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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사재판절차에도 회복적 사법(RJ) 도입 가능할까
김주미 기자  |  hova@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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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1  17: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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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남부지법 임수희 판사 강연
2013년 부천지원 시범실시 경험을 중심으로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한국회복적정의협회(이사장 이재영)가 주관하는 ‘2017 알자 RJA 배움터’가 지난 달 31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 임수희 판사를 강사로 초청해 ‘형사재판과 회복적 사법’에 대한 강연회를 가졌다.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강연회에는 회복적 사법과 관련된 단체 관계자 뿐 아니라 학계, 법률가, 경찰 현직, 로스쿨생 등이 참여했다.

2003년 판사로 임관한 임수희 판사는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42회에 합격, 지난 2005년 인천지방법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장흥지원 최초의 여판사로 발령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고,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근무 시절에는 국내 최초로 시행된 ‘형사재판 절차에의 회복적 사법 도입 시범실시’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중앙지법을 거쳐 서울 남부지법에 근무하고 있다.
 

   
 

임수희 판사는 이 날, 우리 형사재판 제도 내에서의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RJ)의 현황과 시범실시 사례를 살펴본 후 장차 형사재판에서 회복적 사법의 제도화가 가능할지를 모색했다.

처벌적 사법에 의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범죄로 인한 피해의 실질적 회복과 진정한 책임을 기초로 하여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여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지역사회의 평화를 추구하려는 것이 ‘회복적 사법’이다.

우리나라도 약 2000년대 전후에 들어서면서부터 형법학과 형사정책학 분야에서 회복적 사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주로 피해자학이나 피해자보호 차원에서 도입을 논하며 실천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외국의 다양한 모델이나 입법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논의됐다.

임수희 판사에 따르면 UN은 1999년에 이미 ‘형사사법에 있어서 조정 및 회복적 사법의 실천과 발전방안’이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통과, 이듬해 그 실천지침인 ‘형사사건에서의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 활용에 관한 기본원칙’까지 통과시키면서 모든 회원국들에 RJ 활용을 장려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역시 지난 2012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형사화해제도를 입법하여 ‘범죄피의자, 피고인은 아래의 공소사건에서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를 향해 손해를 배상하고 예를 갖추어 사과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피해자의 용서를 얻고 피해자가 스스로 원하여 화해하는 경우 쌍방 당사자는 화해할 수 있다’고 규정(형사소송법 제277조 제1항)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첫 논의가 시작된 지 7년여 만인 2007년에 이르러서야 소년법 개정으로 소년보호사건에 화해권고제도를 도입했는데 현재로서는 이것이 우리나라 유일의, 유의미한 회복적 사법제도다.

임수희 판사는 “회복적 사법에 대비하여 기존의 사법 시스템을 응보적 사법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응보적 사법이 나쁘다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회복적 사법은 응보적 사법을 완성시키는 의미로 작용할 것이고, 응보적 사법을 전제로 할 때 그 위에 회복적 사법이 잘 이뤄지는 것”이라며 양자의 관계를 설명했다.
 

   
▲ 사진 김주미 기자

그녀는 또한 “회복적 사법이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입법이 필요하고, 입법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회복적 사법을 우리 사법시스템 안으로 들여올 경우, 기존의 사법절차인 소송에 비해 품이 많이 들고, 참여자가 많기에 이해와 노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가 그것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식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판사는 2013년 부천지원에 있을 당시 시범실시 사업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개개 사건을 진행함에 있어 판사·검사·변호사·교수·조정전문가·대화진행전문가·상담가·심리치료사·사회복지사 등 매우 다양한 전문가들이 서로 접하면서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서로 얼마나 소통이 어려운지, 서로 얼마나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깨달은 적이 있다”며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향상을 위해서라도, 사건의 성격상 RJ 도입이 가능한 영역에는 법원이 기꺼이 이를 수용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수희 판사는 회복적 사법을 사건에 적용하여 해결을 도모하게 될 경우 피고인에게는 ‘경찰·검찰·법원·주변인 등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상담 등 전문가에게 충분히 할 수 있고, 사과하고 용서받기를 원하거나 잘못은 했어도 이해받기를 원할 경우 이 절차를 통해 원하는 효과를 얻어낼 확률이 크다’는 유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해자로서는 ‘종래 형사재판에서처럼 단지 증인에 불과한 수동적 지위에 처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의 중심에 서게 되고, 그럼으로써 범죄로 인한 피해 결과와 피해자가 받은 고통, 현재의 어려움과 고충 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여 피고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요청하는 데서 나아가 확실한 책임까지 촉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임 판사는 “법원의 전통적 역할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과거의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에 따른 법률효과를 선언하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단순히 개개의 송사에서 판결로 종결하는 것을 넘어 각 송사의 근원이 된 갈등을 해결하고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실제적으로 해결하는 데까지 법률서비스로서 제공해야 한다”며 “형사재판에 회복적 사법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시대적 요청인 만큼 이제는 법원에서부터 이를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를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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