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물로 쌓인 재산은 의도치 않게 신앙의 순수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저자는 성경대로 우직하게 살아간 결과물이 신앙의 독소가 되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경제적 여유가 ‘근면’과 ‘성실’의 삶을 위협하게 되니 이야말로 ‘반전’이다.

근래, 소유자추천 감정평가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대책위원회 설명회에 다녀왔다. 그러니까 이건 참가 후기쯤 된다. 토지보상금을 다투는 행정소송업무를 수년째 담당해 왔고, 시도지사 추천 몫의 보상평가도 경험이 많다. 단, 소유자 추천으로 평가에 합류한 것은 전무하다. 누군가의 설명회 참석 부탁이 없었다면, 애시 당초 그 자리에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서류로만 심사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꼭 현장 설명회를 요구하는 추세다. 녹취하는 세상의 무서움도 알고 있다. 어떤 말실수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토지보상법의 취지부터, 보상금에 대한 일반의 오해까지, 나름 친절하고 또 간결하게 설명했다. 발표 시간 20여 분이 다 지나고, 질문답변 시간이 됐는데, 표정도 안 좋아 보이고, 질문도 거의 없다. 그나마 튀어나온 질문 하나는, ‘그래서, 다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보상금을 올려 주겠다는 건지, 그걸 말해 봐요.’다. 유구무언. 애초 보상금이 얼마나 될지, 어느 정도 선까지 나오게 할 수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할 의사가 전혀 없었으니, 내 얘기는 그 사람들에게 따분한 원론 강의쯤에 불과했을 것이다.

공청회나 입법예고와 같은 절차는, 모두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또 자신의 일처럼 여기지 않는 책상물림이 만든 허울 좋은 정책이나 법, 제도가 우후죽순 생겨나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다. 공익의 이름으로 강제로 사유재산을 수용할 수 있는 무소불위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거기다 민간사업자까지, 그동안 행태가 피수용자에게 친화적이진 않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소유자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다고 해도, 형식적인 자리에 그칠 때가 많았다. 혹 보상금 산정 과정에 물건 누락, 사실 오인이 있어도 전문가인 저쪽과 평범한 시민이 지식 대결을 벌여서는 승산도 없다. 그런 면에서 소유자 입장을 이해해주고 그들을 대신해 불꽃같은 눈으로 상대적으로 강자인 사업시행자의 부정이나 불법이 끼어들 여지를 차단해 주는 역할로는 ‘소유자추천감정평가사’가 제격이다. 감정평가의 세세한 부분, 재량의 ‘폭’까지는 평가를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게 있다. 해커를 잡는 더 뛰어난 해커처럼, 소유자의 갈망은, 보상금을 증액시킬 수 있는 특화된 실력자리라.

복지사회, 시민의 권익보호는 기본 전제 아닌가. 그렇지만 요즘 강성 시민도 늘어나고 있다. 자신들 맘에 안 들게 평가하면, 감사원이나 국토교통부에 진정을 넣겠다는 엄포도 서슴지 않는다. 더 나가, 권익위에 하소연하겠다는 외침도 있다. ‘소유자추천제 도입이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허물어뜨린 일대 전환점’이었다는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의 사석 발언을 들은 적도 있다. 이렇게 말 많고 탈 많다고 해서, 소유자추천 제도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한다면, 소신이라기보다는 과격한 발언으로 치부될 것이다. 소유자추천제 도입 전 2명 평가 체제에서 소유자추천 몫까지 한 자리가 늘어나 업계 전체 보상 수수료가 50% 증액된 수혜자가, 표리부동하다고 공격할 사람은 혹 없을까.

제도의 실익은 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효용 증가는 부인할 수 없다. 위험에 빠진 쪽은 감정평가업계다. 운용의 묘를 발휘할 때다. 감정평가를 통해 부동산의 시장가치와 투자가치가 한 길 떨어진 것으로 결론 나도 필자는 그것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열 번 백 번 설득해 낼 자신이 있다. 그런데, 사업시행자, 시도지사, 소유자 누구의 추천을 받느냐에 따라 보상평가액이 춤추는 현상은 낯부끄럽다. 의뢰자 편향 보상평가는 감정평가사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동이다. 전문가로서의 신뢰, 공인으로서의 존경을 포기하고 장사꾼으로 전락할 일은 중단해야 한다. 보상평가액을 물밑에서 사전 약속하는 행태는 비난거리를 넘어 범법행위다.

세 번째 걸쳐 ‘소유자추천제’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고, 감정평가사 입장에서 또 다른 감정평가사에게 제안하고 싶은 한 마디는, 소유자 추천 감정평가사는 생선 십 수 마리 사는 고객에게 주인이 선심 쓰듯 기껏 ‘치어’ 한 마리 얹어줄 때의 변동 폭에 스스로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 소유자들은 원 플러스 원 대박을 바라는 기대는 꿈도 꾸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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