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139)-알로하 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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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139)-알로하 오에
  • 차근욱
  • 승인 2017.05.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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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공단기 강사

검은 구름 하늘을 가리고 이별의 날은 왔도다.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서로 작별하여 떠나리.
알로하 오에 알로하 오에 꽃피는 시절에 다시 만나리.
알로하 오에 알로하 오에 다시 만날 때 까지.

절친인 김 대표의 말에 의하면, 하와이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다고 한다. 아하, 어쩐지 나도 그럴 것 같았어. 뭐,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하와이’라는 어감의 존재감은 그 자체만의 특별함을 기대하게 한다. 여름 휴양지야 하와이 말고도 유명한 곳이 많겠지만, 그래도 하와이는 하와이니까.
 

여름이 다가올 때면 1년 내내 서핑을 하며 살 수 있다는 하와이를 생각한다. 아... 아... 정말 1년 내내 서핑만 하면서 청춘과 자연을 즐기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친 김 대표의 말에 의하면 미국시민이라면 그게 가능하다는데.

그렇다고 못 견디게 하와이로 떠나고 싶은 것은 또 아니다. 하와이는 그냥 저 먼 세상 어딘가에 있으려니,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이 생길 때면 하와이안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도 좋고 딴 짓을 해도 좋고. 우쿨렐레의 연주와 느긋한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간에 쫓기며 조급해졌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할까. 계속 하와이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머리에 꽃을 꼽고 싶어질지도 모르지. 뭐 가끔은 손목을 돌리며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 따스하고 느긋한 하와이 음악에도 남모를 사연은 있다. 사실 하와이안 음악의 단골소재인 우쿨렐레는 하와이의 전통악기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쿨렐레는 포르투갈의 악기다. 하와이 관광에 등장한다는 돼지 통구이도 에스파냐의 음식일 뿐, 하와이의 토속음식은 아니다. 뭔가 배신을 당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배신당했다고 억울해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다. 하와이 주민들이지.

하와이는 오야후 섬과 주변의 다른 섬들을 합해 100여개의 섬으로 만들어진 제도이다. 옛날, 이 하와이는 폴리네시아인들과 타히티에서에서 온 부족들이 살았고 그들을 국민으로 둔 이 독립국가에는 카메하메하 왕조가 있었다. 세상에 알려진 ‘알로하오에’는 ‘그리운 사람’이라는 뜻인데, 세상에 전해지기로는 이별을 노래한 사랑노래로 알려져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알로하오에’를 만든 장본인인 카메하메하 왕조의 리릴우오칼라니 여왕은 1878년 오아후섬의 마우나일리까지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던 길에 동행했던 보이드 소령과 하와이 아가씨의 안타까운 이별을 보고 ‘알로하오에’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설에 따르면 그녀가 알로하오에를 만든 것은 단순한 사랑과 이별의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와이에 서양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것은,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이 1778년 하와이에 방문한 때 부터였다. 이후 미국인들이 하와이에 들어온 것은 1874년이었다. 미국인들은 당시 국왕이었던 칼라카우와 왕의 허락으로 하와이에 들어온 뒤, 사탕수수를 무관세로 미국에 수입하겠다하며 수많은 경제적 이익을 취했지만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칼라카우와 왕을 협박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들만을 얻어내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실의에 빠진 칼라카우와 왕은 결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운명을 다했고 그 후에 왕위를 이어받은 사람이 바로 여동생이던 릴리우오칼라니다. 릴리우오칼라니는 미국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제한하여 왕권을 강화하고 하와이 왕국의 주권을 강화하려 하였지만 결국 미국인들과 동조세력들의 쿠데타로 인해 이올라니 궁전에서 감금되어 실각하고 만다. 그리고 이윽코 1898년 하와이제도는 미국영토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이올라니 궁전은 지금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수되어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는데, 하와이 왕국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왠지 하와이 왕국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만 같지는 않다. 혹자는 차라리 미국의 일부로 편입된 것이 하와이로서는 더 다행이었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라를 잃어버린 국민에게 조국보다 더 나은 것이 어디에 있을지는 의문이다.

알로하오에는 당시의 정치상황에서 나라 잃은 슬픔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릴리우오칼라니의 마음이 담겨있는 노래이다. 분명 노래는 이별을 노래하고 있고 다시 만날 것 또한 노래하고 있지만, 어쩌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아리랑’도 그렇게 전해졌을지 모르지. 문득 이 더운 여름 ‘알로하오에’를 들으며 흥얼거리다 생각이 났다.

‘알로하오에’는 현지에서 사랑과 감사를 전하는 인사의 의미를 담아 사용된다고 한다. ‘알로하오에’는 적어도 그냥 웃으며 흘리듯 이야기하면서 넘어갈 인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마음 속 진심을 담아.

알로하오에.

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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