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 대통령제 시작한 미국에서 방향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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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 대통령제 시작한 미국에서 방향 찾을까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5.18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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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유, UC 버클리 로스쿨 교수 발제
한국vs미국 대통령제, 어떻게 다른가
“차이 분명 존재, 도식적 모방 안 돼”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익현)이 지난 10일, 세종시에 위치한 한국법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존유(John Yoo) UC 버클리 로스쿨 교수를 발제자로 초청해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권한 비교-개혁의 기회’라는 주제로 입법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입법정책포럼은 미국대통령제도의 발전과정을 살펴보고, 한국과 미국 대통령제의 유사점 및 차이점을 분석해 한국 대통령제도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발제자인 존유 교수는 하버드 대학교와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연방대법원, 미국 상원, 미국 법무부 등을 거치며 지금까지 20년 넘게 버클리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3월, UC 버클리 법대에 공식 개설된 한국법센터(KLC, Korea Law Center) 설립을 주도한 공동의장이기도 하다.

KLC는 한미 양국의 학부생과 대학원생, 법학자, 판사, 변호사, 기업인들에게 양국 법률 교육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 대법관으로서 개소 기념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양창수 교수는 “한미간 법률분쟁의 실질적 해결을 촉진할 미국 유일의 센터로써 KLC 설립은 의의가 크다”며 “한국과 미국 간 법률적 학문과 인력교류가 KLC를 통해 활발하게 일어나길 바란다”는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지난 2015년 11월 한국법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최신 쟁점과 과제 등을 활발하게 논의하면서 지금까지 상호 간 학문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 존 유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사진 김주미 기자

연방제인 미국, 우리와 ‘고민 지점’ 다르다

존유 교수는 미국 대통령제의 탄생을 미국의 정치 사상가인 알렉산더 해밀턴으로부터 찾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도 꼽히는 해밀턴은 헌법제정회의에 뉴욕 대표로 참가, 미국 헌법의 제정에 공헌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정부에서 초대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는데, 조지 워싱턴과 같은 연방주의자로서 반연방주의자인 토머스 제퍼슨과 크게 대립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존유 교수는 해밀턴이 존 제이, 제임스 매디슨과 함께 공동저술한 ‘연방주의자 논문집’을 소개했다. 이는 연방헌법 비준 성립을 위한 논쟁을 주도했던 소논문 형식의 글로, 미국에서 쓰여진 저술들 중 정치이론에 지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손꼽히고 있다.

‘연방주의자 논문집’은 대통령제에 관하여 제70장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힘은 좋은 정부를 정의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거나 ‘약한 대통령은 행정권의 미약한 집행을 암시한다. 미약한 집행이란 나쁜 집행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야 어떠하든지 간에 집행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정부는 현실에서는 나쁜 정부임에 틀림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연방제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에서, 주로 ‘강한 집행력을 가진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의 결집’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중앙집권적이고 제왕적인 대통령 권한을 어떻게 견제할지를 생각하는 우리와 고민의 지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성공적 대통령제를 위한 필수요소

‘연방주의자 논문집’에서는 대통령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구성요소로 ‘통합, 지속성, 적절한 지원, 유능한 권한’ 등 네가지를 제시한다.

이 중 ‘통합’에 대하여는, ‘이원화된 통치는 잘못을 감추고 책임을 파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의회’란 ‘행정부를 약화시키며 습관적인 무력함과 지연을 양산하는 존재’라고 규정, “대통령의 선의에는 장애물이 되고 종종 그의 나쁜 점에는 도구 혹은 공범이 되며, 대개는 항상 그의 잘못을 은폐하는 망토가 된다”고 신랄하게 비난한다.

입법부와 행정부 간 엄격한 권력 분립을 중심으로 설계된 미국의 대통령제이지만 이렇듯 성공적인 대통령제를 위해서는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하는바, 입법부와 행정부가 융합된 정부 형태인 의원내각제와의 조화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엿볼 수가 있다.

한편 ‘지속성’의 요건과 관련해서는 임기와 중임 여부를 논한다. 논문은 “짧은 임기란 곧 행정권자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정책과 다수결 원칙의 변덕을 낳는다”고 봤다.

반면 임기가 길어질수록 안정성은 증대되며, 재선가능성이 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위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측면도 꼬집었다.

존유 교수는 이 같은 필수요소들을 바탕으로 미국 대통령제가 현재와 같은 발전을 이루었으며, 현재는 통상 규정 뿐 아니라 지출과 과세 같은 자국 내 대부분의 문제에 대한 권한을 의회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포럼에는 한국법제연구원 이익현 원장(오른쪽에서 네번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김준영 이사장(왼쪽에서 네번째), 국책연구기관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 사진 김주미 기자

한국 vs 미국, 유사점과 차이점은?

한국의 대통령제와 미국 대통령제의 유사점 및 차이점은 크게 구조적 측면과 실질적 측면에서 이야기될 수 있다. 먼저 구조적 유사점으로는 △국민에 의한 독립된 선거방식 △입법부와의 제한적인 협조 △정부기관 인사와 임명 및 통제의 점이 거론된다.

실직적 측면에서는 △‘행정권’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점 △국가안보 및 외교문제에 대한 통제 △법 집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점이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국의 구조적 차이점에 대하여는 한국은 ‘확산 구조’로, 미국은 ‘통합 구조’인 것으로 존유 교수는 평가했다.

한국의 국무총리와 국무회의 체제, 임기 5년 단임 등은 대통령제를 확산적으로 만드는 요소인 반면 부통령과 내각 체제, 임기 4년 중임제를 가진 미국 대통령제는 통합적 구조라는 설명이다.

특별히 그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양국의 차이점을 중요하게 지목하기도 했다. 한국은 ‘헌법과 법률상 중대한 법위반’이라는 사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으로 탄핵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 대통령의 탄핵 사유인 ‘반역, 뇌물수수 또는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는 정치적인 의미로서 의회가 사안별로 판단한다.

우리는 지난 3월,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된 사례를 만들어냈으나 아직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된 사례가 없다.

최근 높아져 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 문제는, 탄핵안 발의 단계를 넘어 상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산을 넘는 것이 가장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이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내렸던 이민 행정명령을 뒤집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행정명령’은 한국에도 존재하는바, 다만 양국의 행정명령은 기능과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이 차이는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법률안 제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즉, 한국의 행정부는 ‘법률안 제출권’을 통해 정책 집행을 위한 법안을 직접 만들어 제출할 수 있지만, 그러한 권한이 없는 미국은 여소야대 등으로 인해 국회에서 발목 잡히는 상황에 대비하여 헌법이 직접 대통령에게 행정집행 명령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이 행정명령은 어떤 경우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지니기도 하며, 연방부처는 이 행정명령을 근거로 법규와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령도 바로 이 행정명령이었다.

이 같은 발제를 바탕으로 존유 교수는 “얼마 전 조기 대선을 치른 한국이 이 시기를 개혁의 때로 잘 활용하려면, 미국 대통령제의 사상적 근원, 발전과정, 운용 모습 등을 통해 그로부터 유사점과 차이점을 파악하고 한국이 취해야 할 방향성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날 포럼에서 플로어 질의 통역을 맡은 한국법제연구원의 최유경 박사는 “우리 대통령제와 미국 대통령제는 많은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식적으로 미국이 하는 것이라 해서 우리도 그대로 들여온다면, 그로부터 야기되는 문제점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개헌논의가 있을 때마다 항상 정부형태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한국의 대통령이 제도적으로 가지고 있는 권한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한국의 정치문화와 역사에 맞게 다각적이고 신중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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