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49 / 소유자추천제도의 민낯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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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49 / 소유자추천제도의 민낯 (2)
  • 법률저널
  • 승인 2017.05.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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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우리 편!

어떤 위원회라든가 이사회 같은 의사결정 기구가 구성되는 과정과 위원의 구성은 기구마다 별 차이 없다. 정부소속이라면 대통령이나 야당에게 추천권이 부여되곤 한다. 그래서 각 위원을 성향 별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합의체 재판부에 대해서도 판사 개개인의 성향을 들먹이지 않는가. 새 대통령이 들어선 요즘, 선거 여운이 조금 남아 있다. 선거를 치른 각 캠프만큼 ‘우리 편 사람’ 세는 데 탁월한 집단이 있을까. 집토끼니 산토끼니 유권자를 구분한다. 다른 후보에 우호적인 유권자는 분명 저 쪽 집토끼건만 싱싱한 풀을 흔들어 보여주면 집을 뛰쳐나와 산토끼가 되고 종국에는 이 쪽 집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 기대마저 없다면 2등 후보들은 진작 꿈을 접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소유자들이 자신의 전 재산과도 같은 땅과 주택 그리고 농경지와 선산을 넘기면서, 적어도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끼어 들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소유자추천’ 보상규정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대부분의 공익사업 또는 공익사업으로 의제되는 사업에서 소유자추천제가 활용되고 있다. 소유자들이 여건만 되면, 그들의 대리자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사실 추천까지는 우여곡절이 있다. 정족수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간판을 내세운 곳이 둘 이상 생겨나면, 소유자들을 편 가르기 해서는 저마다 추천하겠다고 힘겨루기 한다. 사람 수만 많아서도 안 되고, 그 사람이 소유한 토지면적도 충족요건 중 하나여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곳이 뜻을 모으지 않으면 추천 자격 없는 모임의 아우성일 뿐이다. 시일도 촉박하다. 보상계획을 공고한 후 14일 간 소유자들에게 열람을 시키는데, 그 후 30일 내 추천서를 필요한 만큼 모아 와야 한다. 사업 구역이 넓은 경우, 보상계획이 공고되기 전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그래서 추천인 칸은 공란으로 두고 소유자들의 서명이 들어간 추천서가 수북이 쌓여 있곤 한다. 대책위원회 내부에서도 입김이 센 사람은 터줏대감, 전문직 종사자, 과거 보상경험이 있는 경력직 등이다.

소유자들에게는 추천 기회가 단 한 번 주어진다. 추천서가 접수된 이후에 철회할 수 없다. 보상금이 적게 나올 것 같다는 소문을 듣고 추천했단 사람을 파면하고 새롭게 임명할 길은 없다. 그래서 신중하다. 요즘 결혼 풍습 생각하면, 배우자 고르는 것 보다 더 신중해야 할 수도 있다. 첫 결혼생활을 정리한 사람도 편하게 ‘갔다 왔다’고 말하는 게 이 세대이지 않는가. 여담이지만, 연예인들의 가벼운 사생활이 못마땅하고 더 나아가 헐리웃 스타들의 난잡한 사생활을 새롭게 개척한 자유의 영역인 양 무비판 흡수한 우리 사회에도 불만이다. 쉽게들 만나고 헤어지는 관계의 ‘가벼움’이 아쉽다.

어떤 식으로 소유자들의 대리인을 추천해야 할까.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 협력사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을 참고할 만 하다. 수의계약이나 입찰의 방법이 사용된다. 과거, 조합장 전권으로, 이사회 담합으로, 특정 업체 밀어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다. 선정 대가를 뇌물로 화답하고, 항시 특혜를 준 자나 받은 자의 뒤끝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입찰이 대세다. 경쟁은 관문의 너비에 따라 일반 경쟁입찰과 제한 경쟁입찰로 나눌 수 있다. 최소한 무난한 요건을 충족한 후보자를 제한시켜 경쟁시키는 것도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다. 우선 자격 요건을 내 거는 문제부터 책잡힐 일을 없애려 한다. 감정평가로 한정하면, 국토교통부가 수 년 전 지정한 ‘대형감정평가법인’요건이 가장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제한 경쟁입찰이라면 그 중에서도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지정한 3-4개 업체가 간택된다.

그러나 재건축과 보상 영역은 많이 다르다. 재건축은, 보상금을 많이 달라는 요구가 불필요하고 균형만 맞춰 달라는 소극적인 감정평가를 필요로 한다. 편하게 생각하면, 재건축은 소유자들이 구성한 조합이라는 법인격이 수행하는 자체 사업이다. 공익사업은 타인이 수행한다. 그래서 소유자 입장은 조합원들과 다르다. 지명도가 있고 실적이 많고 규모가 큰 업체가 무슨 소용인가. 이런 좋은 회사와 같이 일한다고 자랑할 일도 또 흐뭇해 할 일도 없다. 득 될 게 없다. 결국, 보상금의 결정 과정에 참여시킬 그들의 대리자가 돈을 얼마나 받아낼 수 있는지, 그런 의지가 있는지, 그럴 배짱, 담력은 갖췄는지 알아 볼 일이다.

합법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어떤 면에서는 정치적(?)으로 보상금 확보 투쟁에 나설 감정평가업자. 소유자 추천 감정평가업자 구인광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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