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이 대세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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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이 대세긴 대세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7.06.08 1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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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이따금씩 기자는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가곤 한다. 평일에는 여차저차 피곤해서 여유롭게 산책할 시간이 별로 없지만 주말에는 평일보다야 그래도 여유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바깥바람을 종종 쐬곤 한다. 산책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 횟집을 지나치게 됐는데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한 아저씨가 다른 아저씨에게 말한다. “걔는 공무원 준비한다면서? 경쟁률이 삼백 대 일이라메. 공무원 왜 준비한대? 어?” 그러자 아저씨 부인으로 보이는 옆에 있던 아줌마가 재빨리 선수를 친다. “노후가 보장되니까, 노후가 보장되니까, 노후가 보장되니까!” 큰 소리로 같은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한다. 기자는 속으로 아줌마, 아저씨들이 술 드시고 참 고급스런 대화를 하시네 하며 그 길을 지나쳤다.

집으로 돌아와 티비를 켰다. “언제부터 안정적인 삶이 내 꿈이 되었던가” 최근 신규 런칭한 자동차 광고에 나온 카피 문구가 기자의 눈길을 끈다. 카피 문구에 나온 ‘안정’이라는 이 단어에는 차의 안정성은 물론 꽤나 안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만이 살 수 있다는 이중적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또 안정적인 삶을 넘어 이 차를 통해 익사이팅한 삶을 한번 꿈꿔보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았다.

대기업에서 이런 카피 문구를 뽑았다는 것에 기자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0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 싶도록 물건을 어필해야 하는 게 광고다. 이전에는 돈이 조금 나가는 자동차 광고라하면 보통 ‘나(고객)는 특별하니까 이 차를 사야한다’ 이런 식으로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자동차 광고가 제작되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함보다 안정적인 삶이 자동차 카피 문구로 채택됐다.

광고는 시대흐름,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분야 중 하나다. “언제부터 안정적인 삶이 내 꿈이 되었던가”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대중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업계도 파악했고 대기업에서 그런 동향을 광고에 접목시켜 대중의 마음을 자극하거나 움직이고자 했다는 것이 기자는 참 신선했던 것 같다. 안정적인 삶이라 하면 또 공무원을 빼놓지 않을 수 없지 않는가.

티비를 조금 보다가 기자는 폰으로 영화를 다운받아 보기로 했다. 최신작, 할인작, 동시상영작 등 영화 몇 만 편을 볼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역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카테고리는 무료상영작이다. 기자는 월 몇 편은 공짜로 볼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에 매월, 달이 바뀌면 최신영화 무료상영작을 몇 편 볼 수가 있다. 6월이 되자 영화가 또 많이 나왔다. 뭘 볼까 하다가 극장에서 못 봤던 ‘비정규직 특수요원’이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얼른 재생버튼을 눌렀다.

여주인공은 취업을 위한 자격증이 수십 개지만 매번 채용에 불합격한다. 그러던 중 국가안보원 비정규직에 합격하게 되고 2년 간 근무하게 된다. 2년 근무를 마치고 여 주인공은 해고 1순위가 된다. 해고 통고를 받은 그날 그의 상사가 보이스피싱으로 5억을 사기 당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 주인공은 본인을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해주면 그 돈을 반드시 찾아오겠다고 딜을 제안하게 된다. 여 주인공의 극중 아버지는 죽기 전까지도 내 딸이 정규직 공무원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누차 말하기도 했다.

여 주인공은 아버지의 소원이자 그의 꿈이었던 정규직 공무원이 되고자 위험한 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보이스피싱 유력 용의자가 운영하는 캐피탈에 위장 근무하게 되고 그곳에서 온갖 고생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 돈의 출처를 찾는데 고군분투한다. 이것이 주 내용이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이지만 그게 말이 되냐 안되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자는 이렇게 공무원이 되려고 영화에서도 난리에 난리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영화인, 소위 예술인들이 만드는 창작물에 공무원이 소재가 돼서 만들어졌다는 게 또 신선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공무원 관련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이렇게 공무원이 되고자 피를 보는 영화는 많지 않았던 듯 싶다. 정말 공무원이 대세긴 대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다.

이와 맞물려 기자는 하반기 공무원 추가채용(증원)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공무원 추가채용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언급한 바 있고, 아직 ‘검토 중’이라는 부처 입장 외 그 이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는 듯 하다. 기자는 대선 전부터 대선후보들의 공무원 증원 공약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줄곧 내비쳤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한 지인이 기자에게 말한다. 군대를 아냐고..대학교에서는 대체로 본인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을 보고 교류하지만 군대에서는 초졸, 중졸, 고졸, 전문대생 할 거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단다. 그래서 대학교 생활을 하다 군대에 가면 별별 다양한 사람을 접할 수 있어 원래 본인이 사람을 사귀거나, 평가할 때 정한 어떤 선의 경계가 무너지고 생각이 보다 유연해진다는 설명이다.

한 마디로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어’해도 실제 그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 탐탁지 않다고 딱 자르지 말고 포용의 폭을 넓히라는 소리다. 그렇다. 말이 그렇지 그런 사람이 진짜 있나싶어도, 영화에서와 같이 피를 보진 않았지만 공무원이 되려고 피 토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수험생들이 참 많을 것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대세긴 대세인데 마냥 이를 응원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생각을 주말에 잠시 해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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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6-09 09: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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