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과 로스쿨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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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과 로스쿨 도입
  • 박상기
  • 승인 2004.08.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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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연세대 법대학장


작년 10월부터 대법원에 사법개혁위원회가 설치되어 현재 중요한 사법개혁 안건들이 논의중이다.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을 비롯하여 군 사법제도 등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들이 대상 안건들이다. 로스쿨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로스쿨은 어쩌면 국민에게 가장 관심있는 사항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로스쿨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현행 사법시험제도가 안고 있는 제도적 한계와 문제점 때문이다. 즉 현행 사법시험은 정원을 제한하여 선발하는 시험으로서 자격시험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선진국 대부분이 자격시험을 통하여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로 인하여 수많은 학생들이 응시하지만 합격률은 한자리 숫자이고 합격자 평균 연령은 30세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외국에서 수학하거나 국제적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나 가능성이 극히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또한 응시자에 비해 너무 적은 합격정원은 치열한 시험경쟁을 초래하고 이는 법학교육을 시험공부 위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험과목이 아닌 법학분야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법학연구의 전문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사법연수원 졸업생의 취업난을 말하지만 그래도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1000명에 이른 결과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러나 변호사가 필요하던 직역에 조금씩 진출하는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확대되어야 하며, 우리 사회에 변호사 직역확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여전히 정원제의 시험제도로는 선진국형 법률서비스 시장의 도래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법조인을 중심으로 적정 변호사수 등을 제기하며 반박하지만 적정 변호사수는 그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직역 이기적 계산법일 것은 불문가지이다.


로스쿨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로스쿨에 대해서는 우리와 법체계가 다른 미국식 교육제도이므로 도입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로스쿨을 제도로써 도입하는 것과 구체적 교육내용은 다르다. 로스쿨을 도입하더라도 그 교육내용은 우리 법체계에 맞는 내용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로스쿨 도입의 가장 중요한 핵심목표는 사법시험의 변호사 자격시험화이다. 변호사 자격시험화는 과도한 시험경쟁 보다는 자격취득 후의 경쟁력을 생각할 수 있게 함으로써 법학교육의 내용과 목표가 지금과 달리 설정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격시험화가 실현되지 않은 형태의 로스쿨 도입은 개혁이 아니라 현상을 더욱 고착시키는 개악의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그 동안 사법개혁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왔다. 이 점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써 상당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최근에 전국적으로 1,200명 규모의 로스쿨 도입을 추진할 의향을 비친 것은 우려할 만하다. 이 정도 숫자로는 사법시험의 자격시험화는 불가능하며, 변호사 증원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학연구의 기반을 뿌리부터 흔들 위험성이 내재된 제도임을 지적한다. 그 이유는 이러한 소규모의 로스쿨은 법학연구자의 수를 전국적으로 200명대로 제한하게 될 것이고, 추가적 수요는 사라져서 법학연구자 후속세대의 단절현상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한된 정원의 로스쿨 도입만이 변협 등의 반대를 무마할 수 있다면 로스쿨 도입은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차
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제도개혁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 법학연구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형태의 로스쿨은 법학교육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서울신문 ‘열린세상’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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