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和氣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감동이 있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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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和氣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감동이 있는 대한민국
  • 오시영
  • 승인 2017.06.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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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火氣와 和氣는 발음이 같지만 뜻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불에서 나오는 뜨거운 기운을 일컫는 말이고, 후자는 인자하고 정다운 분위기나 얼굴을 일컫는 말이다. 같은 발음이지만 뜻은 완전히 반대라 할 수 있다. 4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5주째 되던 날, 필자는 본란에 “火氣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어찌 해야 하나?”라는 글을 게재하였다. 지난 해 7월 세 번째 칼럼에서도 “한이나 시인의 ‘화염산’과 불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쓴 바 있다. 불과 취임 5주밖에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서 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뜨거운 화기를 느꼈고, 3년 반쯤 지난 지난해 여름에도 산 전체가 타들어가는 화염산 속에 버려진 상태와 같은 견딜 수 없는 뜨거운 화기를 느껴야 했다. 그 뜨거운 화기는 필자와 국민을 타들어가는 갈증으로 몰아넣었고, 온 몸이 타들어가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었다. 두 번째 칼럼을 쓰던 당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이어서 오늘의 사태가 발생하리라 누구도 예측하고 있지 않았지만, 필자는 화기가 넘쳐나게 되면 무언가 사단이 나지 않을까 혼자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 화기는 촛불집회로 승화되어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던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촛불집회를 수백만 명이 모인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평화스럽게 치러진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지만, 촛불집회는 “Rage(분노, 화)”의 결집사건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화기 유발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국민들이 분노하여 발현된 현상이 촛불집회였던 것이다. 필자는 재직 중인 대학신문 ‘숭대시보’에 지난 2015년 5월 “젊은이여, 침착하게 분노하라!”라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구조적 불평등 사회가 심화되어가는 현실사회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기에 역부족이니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결집하여 나서라는 촉구였다. “빅 브라더의 조종 앞에 저항하라, 조직화하라. 그리고 침착하게, 아주 침착하게 분노하라.”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끝난 저 칼럼에서 필자는 체제 순응적인 젊은이들에게 “착한 교과서적 모범생”의 삶을 살지 말고 현실의 벽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혁명아 사상을 가지라고, 그들의 나약함을 깨우치고 싶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3주가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火氣와 달리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잔잔한 和氣로 넘쳐나고 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웃을 일이 많아졌다고, 감동받아 눈물 흘릴 일이 많아졌다고, 무언가 위로를 받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고들 말을 한다. 그동안 답답하게 막혀 있던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하고 편안해졌다고들 한다. 그 차이이다. 취임 5주 만에 필자가 火氣를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 박근혜 전 대통령과 3주 만에 평화로운 和氣를 느끼게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난 차이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여 지난 수요일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임명되었다. 위장전입신고를 문제 삼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이루어진 총리임명동의여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나머지 야당들의 참석 하에 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그나마 협치가 이루어져 다행이라 하겠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직자 인선 기준이 마련될 듯싶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선거 당시 병역회피, 세금포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전력자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겠다는 인사원칙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위와 같은 인사원칙 중 전입신고(위장전입)를 위반한 이낙연 총리 후보에 대해 인준을 거부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도 나름 정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위 원칙의 기계적 적용보다는 구체적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병행하였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것이 제목은 같을지라도 내용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80% 이상의 국민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있고, 67.1%의 국민이 이낙연 후보의 총리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본 여론조사결과를 고려하여 자유한국당이 통 크게 인준에 찬성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인데, 국민 여론과 반대되는 당론을 결정하고 본회의장에서 이탈해버린 자유한국당은 이로 인해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르겠다는, 그래서 자꾸 국민의 생각과 엇박자로 나가는, 겉도는 정당이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국민의 지지를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정당으로서는 국민 여론과 배치되는 당론을 정하고, 그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행동해서는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 자신을 지지하는 소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필요도 있지만,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여당이 되거나, 여당이 야당이 되면 동일한 사안을 거꾸로 바라보는 “짝퉁 정의”를 이제는 “올바른 객관적 정의”로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더 큰 이로움을 줄 수 있을까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정당만이 앞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잘 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가려움을 긁어주고, 아픔을 치유해 주는 정책”을 전광석화처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정당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따지지 않고, 소수자에게 불리하게 되더라도 다수자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그러면서도 불리한 국면에 처한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그 “지극한 愛民精神”에 국민이 감동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부를 어찌 국민이 싫어하겠는가? 여야 간에 맞닥뜨릴 가장 큰 이슈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추경예산편성 문제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긴급하게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문재인 정부 방침에 대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국가예산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부당하고,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내수경기진작으로 세수가 충분히 걷히고 있어 11조원의 추경예산을 수립함에 있어 자금이 넉넉하다는 사실이다. 즉 세금이 잘 걷혀 여유 자금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빚을 내지 않고서도 이 돈으로 추경을 편성하여 청년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세금이 많이 걷히면 두 가지 용도 중 하나 또는 둘을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국가가 그 동안 진 빚을 갚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경제 성장의 마중물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청년 일자리 해소 문제이므로, 추경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소득을 증대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취하겠다는 것으로, 일응 타당성이 있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대기업 중심의 기업수익창출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내세우는 주장에 타당성이 없는 것은 대기업 등은 지난 9년 동안의 보수정권 하에서 사내 유보금이 수백조가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해 대기업은 엄청 더 부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지 못해 젊은이들을 대량실업이라는 도탄의 세계로 내몰기만 했다는 현실의 고실업률이 그 증거라고 하겠다.

자유한국당의 경제정책으로는 청년들의 일자리창출이 불가능하므로 많이 걷혀 남는 국가 세금, 재정을 추경예산편성하여 일자리 창출의 종잣돈, 마중물로 활용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가가 써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지출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구직 중인 젊은이들의 숨통을 트일 것이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기업의 숨통도 터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지불 여력이 있는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여 근로자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이로 인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고, 상품 유통량의 증가와 일자리 증가로 인한 세수의 증가를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이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때 우려되는 것이 부동산 투기이므로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밝힌 바와 같이 은행대출을 적정히 조정하여 투기과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하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만에 어느 정도 내치가 안정되어가는 듯싶어 다행이다. 물론 검찰 개혁 및 THADD 설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대통령에 대한 은폐보고 등 많은 쟁점이 있지만, 시간을 두고 내각이 완전히 갖추어지면 국가정책을 통해 일관되고 꾸준하게 진행해 나가면 될 것이다. 국무총리도 임명되었으므로 협치를 통해 지난 3주간의 정부 운영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가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 국내정치는 안정기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내년 있게 될 지방자치선거와 맞물려 개헌 논의가 국내 정치를 한바탕 회돌이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휘둘림 없이 강력한 안정화정책을 취해가면 될 것이다.

문제는 외교이다. 자국 이익만을 앞세우는 장사치 사상으로 충일되어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외교가 한반도 평화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이 잠잠해지고, 대화로 남북문제, 미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향적 자세로 변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이달 중에 이루어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제가 어떤 내용으로 논의될지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외교부수장인 외교부장관을 하루 속히 임명하여야 할 것인데,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그녀를 어떻게든 낙마시키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어 호락호락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결격사유가 크다면 임명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역량과 능력에 비추어 결격사유가 사소하거나 경미하다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벼룩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잘못을 범하지 않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낙연 총리 인준 절차를 둘러싸고 정부 내 인사위원회에서 인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제는 적어도 사회 지도층 인사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도덕적 기준을 마련하여, 여야 간에 합의를 보고, 인사청문회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해당 부적격자는 아예 임명할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자격이 있는 자라면 그에 대한 능력 여부를 평가하는 인사청문회가 정착되어져야 할 것이다.

화기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쓸 때 김연아 선수가 2013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레미제라블이라는 선율에 맞춰 피겨를 타고 있었고, 세계 1위의 상을 탔던 때였다.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며 우리 정치가 왜 저리 아름다운 피겨처럼 될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김연아 선수의 빙판 위 차가운 아름다음과 달리 정치판 뜨거운 화기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아쉬움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화기는 빙판 위의 차가운 이성과 함께 온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러한 초심이 시간이 흐르더라도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천 명이 폐질환으로 원인 모른 채 죽어간 옥시 사건에 대해서도 재조사 및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확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지지를 보낸다.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신원을 풀고 함께 먹먹해하던 국민들의 억울함을 해결하고, 이어 옥시 사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왜 이 땅에 정부가 존재해야 하는가, 나라다운 나라가 과연 어떠한 나라여야 하는가를 우리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깨우쳐 주고 있다. 이때 자유한국당도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정당정치의 진면목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갇혀 친박세력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반대 방향으로만 나가는 억지스러움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和氣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여기저기에서 화기가 넘쳐서 좋다. 화기애애해서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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