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문재인 정부의 시작, 친구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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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문재인 정부의 시작, 친구 맺기
  • 오시영
  • 승인 2017.05.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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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따뜻한 사람의 시대”가 도래할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시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틀째 고민하다, 필자는 “따뜻한 사람의 시대”라는 말로 문재인의 시대의 첫 단추를 정의하려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유세 중 그가 강변했던 “저는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작은 아주 믿음직한 친구, 문재인이를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감이 됩니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 아니겠습니까?”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출마의 변을 “문재인의 친구인 노무현”이므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1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 말을 하였을 때만 해도 세상은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하던 시대였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쪽에서 인권변호사로 노동시국사건을 열심히 변론하는 변호사쯤으로 알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출마의 변 치고는 참으로 초라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곱씹어보면 노무현 당시 후보가 얼마나 문재인이라는 한 인간을 높이 평가하고 깊이 존경하였는지 알 수가 있다. 인격적인 그를 친구로 둔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인간인지를 알아달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간절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청출어람-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이라는 말이 적확히 들어맞는 예일지 모르겠지만, 문재인에게서 노무현이 나왔고, 노무현에서 문재인이 나온 듯한 생각마저 든다. 청출어람이 의미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노무현 시대를 뛰어넘을 것이라 믿는다. 지난 14년 동안 권력의 중심축에서 국가권력을 집행하며, 아니면 바깥에서 부단히 공격당하며 단단히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하지만 냉정한 지성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훌륭한 분이지만, 그의 격정과 세월을 앞당기고 싶어 했던 조급함이 노무현 자신을 심하게 망가뜨린 면이 많았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조급하고 성급했던 그의 격정적 언어는 반대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였고, 결국 본질은 사라지고 말로써 말이 많은 분쟁의 와중에서 무척 힘들었던 시대가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은 많은 이들로부터 무시를 당했고, 조금은 직설적인 언어 표현의 거칠음 때문에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그의 말을 붙잡고 늘어질 때 필자는 “노무현 예찬론”이라는 칼럼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라는 말이야말로 대통령직을 정말 잘해 보고 싶다는 반의법의 정수”라고 밝힌 바도 있다. 우리 모두 정말 잘해보고 싶을 때 “자식 때문에 아비 노릇 못해먹겠다.”거나, “종업원들 때문에 사장 노릇 못해 먹겠다.”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의 또 다른 표현이었기에 저 말의 정당성을 변명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시대는 노무현 시대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선 언어와 행동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약간의 글쟁이라고 할 수 있는 필자가 보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말의 실수”가 없다. 완벽한 언어를 구사한다. 물론 구강구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부모님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었을 이북사투리와 그가 태어나 자란 경상도 사투리가 뒤범벅이 되어 형성된 언어습관인지 음성에 탁음이 섞여 있거나 저음이어서 명확하게 들려오지 않는 경우가 간혹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에게는 그의 말의 의미가 어느 누구의 표현보다도 명확하게 이해되어 왔다. 사용하는 말에 비문이 없고, 단어가 아주 고급스럽고 적확하다. 명확하게 핵심을 전달하기 때문에 말에 논리적 비약이나 황당함이 없다. 차분하게 자신의 의도를 표현한다. 비속어가 사용되지 않음은 언어를 통한 인품이 드러난다. 지나치게 어려운 전문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은 듣는 이에 대한 배려가 있다. 무엇보다도 말만 번지르르하지 않아 듣는 이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진지하여 맥이 빠지게 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재미가 없는 경우마저 있을 수 있지만, 정치지도자의 말은 오히려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당선 후 지난 이틀간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 아주 재미없는 사람만은 아닌 듯 싶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말실수가 없는 사람은 행동함에 있어서도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말실수나 행동실수가 꼬투리가 되어 쓸데없는 분쟁의 구렁텅이에 내몰리지 않는다. 그런데 말이나 행동에 실수가 없는 사람은 인간미, 다시 말해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 점에서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을 갖춘 법조인, 논리로 무장되어 있어 말이나 행동에 실수를 잘 하지 않는 인문주의자가 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두 덕성을 함께 겸비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는 아주 극단적인 두 사람이 등장하였다. 바로 문재인과 홍준표였다. 두 사람 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같은 세대라고 할 수 있는 필자로서는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가슴에 생생하다. 6.25 전쟁 마무리쯤에 태어나, 매 끼니를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시기를 보내야 했고, 미국이 원조하는 강냉이죽과 강냉이떡을 끼니때마다 배급받으며, 단단하게 굳어버린 고체우유를 가루로 빻아 먹어야 했던 시대를 같이 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둘 다, 어린 시절의 가난을 딛고 일어나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한 사람은 인권변호사의 길을, 또 한 사람은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파견근무, 권력자들을 때려잡는 모래시계 검사의 길을 걸으며 자신들의 꿈을 키워왔다. 한 사람은 인권변호사의 길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다른 한 사람은 재벌기업이 부럽다고 공공연히 티비대선토론과정에서 밝혔다. 한 사람은 자신의 출신이 흙수저였기에 흙수저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의 편에 서겠다고 한 반면, 다른 또 한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다면서 스스로 강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해 왔다고 실토하였다. 한 사람은 겸손의 길을 택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강력한 엘리트의식으로 상대방을 휘어잡기 위해 언어와 행동에서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였다.

결과는 약하고 부드러운 길을 선택한 문재인 후보가 강하고 단단한 길을 선택한 홍준표 후보를 이겼다. 약자가 강자가 되어 다른 강자들을 잡겠다는 방식보다는 약자가 약자인 채로 약자의 편이 되어 약자들의 모여진 힘을 통해 결과적으로 강자를 이기는 방법이 더 슬기로운 방법임을 국민들이 인정해 주었다. 세상의 공기가 달라졌다. 지난 이틀 동안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니 세상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여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선되자마자 극렬한 반대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을 방문하고, 나머지 경쟁 당들을 일일이 방문하여 그들의 협력을 구하는 낮은 자세는 높이 살만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고, 그들과 셀카를 찍으며 “국민 옆에 함께 서서 호흡하며 손을 잡아주거나 포옹”하는 대통령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통령이라고 할 것이다.

이순진 합참의장에게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라며 대통령으로서의 첫 지시를 내리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동맹체제의 굳건한 협력관계를 재확인하는 모습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무엇보다도 일자리위원회를 첫 번째 직무사항으로 한 것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단기필마의 상태이다. 하루 속히 함께 일할 내각과 비서진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이때 고려되어야 할 점은 “능력 있는 자의 적재적소 배치”라는 점이다. 물론 능력만이 중시될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지, 인격적 하자는 없는지,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재로서의 인품을 갖추고 있는지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값이면 지역적 안배와 세대별 안배, 성별 안배 등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한다. 능력 있는 여성들을 고위직에 임명하였으면 한다. 무엇보다 “NO”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춘 자들을 주변에 많이 포진시켰으면 한다. “NO”라는 말을 기분 나쁘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자들을 포진시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리고 반대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끈기와 집념을 가진 각료와 비서들을 많이 발굴하였으면 한다.

靑出於藍,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荀子)가 그의 저서《순자》〈권학편(勸學篇)〉에 제자를 향해 학문을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른 법이라며, 제자가 스승보다 학문이 낫다고 칭찬하며 사용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 넘어야 한다. 푸르름이 쪽의 한계를 뛰어 넘듯 노무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대통합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결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병직 선생은 30년 전에 쓴 “부드러움의 힘”이라는 글에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썼다. 바람에 쓰러지는 한 포기의 풀이, 그릇에 따라 자신의 몸을 바꾸는 물이, 화난 얼굴 앞에서 싱긋 미소 짓는 작은 여유가, 처벌과 복수보다는 용서와 화해가 결국은 승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부드러움은 강하다. 따뜻함은 강하다. 용서는 강하다. 웃는 모습이 강하다. 약하지만 강한 길을 걷기 바란다.

이번 대선에서 강함을 추구했던 자들은 모두 패배했다. 강한 길을 걸으며 강한 척 하며, 강해야 산다며 이합집산을 계속했던 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진실해야 할 것이다. 그가 지난 5년 전 대선 때부터, 취임 시까지 일관되게 빼놓지 않고 주장해 온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약속이 국가권력에서뿐만 아니라 경제계, 학계, 문화예술계, 노동계, 언론계 등에서도 실천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약속들을 제대로 실천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비판해야 할 것이고, 아니면 고치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촛불을 꺼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국민들은 언제든 촛불을 들 준비를 하고, 마음의 촛불을 하나씩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결집된 국민의 힘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잘못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찢어진 세대 간, 지역 간,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간 갈등을 청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억압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자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북 간 평화적 통일을 실현시켜 더 이상 민족적 갈등이 계속되거나 종북좌파나 빨갱이라는 색깔론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의 약속이 지켜져, 5년 후 고향으로 돌아가 평안한 노년을 보내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해 보겠다.

우리 모두 위대한 국민임을 스스로 기뻐하고 감사하자. 이번 대선,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시작된 문재인 정부는 진정 우리의 어제와 내일을 구분 짓는 확실한 오늘이기를 기도하자. 우리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친구 맺기를 하자. 그리고 감시하고, 채찍질하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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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소 2017-05-13 16:03:12
이 분 숭실대 법학과 홈페이지 교수 명단에 없는데요..?

홍익인간 2017-05-12 13:40:17
4차 혁명에 맞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을 위해서, 전병헌 전의원이 문화부장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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