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0)- 신군주론(新君主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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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0)- 신군주론(新君主論)
  • 강신업
  • 승인 2017.05.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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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동서고금을 통해 권력을 손에 넣는 일은 위험한 일이다. 권력의 향기는 너무도 강렬하기 때문에 권력자는 수중에 넣은 권력에 취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공자(孔子)는 주역에 나오는 항룡에 대해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을 수도 있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을 받을 수도 없다”고 했다. 너무 높이 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가 있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의 고사다. 그렇다면 권력자가 위태로움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원칙과 절도를 지켜야 한다. 권력자 스스로 무사무욕(無私無慾)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고, 작은 이익을 두고 다른 정파나 다른 이와 다투지 않아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듣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되며 민생을 살피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백성을 보살피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고, 이것은 백성과의 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권력자가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실로 높은 수준의 치술(治術)이다.

용인(用人)에 뛰어나야 한다. 사람을 알아보고, 인재를 선택하고, 재능을 가늠하여 기용하는 것이야 말로 권력자의 요건이다. 세종(世宗)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의 등용이라 여겼다. 세종이 인재를 등용하는 기준은 무엇보다 능력이었다. 세종은 천인출신이나 기생의 아들이라 해서 물리치지 않았고, 능력이 있는 인물로 평가되면 작은 허물은 묻어주었다. 서얼 출신 황희 정승과 천인 출신 장영실을 중용한 것이 그 예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들과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자들을 경계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는 식의 자기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 얼굴이 두꺼워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는 자들, 그리고 마음이 시커멓게 검어서 자기 이익 챙기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자들, 이런 자들이 소위 공직이라고 하는 자리를 거머쥐고 사익을 챙기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이나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권력자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보일 때는 성공했을 때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다. 권력자는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관건은 어떻게 실패를 성공으로, 재난을 성취로 전환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권력자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할 힘과 임기응변의 능력을 길러야한다

모름지기 청렴해야 한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수령의 본무이며 모든 선(善)의 원천이며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 능히 수령 노릇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아전의 폐해와 아전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도 탐관오리의 부패가 백성을 고달프게 하는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국민들의 생활을 나아지게 하는 것, 즉 ‘유항산유항심(有恒産有恒心, 먹고 살만한 일정한 재산이 있어야 변하지 않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이라는 말을 명심하여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청나라의 강희제(康熙帝)는 백성들의 농사를 돕기 위해 정확한 달력을 만들고자 서양 역법과 수학 공부를 시작했고, 이를 더 철저히 하기 위해 서구인들도 배우기 힘들다는 라틴어까지 익혔다.

무엇보다 권력의 본질과 한계를 알아야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은 “한 나라 임금이라면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말”이라며 주역의 구절을 임금에게 강의하는 경연자리에서 “임금된 자가 지금 내 권세가 영원할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 발 나아가면 한 발 물러서고, 나라를 소유하고 난 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나라를 놓치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이치를 모르고 교만과 독단으로 국정을 처리하신다면 결국 후회의 결말을 맺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라며 항룡유회(亢龍有悔)를 거듭 강조했다.

제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진 최고 권력자다. 새 대통령은 부디 권력의 본질과 위험을 간파하고 슬기롭게 대처하길 바란다. 권력자의 자세와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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