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남부고시학원 국어
국사전공지식 : 이재혁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입니다.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노래했으며 혼란스러운 속세를 ‘홍진(紅塵)’, 즉 붉은 먼지로 가득찬 지옥이라 일컬었죠. 이는 정극인이 자연에 있어서 피하 수 있었던 숙청의 피비린내와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입니다.
1453년 단종1년, 계유정난(癸酉靖難)이 일어났습니다. 계유정난은 수양대군(首陽大君)이 권람, 한명회 등과 쿠데타를 일으키고 김종서, 황보인 등 중신과 친동생인 안평대군을 살해한 사건이죠. 이는 왕이 되고픈 사람 한 명의 욕망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 거시적으로 보면, 이는 세종 대의 정치운영방식에서 비롯된 쿠데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종은 아버지 태종이 이룩해 놓은 안정된 왕권을 바탕으로 유교정치를 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유교정치란 관료중심의 정치운영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세종은 의정부 서사제를 시행하였는데, 이는 왕이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신하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제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현전을 통해 유교 교양에 철저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이들을 통해 문물의 정비와 전통문화의 정리를 추구하는 등, 세종은 상당히 개혁에 힘쓴 임금이라 볼 수 있죠.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젊은이들은 불만에 차 있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법이죠. 집현전을 통해 성장한 유신들의 입장에서는 세종의 정치도 상당히 국왕중심적인 체제라 여겨졌습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관료중심의 정치운영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죠. 학술적인 기관이었던 집현전 학자들의 정치적 욕구가 점점 커져 갔습니다. 집현전 유신들은 스스로 유교정치를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세종 후대에 갈수록 현실화되었습니다.
1442년(세종 24) 왕이 신병(身病)으로 정무를 세자에게 맡기고자 첨사원(詹事院, 세자관부)을 설치하였다.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로 하여금 이 기관의 관직과 서연(세자 교육기관)을 맡게 하여 세자의 정무를 보필케 하였다.1)
세자는 즉위하여 문종이 되었고, 정무를 보필하던 집현전 학사들은 상당수가 대간으로 진출하는 등 요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집현전 유신들의 정치참여는 단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면서 절정에 달하였습니다. 문종이 세종대부터 재상직에 있던 황보인, 남지, 김종서 등 3정승과 집현전 출신 관료들에게 단종을 보필하고 정무를 돕도록 유언을 남기고 붕어한 것이었죠. 이로 인해 정권은 재상들이 장악하고 의정부가 강화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왕권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죠.2)
세종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首陽大君)은 이미 전부터 삼정승과 집현전 유신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왕이 되려는 야심마저 가지고 있었죠. 형인 문종이 갑자기 서거하고, 어린 조카인 단종이 왕위에 오르자 그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권람, 한명회 등과 밀의하여 자신의 왕권찬탈에 가장 큰 장애물인 김종서, 황보인 등과 안평대군을 살해하였습니다. 그 후 영의정 및 이조 · 병조의 판서와 내외병마도통사(內外兵馬都統使)의 직을 겸임하여 정권을 장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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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국사통론』, 변태섭, 삼영사
2) 위의 책
1455년 수양대군은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세조(世祖)가 된 것이지요. 세조는 자신이 부당하게 왕위에 오른 것을 스스로 아는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6조 직계제를 부활하여 왕권을 강화하고, 보법을 수립하여 군역 부담자를 확보하였으며, 직전법을 실시하여 국가재정을 확보하고자 하였습니다. 조선 실정에 맞는 성문법인 <경국대전>의 편찬도 이때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종에 대한 충정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죠. 대표적인 ‘사육신(死六臣)’은 대부분 집현전 출신 유신들이었습니다. 정극인은 문종 대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에 들었는데, 단종이 폐위되자 벼슬을 사퇴하고 고향에 은거하며 후진을 교육했습니다.
갈 래▶서정 가사, 양반 가사, 정격 가사
주 제▶ 봄의 완상(玩賞)과 안빈낙도(安貧樂道)
의 의▶조선조 강호 한정 사대부 가사의 효시
유유자적하는 자연에 대비되는 ‘홍진(붉은 먼지로 가득찬 지옥)’은 이런 피비린내 나는 왕위찬탈을 비유하기에 딱 맞는 표현이었습니다.
2014 국회직 9급
※ 밑줄 친 ‘내’가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은?
① 영정법을 시행하고, 호패법을 시행하여 호구 파악에 힘썼다.
② 4군 6진을 개척하고 쓰시마 섬을 정벌하였다.
③ 홍문관을 설치하고, “경국대전”을 반포하였다.
④ 경연을 폐지하고 직전법을 실시하였다.
⑤ 역법서인 “칠정산”을 간행하고 “농사직설”을 편찬하였다.
정답> ④
풀이> 세조는 자신의 통치를 견제하는 집현전과 경연 제도를 없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