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1)- 정치적 다수결과 개인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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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1)- 정치적 다수결과 개인의 자유
  • 강신업
  • 승인 2017.05.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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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우리 사회에서 개인은 과연 다수로부터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자유가 적어도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권리를 의미한다고 할 때,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정부, 여론 그리고 대중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의 토대인 다수결주의(多數決主義)는 소수의견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만약 민주주의가 다수의 뜻에만 따르는 것이라면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다수의 독재일 뿐 민주주의라 부를 수도 없다.

우리 사회에는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극빈자, 소수종교의 신도 등 수많은 소수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도 정치, 경제, 외교, 문화 각 분야에서 많은 소수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현대 사회는 극도로 분화되어 있어 어떤 영역에서는 다수에 속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분야에선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소수에 대한 다수의 배려가 부족하다. 다수결주의는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고, 이에 지친 현대인들은 대중과 여론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개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사회공동체로부터의 자발적 이탈을 시도하고 있다. 가령 혼밥족, 혼술족 등 소위 ‘나홀로족’이 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여론과 대중이라는 다수로부터 자신의 자아를 지키려는 조용한 저항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의 자살률이 1위를 달리는 것 역시 대한민국 사회가 소외되고 고통 받는 소수에 대한 배려와 관용의 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우리가 다수결을 민주주의의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아들여선 안 되는 이유는 다수결에 따른 선거 결과와 국민의 의사가 같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다수결은 64%를 넘지 않으면 제3의 안이 나왔을 때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64% 다수결 원칙”에 따르면 그 이하의 다수결 결과는 진정한 다수의 의견이 아닌 셈이기 때문에 과반수(過半數)를 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국민의 뜻이라고 할 수도 없다. 특히 국가의 과제를 두고 다수와 소수가 근소하게 갈릴 경우 다수결에 의한 결정은 자칫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합법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특히 다자간 대결에서 다수결로 합법성과 정당성까지 확보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국가가 정책을 무리하게 추구할 경우 실질적 정의와 평등을 해칠 수도 있다.

국가의 가치가 궁극적으로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의 가치라고 할 때 국가가 개인의 가치를 훼손한다면, 이는 국가의 자기부정(自己否定)이 된다. 따라서 국가의 큰 방향이 다수결에 의해 정해질 때조차도 국가는 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가치를 골고루 담으려 노력해야 한다. 존 슈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자유론에서 말한 것처럼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는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적 권위와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균형지울 것인지는 우리 시대의 중요 과제가 되었다. 어쩌면 오늘날처럼 다기화(多岐化)되고 다분화(多分化)된 사회에서 다수결주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야 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 사실 다수결주의는 형식적 평등을 달성하는 데는 유용한 도구일지 모르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에는 부족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성숙도는 그 사회의 일원인 개인이 정부와 대중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개인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여론과 대중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다. 만약 정부가 정권의 이념과 맞지 않는다거나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의 도입을 소홀히 한다면, 이는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고 개성이 파멸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대한민국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은 다양성의 대폭적 확대다. 정치적 다양성은 물론이고 개인의 삶 자체가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가 전개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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