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3)-출사(出師)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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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3)-출사(出師)의 조건
  • 강신업
  • 승인 2017.06.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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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공직은 단순히 호구지책을 위한 생계수단이 아니다. 공직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맡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누군가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는 공직을 탐낸다면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국민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다. 율곡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했을 때만 가능한 것인데 단순히 녹봉을 타려고 벼슬을 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했다. 퇴계 역시 지행병진설(知行竝進說)을 주창하며 일생동안 의로운 벼슬이 아니면 맡지 않으려는 고민을 수없이 거듭했다.

현대사회에서 공직 역시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공직은 생계수단으로서의 직업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헌법 제7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것처럼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때문에 공직자는 국민의 일부나 특정한 개인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한다. 공직의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이란 바로 공직을 담당한 사람은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정의롭고 청렴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직이 민간의 여타 직업과 다른 점은 바로 직무수행의 책임감과 엄정함에 대한 요구다. 공직은 어떤 형태로든 공권력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등한 사인 간 계약관계를 그 기본으로 하는 민간의 여타 직업과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전편에 흐르는 중심사상도 수령의 정기(正己,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함)와 청백(淸白,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고 곧고 깨끗함)에 관한 것이다.

요즘 문재인 정부에서 일할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청문회 과정 중에 크고 작은 비리들이 문제로 대두되고 이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기도 한다. 인사청문회는 검증을 당하는 공직후보자에게는 아주 고통스런 과정일 수도 있다. 국민들 앞에 자신과 가족들의 과거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은 감내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도덕성 등 사생활에 관한 청문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검증만을 공개로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우리도 도덕성 검증과 정책검증을 분리해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어쨌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우리 헌법의 문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인사권 역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인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못하는 인사는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사청문회가 이미 선거에 의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면 이것 또한 대의민주제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이 그 책임 하에 선택한 공직후보자에 대해 수용 가능한 작은 과실까지 공직의 결격 사유로 삼아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P.F. 드러커는 그의 저서 ‘현대의 경영’에서 이렇게 썼다. “누구나 과실을 저지르면서 여러 가지 일을 터득해 나가는 법이다. 과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은 이전보다 나아진다. 그만큼 새로운 일을 많이 해보았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한 번도 실책을 저질러 보지 못한 사람을 최상급의 직책으로 승진시키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 실책이 없는 사람은 무사안일주의로 지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하되 공직수행에 지장이 없는 수용한도내의 것이라면 과거 있었던 작은 과실까지 공직의 결격 사유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황희(黃喜)는 젊었을 때 실수로 매관매직에 연루된 적이 있었지만 세종은 그의 인품과 능력을 높이 사 그를 중용하였다.

공직을 맡을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의 큰 직을 맡아 일하겠다는 사람이라면 공직에 대한 이해, 공직에 대한 사명감 그리고 공직을 맡을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공직이 요구하는 도덕성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기준에 많이 부족한 사람은 혹 제의가 오더라도 스스로 사양하는 것이 옳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고위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대통령을 속이는 것이고 나아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공직 인사의 계절이다. 모쪼록 훌륭한 인재가 적소에 나아가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선봉장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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