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나는 기자다, 나는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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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나는 기자다, 나는 공무원이다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7.05.30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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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정인영 기자] ‘기자는...’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며 한 문장을 시작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기자노트’라는 형식을 빌려 독자에게 사견을 전하는 게 여전히 부끄럽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첫 번째로 독자에게 전하고픈 기자의 말은 기자가 수험생일 때 진짜 ‘기자’였던 친구와의 이야기다.

수험기간이 길어져 위축돼있던 때마다 기자친구는 찾아와 힘을 줬다. 항상 큰 소리로 ‘정 검사’하고 부르는 친구 때문에 민망함에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말라 간청하면 ‘될 건데 익숙해져야지’라고 받아치곤 했다.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가 나오기도 전에 그 친구는 항상 말하는 대로 될 거라며, 간절한 바람을 담은 말로 고시생인 나를 검사처럼 대우해줬다.

운이 좋아 합격해도 소심한 내가 검사를 할 수 있을까 자신없어하던 내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며 쫄지 말고 합격만 하라고 당부했던 그 친구는 영락없는 기자였다. 항상 모든 사건, 사고에 관심이 있었고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 질문을 했고, 모르는 것을 알 때까지 집요하게 찾아다녔다.

한 번은 그 친구가 사는 동네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폴리스라인만 있고 어찌된 일인지 경찰도 없이 한 낯선 아저씨가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다짜고짜 그 아저씨를 취재했다고 한다.

그 아저씨가 범인이었으면 어떡할 뻔했냐며, 무섭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내게 그 친구는 “그러게, 원래 무서웠어야 하는 건데...”라며 그제야 웃는 것이었다. 기사 써야 된다는 생각에 무서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고 말하는 친구가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져 “진짜 너는 겁 없어서 좋겠다, 타고난 천성이 있기는 한 것 같다”고 말하자 그녀는 단호하게 그건 아니란다.

어려서 그녀는 오락게임을 할 때 장애물이 나오고 적이 나타나서 죽는 게 무서워서 조금만 앞으로 나가는 것도 겁을 냈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소심했던 그녀에게 또 다른 친구가 “가만히 있으면 (시간 초과로) 어차피 죽어”라는 말을 했고, 그제서야 죽더라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커가면서 그녀는 ‘기자’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성격개조를 위해 힘썼다고 한다. 두렵고 무서운 사건이 생길 때마다 ‘나는 이것을 취재해야 하는 기자다’라는 마음으로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닥뜨리는 연습을 한 것이다.

정말로 자리가, 직함이 사람을 만드는 게 맞다는 걸 일을 하면서도 실감했다는 그녀는 “너도 지금부터 검사라고 생각하고 검사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해봐”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밤길도, 혼자 택시타는 것도, 불량해보이는 교복입은 남학생들도 덜 무서울 거라고. 범죄가 일어날 지도 모르는 많은 상황에서 잠재적 피해자에 이입해 미리 겁먹고 회피하지 말고(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마치 검사처럼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그런 친구가 너무 멋있고 대단했다. 적어도 내겐 그 친구가 ‘기자’의 전형이라 여전히 조심스럽고 겁많은 내가 기자라고 말하기엔 늘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렇게 장황하게 기자친구와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독자인 수험생들 중 불합격 또는 수험생활에 치여 불안하고 위축돼있는 분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다.

지금 현재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꿈꾸고 준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미리 그 직함에 맞는 마음과 태도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에서다.

공직에 몸을 담게 될 것이기에 행동이나 말도 품격 있게,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공무원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수험생활을 해 나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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