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탐방] 제2의 도산서원을 꿈꾼다-안동 김재규 공무원 기숙학원
상태바
[학원탐방] 제2의 도산서원을 꿈꾼다-안동 김재규 공무원 기숙학원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7.06.05 18:4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만평 부지, 5백명 수험생...최대규모 기숙학원”
“합격률 70%...공부에 몰입하게 하는 최고의 환경”

[법률저널=정인영 기자] 공무원 수험생 30만명 시대. 공무원 시험에 지원하는 수험생 수가 매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하고 하반기 공무원 수를 증원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공무원 수험가는 한층 더 과열되고 있다. 공무원 증원 소식에 ‘기회’라는 기대감으로 공무원 시험에 새롭게 뛰어든 수험생도, 연차가 되어 하루빨리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소위 엔수생들도 오직 ‘단기간 합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저마다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공무원 수험의 메카는 익히 알려진대로 ‘노량진’이다. 그런데 노량진,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경상북도 안동에 자리잡은 김재규 공무원기숙학원이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본지는 안동 김재규 공무원기숙학원에 직접 방문하여 그 비결과 수험생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고 현장 곳곳의 사진을 통해 안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김재규 원장을 만나 기숙학원 등 그의 공무원 수험 전반에 대한 철학, 노량진 수험가와 공무원 수험 뉴스 등에 대한 고언도 함께 들어봤다.
 

 

서울에서 3시간 거리 경상북도 안동. 유명한 공무원시험 학원들이 대부분 노량진에 집결해있고 새로 생겨나는 기숙학원들도 경기도 등 서울 근교에 생기는 데 왜 하필 멀리 안동에 기숙학원을 지었을까? 처음 김재규 공무원 기숙학원을 취재하러 가면서 떠오른 가장 솔직한 물음이었다.

안동에 도착하자마자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글귀가 먼저 눈에 띄었다. 어쩌면 이 때문이겠다는 첫 번째 답을 가지고 직접 현장을 찾았다.

기숙학원 부근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김재규’라고 쓰여진 비석과 경찰, 소방 합격자 수가 걸린 플랜카드가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최초로 기숙학원을 만든 김재규 원장, 그리고 최대규모의 기숙학원이라는 안동 김재규 공무원 기숙학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첫 인상이자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조용하고 아늑한, 그러면서도 밝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작은 산에 둘러싸인 것 같은 건물과 넓은 잔디구장, 운동장은 마치 대학 캠퍼스 같았는데, 알고보니 실제 건동대학교(2012년 폐교)를 리모델링한 것이란다.
 

▲ 드론으로 찍은 학원 전경/ 안동 김재규 공무원학원 제공

조용하고 수험생들이 눈에 보이지 않아, ‘이 넓은 학원에 사람이 별로 없나?’ 의문이 든 것도 잠시,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 가보니 이 많은 수험생들이 다 어디에 있다가 나온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은 수험생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재규 원장은 특별히 ‘급식’에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숙학원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이 급식이 아닐까 한다. 사실 단체 급식의 특성상 직영은 부담스러운 점이 많다. 한 번은 수험생 두 명이 배탈이 나서 병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럴 경우 보건소에서 조사가 나온다. 모든 조사 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는데 만약 식중독이거나 뭐 하나 문제가 있어도 기숙학원이 아예 문을 닫을 수도 있어서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김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영으로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수험생들이 매일, 하루 세 끼니를 챙겨먹는데 가뜩이나 외롭게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집밥 같은 식사,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밥이 부실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는 그. 심지어 맛과 질이 좋은 장을 보관하기 위한 장독대를 담양까지 가서 공수해왔다고 한다.
 

 

식사 후 다시 수험생들은 자신의 커리큘럼에 맞춰 강의실로, 자습실로 이동해 일과에 따라 충실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지방직 9급 1차 시험을 코앞에 둔 현재 공무원 수험생들은 숨죽이며 공부에 몰입하고 있었고 경찰 1차 필기합격자들 일부도 막바지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2014년 1월 개원 후 이제 4년째로 접어든 안동 김재규 공무원 학원. 수험생들도 직원들도 모두 자기자리에서 분주한 가운데 너무나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이렇게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또 높은 합격률로 ‘성공’한 비결을 묻자, 김 원장은 “10년 넘게 기숙학원을 기획하고 연구했기에 가능한 일”이라 답한다.

10년동안 기획하던 기숙학원을 만들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던 중 말 그대로 ‘꿈에 그리던’ 이곳을 보고 단 하루만에 계약을 했다는 김재규 원장. 그가 원하던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확신이 들었고 구체화시켜왔던 조건들도 딱 맞아떨어져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고.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기숙형 학원이 바로 여기 안동에 있는 퇴계 이황 선생님의 ‘도산서원’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공무원 수험 최초의 기숙형 학원을 만든 제가 마침 이 곳에서 기숙형 학원을 설립한 것이 마치 저에겐 운명같이 다가왔습니다. 감히 퇴계 이황 선생님을 잇는 국가의 동량지재(棟梁之材)인 공무원을 길러내는 것이 저의 숙명이 된 거죠.”
 

▲ 김재규 원장

경찰, 공무원 수험 강의를 20년 가까이 하며 ‘기숙학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9년, 가장 먼저 기숙학원을 도입한 그였다.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당시 공무원 수험가에서 기숙학원 자체에 대해서는 물론 2014년 안동에서 기숙학원을 시작할 때도 ‘잘 될 리가 있겠냐’며 의구심과 조롱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지금 보세요. 너도 나도 ‘관리’해준다며 기숙학원을 하고 있잖아요. 보면 시스템도 그렇고 저희를 많이 벤치마킹하는 것 같은데...저희 직원들이나 외부에서 말들이 나와요. 시스템이나 세세한 내용까지 너무 똑같이 따라하는데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럼 전 그렇게 똑같이 따라해봤자 잘 될리 없으니 걱정 말라고 말해요. 아예 다른 색깔로 가야지, 그대로 따라하면 다 죽게 돼 있거든요. ‘1등을 그대로 따라가면 2등 이하는 다 죽게 돼있다’, 이것은 제 말이 아니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나와 있는 핵심경영논리죠.”

기숙학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기숙학원이 잘 된다더라’ 하는 생각으로 기숙학원을 시작하면서 기존의 기숙학원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최근 공무원 수험가에서 기숙학원이 관심을 받고 늘어나고 있는 것 자체는 좋은 흐름이라고 말한다.

자신있게 말하는 그에게서 여유가 넘쳤다. 물론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더 동종업체 즉 공무원 수험학원 특히 기숙형 학원들에 일일이 관심을 쏟을 수도 없다고 덧붙인다. 20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까지 늘 공무원 수험가의 경쟁학원보다도 수험생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른 학원의 시스템이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오로지 공무원 수험생들이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 김재규 안동 공무원학원에서는 매달 성적이 우수한 10명을 선정,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6개월 이상 공부한 35명 가운데 70%가 합격하고, 1년 이상 공부한 60~70명 중 50명이 합격하는 등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고 있는 안동 김재규 공무원기숙학원. 시험 전 퇴소해 집계가 되지 않는 수까지 포함하면 합격률은 실제 더 높을 거라고 말한다.

또한 공무원, 경찰 외 적은 수지만 소방직의 경우 지난해 경북 소방청 응시자 전원 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올해는 필기합격률 66%를 달성했다고 자랑한다.

“높은 합격률보다도 더 자랑하고 싶은 것은 사실 높은 재입학율과 가족추천이죠. 퇴소이유는 거의 다 경제적인 이유에요. 숙박과 식사, 강의까지 다 포함하면 129만원은 오히려 적은 금액이지만요. 어쨌든 다른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 이유 때문에 퇴소했다가도 다시 들어오는 것, 그리고 합격한 수험생들이 가족, 친구에게 추천하는 것을 보면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라 생각돼 굉장히 뿌듯하죠.”
 

▲체력단련실, 실내체육관

안동 김재규 공무원 학원(KPA)에서는 특별히 영어집중반, KEEC(KPA English Extreme Course)도 운영하고 있었다.

실제 공무원 수험생, 특히 경찰 공무원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 꼽아 공무원 시험의 당락을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영어’다. 때문에 기숙학원에 들어온 수험생들의 영어실력을 테스트해 각자 수준에 맞는 영어 특별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10명~20명 안팍으로 과락탈출반, 합격도달반 등을 구성해 마치 ‘과외’와도 같은 집중 관리를 해주고 있었다.
 

 

보통 기숙학원은 2인 1실, 1인 1실이 많은데, 4인 1실로 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김 원장. 1인 1실, 2인 1실, 3인 1실의 문제점을 상세하게 짚어 설명해준다. 1인 1실은 가뜩이나 혼자 공부하며 외로운데 일과를 마치고 혼자 덩그러니 방에 남겨지면 감정적으로 굉장히 우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혼자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1인 1실은 배제하게 됐다고 전한다. 다음 2인 1실은 1인 1실보다도 더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둘이 방을 쓰는 건 정말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둘이 너무 친해져도 문제고, 둘이 사이가 나빠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데 보통 2인 1실로 많이 하는 것은 이러한 세세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3인 1실 또한 습성(?)상 두 명이 뭉치고 한 명이 소외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므로 4인 1실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4인 1실로 하니까 자연스레 리더도 생기고 그 리더가 공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나머지 실원들을 이끌고 챙기게 된다”며 “4인이 배려와 협력 등 팀웍을 배우는 데도 가장 적합한 것 같다”고 말한다. 매달 우수방 3개(12명)를 선정해서 포상의 의미로 원장과의 특별식사시간도 갖는다고.

4인이 함께 한 방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시에 취침을 하는 실원을 배려하기 위해 방안에는 따로 화장실과 책상을 두지 않았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별도로 소음이 방해되지 않는 거리에 뒀고 방 앞에 별도로 자습실을 둬 밤늦게까지 공부할 실원들이 이용하도록 했다.
 

 

그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안동에 기숙학원을 차린 데는 ‘안동’이라는 이유도 컸지만 노량진 수험가에 대한 그의 비판적 인식때문이기도 했다. 즉, 노량진 수험가에서 물리적, 심리적으로 멀리 있는 곳을 일부러 택했다는 것.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너도나도 노량진에 입성(?)해 스타강사들을 우르르 쫓아다니는 것을 보면 마치 ‘불나방’ 같다고 말하는 김재규 원장. “소위 ‘1타 강사’라고 하면 그 강사의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인데 사실 1등 강사는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찾는 강사보다 그 강사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을 가장 많이 합격시키는 것이 1등인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그는 “만 명이 수업을 들었는데 그 중 100명이 합격한 것과 100명이 듣고 그 중 50명이 합격한 거랑 누가 더 잘 가르치는 강사인 거냐”고 다시 묻는다.

불나방처럼 노량진 수험가에 뛰어드는 수험생들을 ‘스타강사’로 ‘이용’하며 오랜기간 공무원 수험가에 묶어두는, 상업적 고려로 과열된 노량진 수험가에 대해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스타강사들을 쫓아다니는 수험생들 중에 장수생이 많다”고 말하며 그는 “노량진 수험가에서는 제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불편하겠지만, 불편한 진실이고 이런 것들을 언론에서 비판해 주셔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수험생들 또한 스타강사의 강의만 듣는다고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강사를 선택하고 본인 스스로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잘 가르치는 강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배우는 학생이 있는 것’이란 말이 있어요. 잘 배우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과 플러스 알파로 공부가 잘 되는 환경만 있으면 되는 거죠”라며 실제 노량진 수험가에는 스타강사만 쫓아다니며 강의만 듣고 남은 시간 실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고 장기간 수험생으로 지내는 수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노량진 수험가에는 학원과 독서실 외에 공부를 방해하는 시설들이 너무 많고 그런 유혹이 많은 환경에서 공부에 전념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고. 때문에 노량진 수험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를 하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이곳은 쉽게 말해 공부 말고는 할 게 없어요. ‘4무(無) 정책’ 즉 휴대폰 사용, 이성교제, 게임, 유흥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공부만 하게 되고, 빨리 합격해서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기게 되는 거죠.”
 

 

공부는 외롭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하는 그. 외롭게 공부해야 합격하는 것인데 외롭지 않으려고 어울려 다니고 연애하고 하다보니 그 생활에 젖어 수험기간이 길어진다고. ‘외롭고, 괴롭게 공부해 빨리 합격하는 것이 공무원 수험생의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공무원 수험에 대한 교육철학이 이곳, 안동 기숙학원에 실현되어 있었다.
 

 

학원 탐방을 모두 마친 뒤 김 원장이 가장 인상깊었던 점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대학캠퍼스 같은 외관이 좋았노라고 가볍게 답했는데, 사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곳 안동 김재규 공무원 경찰 학원과 수험생들을 향한 원장 이하 직원들의 애정과 자부심이었다. 그 애정과 자부심은 그들의 치열한 고민과 교육철학, 헌신을 토대로 했다는 것 또한 직감할 수 있었다.

공무원 수험 학원의 성공은 결국 높은 합격률에 달렸다. 그리고 높은 합격률은 결국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들’과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 이 두 가지 외에 더 필요 있겠냐고 단언하는 김 원장의 말에는 20년간 그가 본 실례들을 토대로 한 확신이 담겨있었다.

인터뷰‧글 정인영 기자 / 사진 강미정 기자 etchingu@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감 2017-06-05 19:06:01
좋아요. 공감 가는 기사입니다.앞으로 합격률로 1타 강사로 불려줬으면 좋겠네요.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