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로스쿨’ 만들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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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로스쿨’ 만들 작정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04.08.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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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방안으로 거론되는 ‘로스쿨’(법학전문 대학원)의 구체적인 윤곽이 나왔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의 로스쿨 전문위원 연구반은 로스쿨 세부안을 마련해 사법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했다.


사개위에 제출된 세부안은 전체회의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로스쿨에 찬성하는 위원들의 입장이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개위는 다음달 로스쿨 세부안 등을 토대로 한 두 차례 전체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위원 표결로 로스쿨 도입 여부를 확정지을 방침이다. 사개위 위원들의 다수가 로스쿨 도입을 찬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로스쿨 도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게다가 여야가 로스쿨을 2007년부터 설치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했기 때문에 로스쿨 도입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가 세부안에 주목하는 것은 로스쿨 수와 총원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단일 의견을 내지 못했지만 각 로스쿨의 정원은 학년당 200명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또 전국의 로스쿨 총원은 1200명 이하로 제한하고, 5개 고등법원 관할 지역에 로스쿨을 골고루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로스쿨의 입학정원은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고려한 발상으로 이는 변협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법조인 양성 및 선발제도의 개혁을 통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국민에게 더 많이 제공하자는 로스쿨 도입의 근본 취지를 흩트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현행 사법시험제도가 안고 있는 제도적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로스쿨 도입만이 개선책인지 수차례 지적했었다. 로스쿨이 필요한 이유를 드는 것은 현재의 법학교육 시스템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분쟁과 사회변화의 흐름을 뒤쫓아갈 수 있는 전문 법률가를 길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법연수원도 법관과 검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판결문을 쓰고 소장을 작성하는 송무 기술을 가르치는 데 치중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법률가 양성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로스쿨을 만들면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인가. 현재의 법과대학들은 특정분야 전문법률가를 키워낼 수 있는 교수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풍부하고 다양한 현장실무 커리큘럼을 운영할 수 있는 대학은 얼마나 될까. 인적․물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로스쿨에서 양성해낸 법률가가 법률개방과 함께 쏟아져 들어올 외국 변호사에게 맞서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로스쿨 도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법시험의 변호사 자격시험화이다. 이런 자격시험화의 전제조건은 많은 인원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도 로스쿨 총원을 1200명으로 제한하는 것은 사법시험의 자격시험화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변호사 증원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수 없는 수치로 ‘무늬만 로스쿨’이 될 공산이 크다. 로스쿨을 굳이 도입하겠다면 국민들이 보다 염가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로스쿨제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 로스쿨 입학정원의 규제를 통해 변호사수를 일정 수로 유지해 법조직의 기득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국민 전체의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권과는 거리가 멀다. 


로스쿨의 방향은 현재의 법조인 양성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21세기 국가적․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충실한 법학교육을 담보해낼 수 있도록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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