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 보수파의 어려움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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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 보수파의 어려움과 희망
  • 신희섭
  • 승인 2017.05.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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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장미대선도 끝이 났다. 이번 선거는 한국의 이념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혁신계열의 심상정 후보에서부터 강경보수의 홍준표 후보까지 5명의 대선 후보들이 넓은 이념 스펙트럼에서 마치 도열하듯이 자리를 잡고 경쟁하였다. 가장 좌에 심상정 후보가 있고 오른쪽으로 문재인 후보가 있고 그 오른쪽으로 안철수 후보 그리고 유승민 후보 마지막으로 훙준표 후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기 드문 선거였다.
 
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와 이 인사가 내가 생각하는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에 타당한지를 두고 판단의 어려움을 겪었다. 보수가 진보적인 정책제안을 하기도 하니 과연 사람 말고 이념으로 투표를 한다고 하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겠나 하는 걱정.
 
한국의 보수라는 이념과 진보라는 이념은 교과서에 나오는 서구식 보수와 진보의 의미와 다르다. 일례로 서구에서 진보세력은 국가 개입을 통해 시장영역을 개혁하고자 하며 보수세력은 국가개입을 거부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보수가 국가의 개입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한편 1960년대 이후 발전주의 국가전략을 통해서 국가를 구성하고 운영하였다. 한국의 진보는 권위주의시기에 합법적인 투쟁을 통해 법치주의를 지지하였는데 이것은 서구의 보수주의가 자신들을 보호 할 때 사용한 개념이다. 
   
한국정치를 보는 데 있어서 진보와 보수는 중요한 축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의미를 좀 더 명료화하면 정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한국에서 보수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는 “보수세력은 있지만 보수이론은 없다”는 명제가 있다. 보수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 무엇을 보수라고 지칭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꼬집는 것이다. 보수정당과 보수파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실제로 그렇다. 
   
물론 한국만 보수파가 특수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통과 가치를 강조하는 이론이다. 서구 국가들 역시 지키고자 하는 전통과 가치가 달랐고 역사에서 정치적 발전과 경제 발전정도가 달랐기에 국가들 마다 보수주의 입장이 다르다. 영국은 명예혁명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온건보수가 존재할 수 있으며 독일은 늦은 산업화를 만회하기 위해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이론을 가지고 있어 민족주의색채의 보수파가 강하다. 미국처럼 사회주의 혁명이나 위협이 없는 국가에서는 자유주의를 두고 어떤 식의 자유주의를 지지할 것인지로 보수와 진보가 갈리기도 한다. 
   
그러니 한국이 보수 역시 특수성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보수라고 할 때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기존의 것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자세와 정치적 입장과 운동으로서의 보편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보수 역시 기존의 전통과 가치를 유지하고자 하는 보편적 속성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는 특수성이 강하다. 이중 가장 강한 것은 서구에서는 진보파가 혁명과 질서변혁을 가하면 보수파가 대응하는 것과 달랐다는 점이다. 민주화이전까지 한국에서는 보수가 주도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면 진보가 대응하는 역의 논리로 역사가 진행되어왔다. 국가건설과 산업화를 주도하면서 보수는 한국전쟁이후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고 그래서 서구에서 진보파가 할 일을 수행했다. 반면에 해방이후 급격히 약화된 진보는 권위주의 시기 주도권을 쥐지 못하였고 민주화시기 까지 보수파에 대항 논리를 만드는 식이었다. 
 
게다가 한국보수파는 일본제국으로부터 독립이후 한국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전통과의 단절 속에서 근대화를 추구하였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보수는 자신들의 정통성을 내세울 수 있는 역사와 전통을 부정하면서 보수주의 정치논리를 만들어야 하는 자기 모순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전쟁과 냉전으로 인한 외부세력의 압도적인 규정력은 한국을 세계 시간 안에 들어가도록 압박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 보수 세력의 토양이었다.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미국의 전략에 의해 한국 정부의 전략이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면서 한국은 반공주의와 발전전략을 중심으로 하면서 권위주의를 현실정치운영의 동력으로 삼았다. 민주화이전까지 권위주의의 현실적 권력 작동방식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의 표면적 가치와 충돌하였다.1)
   
이 복잡한 현상들을 정리하자면 한국의 보수가 겪는 어려움은 우선 지켜야 할 가치와 역사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있다. 자유주의를 지지하면서도 과거 권위주의를 이론적으로 거부하지 못하는 이중적인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반공주의로 거부의 논리를 만들었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패러다임 제시가 안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에서 보수에게 희망은 있다. 전통으로 내세울 새로운 자산들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빠른 국가건설과 산업화의 성공이라는 유산과 함께 민주화 30년의 유지는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이번 탄핵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상생활을 아무 불편 없이 영위하였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공고화를 이루었고 이것도 우리가 이제는 내세울 수 있는 전통이 된 것이다. 건강한 보수가 자신 있게 가치와 전통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은 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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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강정인, “한국보수의 비교사적 특징: 서구와의 비교” 『보수와 진보의 대화와 상생』 (파주, 나남, 2010),pp-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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