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로 보는 공무원 한국사
상태바
영화와 드라마로 보는 공무원 한국사
  • 노범석
  • 승인 2017.05.23 1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법국사 노범석 교수의 영화와 드라마로 보는 공무원 한국사>

‘나가거든’ 뮤직비디오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역사 드라마나 사극에서는 명성황후를 영웅과 같은 이미지로 그리고 있다. 1995년 드라마 <찬란한 여명>에서 열강들의 이권다툼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습으로 묘사된 이후 뮤지컬과 드라마 <명성황후>의 성공으로 명성황후에게는 “나라를 지키는 국모”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러나 명성황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었기에, 명성황후를 소재로 한 작품이 나올 때마다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러한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는 당대부터 있어온 듯하다. 황현의 『매천야록』에서는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살해된 후의 민중들의 반응을 서술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남의 나라 궁궐에 무단침입 해 국모를 죽였으니 분노해야 할지, 학정과 부패의 대명사인 민씨 일파의 수장이 죽었으니 기뻐해야 할지” 헷갈려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사치스러웠으며, 자신과 민씨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면서 국가의 각종 이권을 열강에 헐값에 팔아버린 점 등이 명성황후에 대한 주요한 비판이다.
 

 

미디어에서는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권력을 둔 암투 속에서 고종이 아무 힘도 없는 무능한 왕으로 그려진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도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대립 구도가 중심이 되고 있었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흥선대원군과의 갈등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흥선대원군이 면제배갑(방탄복)을 입은 수만의 군대를 이끌고 경복궁을 장악하려는 가상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명성황후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종이 즉위했을 때의 정치적 상황은 그간 조선왕조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왕조가 개창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보통 선대 왕이 죽어야 다음 왕이 즉위하기 때문에 왕조국가에서 국왕에게는 살아계신 부친이 없다. 그래서 임금이 스스로를 겸손히 부르는 말 중에 부친이 없이 외롭다는 의미의 ‘고(孤)’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고종에게는 엄연히 살아계신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있었다. 고종이 즉위했을 당시 흥선대원군이 10년 동안 섭정을 단행하였으나, 언젠가는 고종에게 권력을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고종의 친정이 있은 연후에도 권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는 대원군의 추종자들이 고종을 폐위하고 배다른 형제인 이재선을 국왕으로 앉히려다 적발된 ‘이재선 사건’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는 자식이 아버지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으며, 흥선대원군도 비록 아버지긴 하지만 자식이 국왕이기 때문에 고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 또한 용납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자관계가 얽힌 껄끄러운 정치적 입장은 명성황후를 통한 대리전 형태로 전개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구한말의 갈등 구도 속에서 미디어가 주목했던 인물은 명성황후를 호위했던 무사인 홍계훈이다. 신원은 확실치 않지만 무사 집안 출신으로 무예청 별관으로 관직을 시작한 그는 1882년에 일어난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를 그의 동생인 홍상궁으로 속인 다음 자신의 등에 업고 피신시킨 공으로 출세하였다.

장위영의 영관을 지냈던 그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을 때 양호초토사로 출전해 동학농민군과 대치하기도 하였다. 이후 을미사변 때 광화문 앞에서 일본군의 침입을 저지하다가 죽었으며, 고종은 그의 충직함을 기리기 위해 서울 남산 아래에 장충단을 세워 제향하였다.

뮤지컬과 드라마 <명성황후>에서는 이러한 홍계훈의 행적을 묶어서 명성황후를 지키려다 죽어간 순정남으로 묘사하였으며, 프랑스 소설가 줄리에트 모리오가 쓴 소설 <운현궁>에서는 홍계훈과 명성황후의 로맨스를 다루기도 하였다. 1996년 유명했던 무협작가인 야설록도 일간스포츠에서 명성황후와 홍계훈을 소재로 한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연재하였는데, 드라마 <명성황후>의 유명한 OST인 ‘나가거든’의 뮤직비디오는 드라마가 아니라 이 소설의 결말을 영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