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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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83)
  • 박준연
  • 승인 2017.05.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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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파티의 계절, 여름

이번주에는 많은 로펌에서 여름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일반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와 구별하여 "서머 어소시에이트"로 불리는 로스쿨 재학생들이 로펌에서 1,2개월동안 일하면서 업무를 익히고 해당 회사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된다. 한편, 로펌측에서는 해당 기간의 업무, 다른 회사 행사 참여 등을 바탕으로 졸업후 이 서머 어소시에이트를 채용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업무 내용과 관련된 연수, 회사내 각 부서 소개, 그리고 실제 업무 참여도 서머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서머 프로그램의 또다른 중요한 부분이 바로 소셜 이벤트라고 불리는 오후, 저녁 행사와 점심, 저녁 식사이다. 예전 회사에서 서머 프로그램 시작 첫날,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빼고 빽빽하게 채워진 행사 일정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거기다 빈 칸으로 남아있는 이벤트가 없는 날은, 따로 멘토 변호사들과 식사를 하는 등의 개별 일정이 추가되기도 했다.

로스쿨 유학을 계기로 처음 뉴욕에서 생활하게 되었지만 로스쿨 첫 2년동안 뉴욕의 유명한 관광지는 거의 가볼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 서머 프로그램 행사는 로스쿨 밖의 뉴욕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비싼 가격대도 가격대이지만 예약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갈 수 없었던 레스토랑에 가거나, 공연을 보러가거나, 바를 통채로 빌려 진행된 회사에 대한 잡학 (trivia) 퀴즈에 참여한 것이 기억에 남지만 예전 회사의 여름 행사 중에서 매년 개최되어 특히 인기가 많은 행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트라이베카의 요리 스튜디오를 빌려 요리를 하는 행사였다. 디저트를 포함한 네 코스의 식사를 서머 어소시에이트와 변호사들이 팀을 나누어 한 코스씩 담당하여 요리를 했다. 복잡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고, 가르쳐주는 대로 야채를 썰고 오븐에 넣고 하는 몇 가지 과정을 마치고 키친 밖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으면 어느새인가 요리가 완성되어 거기서 식사까지 했다.

또 하나는 요트를 빌려 허드슨 강을 크루징하는 행사였다. 꽤 유명한 뉴욕 관광 코스 중 하나이지만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처음에는 강바람에 배가 흔들리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주위에서 먹고 마시고 또 음악에 맞춰 춤추는 파티 분위기를 내고 있을 때에도 소심하게 손잡이를 잡고 친해진 변호사와 잡담을 했었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질 무렵에야 배가 흔들리는 데에도 비로소 익숙해졌다. 어두운 강 저편으로 밝은 맨하탄의 불빛이, 또 반대편으로는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자유의 여신상에 그렇게 가까이 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상투적이지만 배에서 프랭크 시내트라의 뉴욕, 뉴욕이 흘러나올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노래 가사처럼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로스쿨 2학년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어쨌든 무사히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왔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즐거워보이는 이런 이벤트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로펌의 여름 이벤트에서 지나치게 술을 마시고 저지른 이런저런 실수 에피소드가 포함된 터커 맥스(Tucker Max)의 책은 나중에야 읽었지만, 로스쿨 OCS에서도 마르고 닳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감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령 주변의 변호사들이 술에 취하더라도, 그 사람들은 이미 로펌에 취직한 상태이지만 서머어소시에이트들은 아직 취직을 못한 상태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경고는 한 열 번 가까이는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2학년이 끝나고 서머 프로그램까지 오게 되었다는 안도감에 느슨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지 않다. 한 여름 이벤트에서는 마침 같은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여름 이벤트에 참여한 다른 로펌 서머 어소시에이트가 술에 취해 우리 회사 이벤트에 와서는 자신은 회사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주정을 하고 우리 회사 변호사들, 서머어소시에이트들은 쓴웃음을 짓는 상황도 있었다. 긴장한 나머지 기계적으로 행동할 필요도 없고, 행사를 즐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들 기억할 만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름 이벤트를 즐기고 로스쿨의 피로를 회복할 기회로 삼는 동시에 실수 없이, 절도있게 행동하는 것은 서머 프로그램의 과제 중 하나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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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 2019-04-05 02:06:10
Above the law 에서 읽은 서머 크루즈 하다가 술마시고 허드슨강에 뛰어들었다는 모 빅로펌의 어쏘 얘기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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