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과 교수 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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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과 교수 뽑기
  • 박홍규
  • 승인 2004.08.3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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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영남대 법대교수

로스쿨에 대비한다고 별안간 교수들을 많이 뽑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로스쿨이 사법시험과 직결되므로 그 중요한 시험 과목인 헌법, 행정법, 민법, 상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의 교수를 많이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대부분의 법학과 또는 법학부는 그런 사법시험 과목 교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제 로스쿨을 하게 되었으니 더욱더 많이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로스쿨 수료자에게 현재의 사법시험 1차 과목을 면제하고 2차 과목만 치르게 하면 로스쿨 수업은 당연히 2차 과목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로스쿨을 생각하는 교수들의 사고방식이다.

그 결과 기초법이나 사회법같이 사법시험 과목이 아닌 경우 로스쿨이 되면 더욱 천대받을 가능성이 있다.


로스쿨을 하자는 이유 중 하나는 법학 교육이 사법시험 중심이 되어 그 본질이 왜곡되었으니 법학 교육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사법시험 과목이 변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교수들의 의식으로는 사법시험 중심의 법학 교육이 변할 리 없다. 더욱이 4년제 학부를 졸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에서 로스쿨에서는 교양 교육을 아예 제외할 것이고, 따라서 교양 교육 비슷하게 취급되는 기초법은 더욱 소홀하게 될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사회법이나 기초법 교수가 없는 법학부가 많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극소수이다. 기초법은 물론 사회법은 사법시험 2차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로스쿨에서는 민형사 실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니 기초법이나 사회법 분야는 더욱 소홀하게 될 수 있다.


사법시험을 비롯한 각종 공무원 시험의 중요 과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여타의 과목이 천대를 받은 것이 법학 교육의 왜곡을 낳은 주범이나, 그 관련 과목의 교수들이 로스쿨을 이유로 더욱더 그런 왜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 법학 교육은 절대로 정상화될 수 없다. 아주 옛날부터 상당수의 법학 강의는 시험 대비용으로 전락하여 왔다. 교과서라고 사용되는 것 중에 아예 노골적인 수험서도 많다. 사실 법학 교과서는 대부분 수험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험서로서의 효용에 따라 법학 교과서의 인기가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나의 독특한 학문적 사상에 의해 체계화되는 법학 책은 정말 보기 드물다. 하기야 그것이 법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이 땅에 과연 학문다운 학문이 있는가?

특히 법학이 학이라는 말을 달 수 있는가?


기초법이나 사회법의 중요성을 다른 분야 전공 교수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쇠귀에 경 읽기이다. 그런 교수들에게 수험서를 통해 시험의 요령을 배운 학생들이 시험에 합격해서 어떤 법률가가 되는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더욱 강화하는 로스쿨이라면 문제가 있다. 적어도 우리가 모델로 삼는 선진국의 로스쿨은 그런 사법시험 대비 학원이 아니라 도리어 사법시험과는 무관하다고 해도 좋다. 따라서 당연히 기초법이나 사회법 분야의 교육은 충실하고 관련 교수도 많다. 우리 나라 법학 교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헌행정법이나 민상법 교수들만큼 많다.


특히 노동법, 사회보장법, 경제법 등을 포함하는 사회법 영역은 20세기에 들어와 전통적인 공사법에 대응되는 정도로 발전했다. 우리 나라는 최근에 와서 겨우 시작되어, 일반 사회의 노동 문제나 사회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육성이 시급하나 사법시험으로 인해 법학부가 그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전문 기관이 있으나 노동법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법개혁위원회에서는 앞으로 노동법원을 만드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하나 전문 인력이 정말 부족한 상황이어서 걱정이다. 노동법을 사법시험 2차 과목에 넣지 않고서는 전문 인력 교육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사회법이나 기초법 분야의 교수를 뽑는 방법은 사명감을 가지고 다른 교수들을 설득하는 것이겠으나 쉽지 않다. 그래서 유일한 방법은 가령 죽어도 뽑아야 한다고 나자빠지는 경우이다. 담당 과목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해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단 뽑고 나서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면 된다. 그러나 깡패가 아닌 교수가 어찌 그런 짓을 하겠는가. 그러나 그런 방법이 통하는 곳이 또한 오늘의 우리 대학의 현실일지 모른다.


본 칼럼은 대한변협신문 ‘법률시평’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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