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인터뷰] 입법연구의 글로벌 허브, 한국법제연구원 이익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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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 인터뷰] 입법연구의 글로벌 허브, 한국법제연구원 이익현 원장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5.19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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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학 박사 60여명, 법제연구원 잠재력 상당해”
“우리법, 신속하게 제정되나 정제되지 않는 측면”
“공무원 조직, 권한과 책임이 일치할 때 바람직”
“입법단계부터 공론화, 언론이 관심갖고 알려야”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2014년 세종시로의 이전을 완료한 한국법제연구원은, 국가입법정책의 지원과 법률문화 향상을 위해 1990년 7월에 설립된 정부출연 국책연구기관이다.

지난 해 8월 말 한국법제연구원 제12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익현 원장은, 제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법제처 사무관을 시작으로 30여년 법제처 공무원을 지냈다.

취임 당시 그가 내세운 비전은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입법연구의 글로벌 허브, 활력있는 한국법제연구원’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을 입법연구에 있어 국제적인 기관으로 자리매김시켜 국가발전을 선도하겠다는 것.

이원장은 이를 위해 당시 정체돼 있던 연구원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정책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선제적이고 적극적·능동적인 연구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친바 있다.
 

 

“한국법제연구원, 동량지재 충분히 나올 수 있어”

그에 따르면 법제연구원은 잠재력이 뛰어난 기관이다. 현재 박사가 60여명 있는데 대부분이 행정법 전공이고 그 중 20%는 헌법 전공이다.

공법 분야 박사들이 60명 가량 모여있는 국책연구기관은 국내에서 한국법제연구원이 유일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경우다.

국가입법정책에 조언을 하고 국내와 국외의 법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관리·보관해주는 법제연구원의 업무는 이런 연구인력의 역량 덕에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부처와 기관의 법제정비사업을 지원하면서 현안과 관련된 입법의 밑그림까지 짜주려면 탄탄한 법지식에 더하여 뛰어난 실무적 기술까지 갖춰야 한다.

한편 비교법적 연구가 법제연구원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외국어 능력 또한 상당히 중요한데, 앞으로는 이슬람권이나 남미와의 관계가 확대될 것을 고려하여 아랍어와 스페인어가 가능한 법학전공자를 보충할 계획이라고 이원장은 말했다.

로스쿨이 도입될 무렵에는 당시 한국법제연구원에서 10명 정도의 연구원이 교수로 발탁돼 나갔다. 그만큼 한국법제연구원 출신들이 우수한 법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

이익현 원장은 말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들에서는 연구원들 중에 청와대 비서관, 국가기관장 등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국책연구기관 소속의 연구원들이 나라의 동량지재로 활약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연구원에서도 얼마든지 그런 인물이 나올 것이라 봅니다.”

법제연구원은 지난 5월 8일 연구기관 평가 때도 2위에 올라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의 예측은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기반으로 했다.

“정책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법에 매력 느껴 본격 연구”

이익현 원장은 시골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대하던 때는 80년대 중반. 당시 취업은 쉽고도 흔한 일이었다. 가정형편이 넉넉진 않았지만 취업보다는 공직에 진출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그는 당시 수험생활을 오래 할 순 없는 환경이었기에 학부에서의 전공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행정고시를 선택했다. 다행히도 오랜 기간 걸리지 않아 합격을 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던 이원장은 이후 공무원이 되고서 부처를 택할 때 법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이 입법을 통해 제도화되고, 법제처가 그와 같은 정부정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생각에 별다른 고민없이 법제처를 택했다는 것.

이원장은 법제처 근무를 하면서 법을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성균관대 법학과를 야간으로 다녔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컬럼비아 대학 LLM 학위를 취득한 후 다시 성균관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원장 자신부터가 높은 연구역량과 법학에의 열정을 지닌 핵심인력이었던 것이다.

그가 원장 임기동안 추진할 역점사업은 어떤 것일까. 그는 “연구의 각 부서는 나름의 특성을 갖고 있어 모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면서, 법제실의 탄탄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크게 세 가지 점을 역점사업으로 제시했다.

첫째는 입법평가사업으로써 이 사업은 제정·개정되는 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사전적으로 평가해 법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원장은 “(이것이) 벌써 추진된 지 10년째 되는 사업인데 이제는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입법과정에서 적용하는 단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부터는 정부의 입법과정에서 공식적 업무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가 꼽은 두 번째 사업은 글로벌 법제다. 선진국가들의 법제를 비교하고 검토해 기후변화나 4차 산업혁명, UN이 2015년 채택한 의제인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등과 같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쟁점에 대한 법제연구를 하는 사업이다.

끝으로 그는 통일 이후, 즉 통일 시대를 대비한 법제연구사업도 거론했다. 법무부나 법제처 등 많은 정부기관이 하고 있지만 법제연구원은 연구원만의 특성에 맞게, 연구원이 해 낼 수 있는 결과물을 낼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우리 법, 신속한 대신 질이 떨어지는 측면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입각한 국제적 시각에서 그가 바라보는 우리 법제의 수준은 어떠할까. 이원장은 먼저 우리 법이, 산적해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처에 비교적 발빠른 편이라고 평가했다.

“일본만 하더라도 어떤 문제에 대한 입법적 해결을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우리는 새로운 입법조치를 하는데 신속한 편이고 따라서 법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다만 이 같은 장점이 다른 한편으론 우리 법의 취약점도 동시에 만들어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너무 많은 법이 급하게 제정되다 보니 정제되지 않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법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법제연구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법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증적인 자료와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입법이 이뤄져야 하고, 사전에 입법평가를 두루 거쳐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모두 법제연구원이 탁월하게 해낼 업무분야인 것.

이원장은 “입법에 이 같은 신중을 기하느라 자칫 그가 우리 법의 장점이라고 꼽았던 법적 대처의 신속함이 어느 정도 물러나게 되는 건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입법단계에서 거치는 여러 절차들을 통합해 간소화하고, 이를 통해 번 시간을 정확하고 적절한 입법인지를 검증하는 데 투여”하면 된다는 것.

절차의 개선과 간소화로 퀄리티와 신속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입법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정부 내 부처 간, 기관 간의 협업과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우리 공무원 조직,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 봐”

얼마 전 우리 사회는 공무원조직에 무거운 철퇴를 가했다. 조직의 수반인 대통령조차 그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개개인의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순 없지만, 상부의 부당하고 불법한 명령에 제대로 저항할 생각조차 못하게 만든 공무원 조직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이원장은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썩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가 몸담았던 공무원 조직에 대한 애정만큼은 숨기지 못하는 듯 했다.

그가 말했다. “우리 공무원 조직이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눈앞의 권력만 좇으며 불법한 명령을 따르던 공무원들이 결국 어떻게 되는가를 우리가 분명히 목도했고, 이는 공무원 조직에 큰 경각심을 안겨줬을 겁니다.” 즉, 이 일이 공무원의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행정의 개선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원장은 참여정부 때 혁신기획관을 맡아 공무원 인사와 조직의 혁신에 대한 일을 담당한 적이 있다. 그 때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바람직한 공무원 조직이란 권한과 책임이 같이 주어질 때 만들어진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무원은 공무를 수탁받은 사람들입니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남의 일을 수탁받은 사람은 직무에 충실할 의무가 있죠. 수탁받은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사실과 지식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자신의 이익과 충돌하면 수탁받은 업무를 우선하며, 신의성실에 따라 업무를 해야 합니다.”

공직은 이에 더하여 직무에 전념할 것과 청렴의무도 요구된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이러한 점들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공무원에게만 요구되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 공직을 시작할 때 공무원교육에서 다 배우는 사항들이죠.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들에 충실하면, 우리가 얼마 전 겪은 그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연구자, 특히 법제연구원을 진로로 생각한다면...

머지않은 때, 법학교육의 중심축은 전국 25개 로스쿨로 완전히 자리가 잡힐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로스쿨 박사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사회에 많이 나와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한국법제연구원에도 아직 국내 로스쿨 출신 연구원은 없다. 외국 로스쿨의 JD 과정을 마친 사람이 두 명 있을 뿐이다.

이원장은 로스쿨 출신의 선발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학문 연구보다 재판을 위한 기술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을 거친 법전원생들이 학문적인 조사,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법제연구원의 업무에 적합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원의 박사과정을 마치려면 그 과정에서 상당한 훈련을 거치는데, 그 훈련이 곧바로 그의 연구역량이 되고 연구자로서의 자질이 된다.

하지만 로스쿨 출신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그에 비견할 만한 자체 트레이닝 과정을 따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게 이원장의 진단이다.

연구자로서 ‘대학에 있는 것’과 ‘법제연구원 소속인 경우’의 비교를 청했다. 이원장은 뚜렷한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먼저 정년이 60세인 법제연구원에 비해 대학교수의 정년이 65세라는 점은 큰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법제연구원은 정부예산지원을 받기 때문에 연구과제 선정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대학 구성원보다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국가정책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 위주로 연구주제를 선정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이원장은 “생동감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법제연구원의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은 실용학문이기에, 법을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고 그렇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평가해 입법적 개선을 하면서 발전해 간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이러한 과정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법제연구원의 장점을 설명했다.

법률저널 창간 19주년에 부쳐...

이익현 원장은 올해 창간 19주년을 맞은 법률저널에 대하여 축하와 당부 두 가지 뜻을 전해왔다.

그는 먼저 “19년이란 세월을 이어오기까지는 숱한 어려움을 만났을 텐데, 이제 성년이 다 되었으므로 자생력을 갖춘 언론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는 축하를 전했다.

한편 그는 법률저널에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법률저널이 창간하던 19년 전과는 언론환경이 상당히 달라진 만큼 앞으로 도전과 변화를 멈추지 않는 신문이 되어달라는 것.

그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두 번이나 강산이 변하는 20년이란 기간을 잘 성장해 왔다고 봅니다. 사람에 있어 30년은 한 세대가 바뀌는 기간입니다. 앞으로 또 10년,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 속에서 한 세대를 버텨낸 법률저널로서, 처음 모습과 확연히 달라진 우리 나라의 법문화를 선도해 가는 법률저널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법을 다루는 몇 안 되는 중요한 언론으로서, 지금의 언론보도가 법해석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는 것과는 차별적으로 입법과정부터 관심을 갖고 조명해 주는 언론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법에 대한 보도들은 대개가 판사나 검사, 변호사들의 법률에 대한 해석과 판례 등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입법단계가 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한 해 동안 200건 정도의 입법이 이뤄지는 데 비해 우리는 한 해 정부입법과 의원입법을 합쳐 1,000~2,000건의 입법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언론이 선도적으로 법이 제정되기 이전 단계부터 공론화를 시켜, 대중에도 충분히 알리고 법률가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 줘야만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입법이 생활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입법단계에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가 정작 입법이 된 후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알려진 부정청탁금지법이 대표적인 것 같습니다. 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는 별다른 논쟁이 없다가 공포된 후에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 법에 반대하는 기자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언론에서 이 법의 집행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세한 내용까지 지적했는데, 이것이 법을 정착하는데는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익현 원장은, 양질의 법제와 국민들의 높은 법지식 형성, 나아가 국가의 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법률저널이 일조해 주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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