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진 박사의 형법 사례형 판례정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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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진 박사의 형법 사례형 판례정리-2
  • 신호진
  • 승인 2017.05.1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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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진 법학박사, 한림법학원 강사, 고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사례형 판례-2

【사안】 폭력조직인 ‘붕동파’의 조직원 甲외 5인은 자신들의 동료를 납치·폭행한 ‘타워파’ 조직폭력원 乙 등에 대한 보복을 결의한 후, 교보장여관 302호실에서 잠을 자던 丙을 乙로 잘못 알고 각목과 쇠파이프로 마구 때리고, 낫으로 팔·다리 등을 닥치는 대로 여러 차례 힘껏 내리찍었다. 丙은 심한 자상(刺傷)으로 인한 급성신부전증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중, 음식과 수분섭취를 철저히 억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밥과 콜라를 함부로 먹은 탓에 폐렴·패혈증·범발성혈액응고장애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여 사망하였다.

甲 등의 죄책은?

[1] 문제의 제기

1) 甲 등에게 丙의 사망에 대하여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살인죄가 문제되고, 과실이 인정된다면 상해치사죄가 문제된다. 여기서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의 구별이 문제된다.

2) 甲은 乙을 살해할 고의를 가졌지만 丙을 乙로 오인하고 살해하고 말았다. 이 경우 사망한 丙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것인지와 관련하여 구성요건적 착오가 문제된다.

3) 丙은 김밥과 콜라를 함부로 먹은 탓에 사망하고 말았는데, 이와 같이 피해자의 과실이 개입한 비유형적 인과관계의 경우에 甲의 행위와 丙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2]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의 구별기준

1. 학 설

이에 대해서는 1)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경우는 미필적 고의이고, 용인하지 않은 경우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는 용인설(통설), 2)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구체적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행위하였을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는 가능성설, 그리고 3)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점을 진지하게 고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구성요건실현의 위험을 감수한 때에는 미필적 고의가 되고,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때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는 감수설 등이 대립되어 있다.

2. 판 례

판례는 “피고인이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더라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함으로써 용인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3. 결 어

가능성설은 고의의 의지적 요소를 무시하여 인식 있는 과실을 고의에 포함시킴으로써 고의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감수설에서의 감수는 어떤 결과를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의지나 정서적 태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인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용인설이 타당하다.

4. 사안의 검토

사안에서 甲 등은 丙에게 무자비한 린치를 가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丙이 사망할 가능성은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丙이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격을 가한 점을 보건대 丙의 사망을 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甲 등에게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3] 구성요건적 착오

1. 학 설

사안에서 甲 등은 乙을 살해한다고 인식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丙이 사망하였다. 이러한 착오가 있을 때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1) 행위자가 인식한 범죄사실과 현실적으로 발생한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일치하는 경우에만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의 성립을 인정하는 구체적 부합설, 2) 행위자가 인식한 범죄사실과 현실적으로 발생한 범죄사실이 법정적으로 부합하는 경우에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기수를 인정하는 법정적 부합설, 그리고 3) 인식사실과 발생사실이 구성요건 또는 죄질을 달리하는 경우에도 가벌적 사실이라는 점에서 추상적으로 중첩하는 범위 내에서 경한 죄의 고의기수를 인정하는 추상적 부합설이 대립되어 있다.

2. 판 례

판례는 구체적 사실의 착오라면 객체의 착오나 방법의 착오를 불문하고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를 인정함으로써 법정적 부합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3. 결 어

법정적 부합설은 고의는 추상적으로 어떤 객체의 종류에 관련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행위자가 특정한 공격대상을 지목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고, 추상적 부합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의사를 벌한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따라서 구체적 부합설이 타당하다.

4. 사안의 검토

사안에서 甲 등의 착오의 형태는 행위객체의 동일성을 착오한 경우로서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위의 어느 학설에 의하든 발생사실에 대하여 고의가 인정된다. 따라서 甲 등에게는 丙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

[4] 인과관계 및 객관적 귀속

1. 인과관계의 인정 여부

⑴ 학 설

피해자의 과실이 개입한 경우 인과관계의 판단방법에 대해서는 1) “일정한 선행사실이 없었다면 결과도 발생하지 아니하였다”(conditio sine qua non 공식)는 논리적 조건관계만 있으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조건설, 2) 사회생활상 일반적인 생활경험에 비추어 그러한 행위로부터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상당인과관계설, 3) 결과가 행위에 시간적으로 뒤따르면서 그 행위와 자연법칙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때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합법칙적 조건설(다수설) 등이 대립되어 있다.

⑵ 판 례

판례는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 다른 사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상당인과관계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大判 93도3612).

⑶ 결 어

조건설에 의하면 논리적 조건관계에 있는 모든 조건은 등가치이므로 인과관계가 긍정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상당인과관계설은 사실판단과 규범판단을 동일차원에서 취급하여 인과관계의 문제와 결과귀속을 혼동하고 있다. 따라서 합법칙적 조건설이 타당하다.

⑷ 사안의 검토

사안에서 丙은 김밥과 콜라를 함부로 먹은 탓에 사망하고 말았는데, 이처럼 행위가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다른 원인이 개입하여 최초의 원인행위와 결합하여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비유형적 인과관계라고 한다. 이 경우 합법칙적 조건설에 의하면 甲 등의 행위와 丙의 사망 사이에 자연법칙적으로 연관성이 있으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그러나 합법칙적 조건설도 conditio sine qua non 공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건설과 마찬가지로 인과관계의 지나친 확대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객관적 귀속이론에 의하여 형법적 귀책의 범위를 제한하여야 한다.

2. 객관적 귀속의 인정여부

⑴ 학 설

비유형적 인과관계의 경우에 객관적 귀속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1) 구체적으로 나타난 결과에 대한 객관적 예견가능성의 척도에 따른다는 견해와, 2) 선행행위와 결과 사이에 타인의 중대한 과실이 개입한 경우에는 결과의 선행행위에 대한 귀속을 부정하고, 개입행위가 경과실 또는 적법한 행위일 경우에는 귀속을 긍정하는 견해가 있다.

⑵ 판 례

“행위와 결과 사이에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 다른 사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1)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大判 2014도6206).

⑶ 결 어

개입행위의 성질에 따라 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행위자가 지배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귀속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객관적 예견가능성의 척도에 따르는 1)설이 타당하다.

⑷ 사안의 검토

객관적 예견가능성의 척도에 따르는 견해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심한 자상으로 인한 급성신부전증 환자가 음식물의 섭취를 잘못하여 증세가 악화되어 사망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예견이 가능하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객관적 귀속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문제의 해결

사안에서 甲 등은 乙을 살해할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丙을 살해하였는데, 이와 같은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의 경우에는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므로 丙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 그리고 피해자의 과실이 결합되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지만, 甲 등의 행위와 丙의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 및 객관적 귀속이 인정되므로 甲 등에게는 丙에 대한 살인죄(제250조 제1항)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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