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문재인 후보님, 사법시험 살려주세요” 고공농성 2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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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문재인 후보님, 사법시험 살려주세요” 고공농성 25시간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7.05.05 19:41
  •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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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존치고시생모임 이종배 대표, 고공 단식농성 투쟁
“문재인 후보님, 정 안되면 사시폐지 4년 연장이라도”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5월 4일 오후 4시경. 부처님오신날, 어린이날 등이 낀 황금연휴를 만끽하느라 모두 분주할 즈음, 사법시험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서울 한강 양화대교 아치에 올라간 사법시험 존치 고시생모임의 이종배 대표.

다리 위 20여 미터, 수심 위 족히 40~50여 미터가 되는 높이에, 폭 1미터의 좁은 아치 난간에서 꼬박 25시간을 단식농성한 그다.

5일 양화대교 현장에는 경찰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기자들에게도 신분 확인을 거친 후에야 취재 등을 허용했다.

단식농성 아치 아래에는 경찰, 소방 공무원들이 대기하고 소방차에서는 연거푸 충격방지풍선에 공기를 주입하는 엔진소리로 분주했다.
 

▲ 기자를 향해 "대통령후보자님, 사법시험 살려주세요"라는 펼침막을 펼쳐보이려는 노력이 역력했지만 밤샌 단식으로 무기력해 진 탓인지 이종배 사법시험 고시생모임 대표는 결국 펼쳐질 못했다. / 이성진 기자

■ 50여 미터 아치에서 물 한 모금 없이 탄식 투쟁

4일 밤 “제발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마시라”라는 기자의 간절한 메시지에 그는 “예, 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하게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고 회신을 해 왔다. 그런 그가 한 밤을 꼬박 새웠고 5일 아침, 그 곳에 그대로 그는 머물러 있었다.

현장에서 “그만 하고 내려오시라”라는 기자의 거듭된 당부에 “문재인 후보님이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대한 회신을 받기 전에는 안내려 갈렵니다”라는 기운 잃은 목소리가 휴대폰 수신기를 타고 흘렀다.

올라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찔할 판인데, 철강판 난간에서 꼬박 밤을 새며 추위에도 떨어야 했다. 먹 거리, 물 한 모금 없이 밤을 지새운 그다.
 

▲ 현장에서는 경찰의 민간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이 대표가 농성중인 아치아래에는 소방관서가 마련한 추락안전풍선이 설치돼 있다. / 이성진 기자

무엇 때문에 그리 버티느냐는 질문에 그의 요구조건은 간결했다. 대통령 출마 후보 중 홍준표 후보는 사법시험 존치를 이미 공약했다. 다만 문재인 후보측은 그동안 사시존치를 반대해 왔다.

“문 후보측이 갑자기 사시를 존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곤란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다만 사시폐지를 3~4년 정도 연장을 해달고 했고 그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시 반대는 명시적으로 밝혔지만 연장 여부에 대한 입장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또 폐지 연장은 그동안의 입장 번복과는 다른 것이다. 사법시험이 없어져, 로스쿨에도 갈 수 없는 사람은 일방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폐지를 연장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문 후보님도 받아 줄 만한 내용이지 않는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문 후보측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갈 것이다”고 주장했다. 기력을 잃었지만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 나왔다.

실제 4, 5일 양일간 문재인 후보캠프측에서 관계자가 현장을 다녀갔고 이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사법시험 존치 고시생모임 회원들을 통해 확인했다. 회원들은 양화대교 입구 모퉁이에서 이 대표의 농성을 지켜보며 언론에도 대응하고 있었다.
 

▲ (사진 위)이종배 대표가 지난 밤 추위와 한 낮의 뜨거움을 견디느라 지쳐 난간에 누워있다. 마치 백척간두의 모습이다. (사진 아래)전국법과대학교수회의 이호선 회장과 서완석 전임회장이 현장을 찾았다. 멀리 위태로워 보이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 이성진 기자

■ “대선후보님, 법조인의 꿈! 사법시험 살려주세요”

전날 ‘대선후보님 사법시험을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10여 미터 길이의 펼침막을 힘껏 흔들던 그였지만 5일 정오경에는 움직일 기력조차 없어 기자들 앞에 흔들어 보이지도 못했다. 자칫하면 어지럼증과 바람으로 난간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데다 20여 시간을 굶고 복지부동한 탓이다.

왜 경찰, 소방은 이 대표를 직접 구제하지 않느냐는 의문에 대해 “자칫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까봐...”라는 것이 현장의 응답이었다.

고시생 모임은 지난 수년간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활발히 펼쳐왔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문 후보는 사시존치 불가, 로스쿨 안착론을 주장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 고시생모임은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대표를 할 때부터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달라’고.

고시생 모임과 이 대표가 정치권을 향해, 또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핵심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공정사회의 상징과도 같은 사법시험이 올 2017년 12월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면 로스쿨로만 법조인을 선발하게 되고 로스쿨은 수천만 원의 등록금과 나이 제한, 학벌 차별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해서 돈 없고 백 없는 자신들과 같은 서민들은 로스쿨에 갈 수 없어 법조인을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 사시출신 대한법조인협회 “고시생 주장에 주목해야”

이날 오후 비슷한 시간 대.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출신 청년법조인들로 구성된 대한법조인협회(회장 최건)은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을 향해 한 고시생의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대법협은 “지금 현재 양화대교 위에서는 고시생 이 모씨가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단식투쟁을 중단하고 조속히 내려오라”고 당부했다.
 

▲ 양화대교를 끼고 있는 선유도에서도 이 대표의 농성하다 지친 모습이 뚜렷히 카메라에 잡혔다. 어린이날을 맞아 가족, 연인들로 북적이는 선유도와 양화대교 아치위는 마치 딴 세상마냥 풍경이 달랐다. / 이성진 기자

대법협은 “우리는 이 기회를 빌어 각 대선 후보들에게 그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이라도 성의 있는 대책을 내어 놓을 것을 호소한다”면서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여러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화두는 ‘공정하고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인데 적폐로 가득 찬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은 애써 외면하고 공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사법시험은 폐지돼야 한다고 한다. 공정사회가 과연 누구를 위한 공정사회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대법협은 “우리는 이 대표가 비겁한 법조인들을 대신해 농성을 하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고 사법시험 제도의 폐지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모든 사법시험 준비 고시생들에게 사죄한다”며 “만약 이 대표의 주장에 귀를 귀울이지 않아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이 상황을 초래한 사람들을 상대로 뜻을 함께하는 변호사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 현장찾은 법과대 교수 “문 후보, 최소한 성의 보여야”

한편 전날 고공 단식농성 소식을 접한 후 입장문을 낸 바 있는 전국법과대학교수회의 이호선 회장(국민대 법과대)과 서완석 전임회장(가천대 법과대)는 5일 현장을 찾아, 이 대표의 안전을 우려함과 동시에 조속한 농성철회를 호소했다.

그 외 오신환 국회의원, 조성환 바른기회연구소장, 사시존치 희망 수험생 등이 현장을 찾아 농성 철회 촉구 및 대책 마련 등을 함께 논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호선 회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번 농성은 로스쿨을 도입하고 사시폐지에 공헌한 문 후보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로스쿨 제도로 가더라도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반국민들의 법조진입권의 문제점과 또 근본적으로는 공무담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유력대권주자가 공언을 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바른사회연구소 등은 정치권에 협력 노력을 주문했고, 그 덕분인지 이날 오후 5시경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현장을 찾아 이 대표를 설득한 끝에 25시간의 사법시험 존치 양화대교 고공 단신농성 투쟁은 막을 내렸다. / 이성진 기자

이 회장은 “이번 농성은 한 젊은이의 목소리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라면서 “적어도 정책을 당장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집권하고 나면 로스쿨과 사법시험 제도가 갖는 사회적 이동성, 통합성, 공정성 등의 문제를 비교해서 그에 따른 결과를 공표하고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약속은 내 놓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주문했다.

이날 오후 오신환 의원의 현장 방문이 있은 얼마 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현장을 찾았다.

평소 “공정사회=사법시험 존치”를 주창해 온 홍 후보는 농성 중인 이종배 대표를 위로하면서 “사법시험 존치시킬 것이니 내려오라”고 설득했다. 이 대표는 크레인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내려오면서 25시간의 고공 단식농성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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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이름으로. 2017-06-04 17:54:03
사시 존치 주장하는 나이 많은 백수 녀석들 전부 잠재적 범죄자임. 성경에서 나오늘 칠거지악 중에서도 게으름이 으뜸가는 절대악이라고 했음.
사회에 해를 끼치고 공익을 파괴하는 게으른 벌레녀석들, 내가 검사되면 전부 잡아 넣는다.
정의를 수호하는 검찰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 엘리트 집단 명문 로스쿨의 명예를 걸고.

ㅎㄱㅅ 2017-05-26 19:13:33
저거 교통방해죄 안되나??

kochulsug 2017-05-12 10:30:47
이종배 회장님 다시한번 양화대교
올라가셔야지요
이번에는 대통령님 사시 유지해달라고
7급 공채가 고위공무원 청와대입성
대통령께서 능력있는 흙수저
등용
9급7급 합격하세요
안되는 고시하지말고
공부열심히 해야 9급합격합니다
님같이 맨날 데모하는사람 절대불합격
님 1차 합격한 경허있는가요

답답 2017-05-12 00:32:11
솔직히 이러지 말라고 유예기간 주고 그러는건데... 폐지는 이미 확정된 거고 사시1차생은 로스쿨 합격증 가져오면 전액 장학금 지원 이런식으로 좀 구제해주면 안되나

2017-05-11 13:16:39
문빠 놈들 여기까지 기어들어와서 폐악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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