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엘 클라시코, 대선 후보들의 TV토론 관전 소감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엘 클라시코, 대선 후보들의 TV토론 관전 소감
  • 오시영
  • 승인 2017.04.28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엘 클라시코(El Clásico), 스페인 축구 명가 레알마드리드팀과 바르셀로나팀의 지난 24일 축구중계를 TV로 지켜보며, 축구 문외한인 필자로서도 심장이 터지는 듯한 감동을 맛보았다. 영어 The Classic과 같은 의미의 엘 클라시코는 고전의 게임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첫 경기는 1902년 5월 13일, 코파 델 레이의 전신인 코파 데 라 코로나시온에서의 대결로 지난 115년 동안 약 240회 가까이 경기를 하였는데, 승률은 거의 50대 50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팽팽하고, 골 득실면에서도 거의 비슷하다. 최고의 공격수 호날도와 리오넬 메시로 상징되는 두 팀은 스페인 리그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후반을 관전하며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저러다 선수들 심장 터져 죽지 않을까?”하는 염려였다. 열 한 명의 선수가 하나가 되어 오로지 상대방 골대에 골을 넣겠다는 집념 하나로 축구장을 뛰고 또 뛰는 모습을 보며 “전력질주”라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하는 감동이었다. 동료를 믿고, 공을 패스하고 패스받으면서, 오로지 골을 넣겠다는, 승리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똘똘 뭉쳐있는 그들은 전사였다.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골 하나 성공에 천국과 지옥을 맛보며 관전자들을 감동의 세계로 인도하는 그들은 “아름다운 전사이자 예술가”였다.

하루 뒤, 지난 25일 JTBC에서는 19대 대통령선거에 나온 다섯 명의 후보들의 원탁토론이 손석희 사장 사회로 진행되었다. 그 이전의 다른 TV토론에 비해 다소 진행 절차와 토론 내용이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대통령 후보의 자질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많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엘 클라시코를 보던 감동이 거기에는 없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함량 미달로 느껴지는 후보들이 나라의 지도자인 양 버티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저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고유의 정치철학을 가진 확고한 신념의 정치지도자 이미지가 강하게 어필되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진보와 보수의 진면목을 그대로 민낯으로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면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TV토론을 지켜보며, 더 이상 “가짜 안보장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판단이 섰다. 왜냐하면 보수가 아무리 국가안보를 좌파세력에 맡길 수 없다고 외친들 국민들이 “또 안보론이야?” 하면서 식상하여 고개를 돌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후보들을 향해 “당신은 안보, 안보 그 말 말고 다른 말은 할 말이 없어요?” 하고 되묻고 있기 때문이다. 1952년 6ㆍ25 전쟁에 대한 휴전협정이 체결된 후 65년이 지나도록 북한의 남침위협을 끊임없이 외쳐온 것이 마치 “늑대가 나타났어요!” 라고 거짓 외쳐온 양치기 소년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야단이지만, 그것에 실재 위협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이 별로 없게 되어 버린 세상을 “보수가 조장”한 측면이 크다는 사실이다. 안보를 외칠수록 안보에 둔감해지는 이 현상을 어찌 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기조차 하다. 그러한 이면에는 국민들이 우리 국력에 대해 느끼는 자신감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비가 북한에 비해 30배 이상 넘게 지출되고 있고, 국방력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 아래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현실과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전쟁 억제를 강제하고 있는 주변정세 등이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국민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남북 간 전쟁 발발”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주변국 정세와 남한의 국방력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바탕한 현실 인식”으로 판단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나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의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라는 반복질문과 북한인권 관련 유엔 제재 결의에 노무현 정부 당시 “기권 여부를 북한에 사전 문의를 하였는지 아니면 결정 후 사후 통지를 하였는지?”를 놓고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자서전과 폭로에 대해서 “또 북풍론이야?” 하면서 식상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말 밖에 할 말 없어요?”라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다음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은 그러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와 미래의 문제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민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이며,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 까닭이다.

국민들이 관심을 쏟는 것은 첫째, 과거의 적폐청산이다. 촛불집회에서 표출된 국민의 민심은 더 이상 특정 재벌과 특정 정치인, 특정 세력에게 위법하고 탈법적인 부당 권력과 부당 재물의 갈취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법 테두리 안에서 능력에 따라 합법적으로 권력과 재산권이 행사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둘째, 먹거리 문제의 해결이다. 특히 청년들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불안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근로시간은 길어지는데 낮아지는 임금문제가 더 이상 방치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근로자들이 안정된 직장에서 근로하고, 제때 퇴근하여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행복한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복지의 향상이다. 장애인과 어르신(노인)들의 노후를 정부가 책임져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연금제도의 개선과 생활보호대상자들에 대한 효율적 복지대책과 치매와 장기 중증 환자들에 대한 의료 혜택 등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복지대책을 수립해 달라는 것이다. 넷째, 문화융성이다. 블랙리스트로 상징되는 배제와 억압의 문화가 아니라,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한국인이 만든 영화가, 드라마가, 음악이 세계에 널리 전파되며, 전통문화가 우리의 문화로 자부심 있게 전파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헐리우드로 상징되는 미국의 문화가, 히피 문화가, 팝 문화가 세계를 재패했던 것처럼 우리의 한류가 세계로 진출하여 한국인이 문화국민으로서 세계인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도록 영화, 음악, 공연, 패션, 음식, 스포츠, 문학 등등 문화적인 면에서 자부심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다섯째, 내부 갈등 구조를 해소해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지긋지긋했던 영ㆍ호남의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남ㆍ북 간의 갈등을 해소하며, 세대 간의 갈등과 빈ㆍ부 간의 갈등을 해소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도 잔존하고 있는 영남패권주의와 호남패권주의를 청산할 수 있도록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는 것이고, 특히 맹목적 지역주의에 매달려 있는 경북, TK의 지역주의를 청산해 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점차 세대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간극을 해결하여 부자지간에 대립하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고,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의 고리를 하루 빨리 해결하기 위해 적정한 임금 수준의 보장과 지나친 자본의 이익 추구를 억제시킬 수 있는 반트러스트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종교적 갈등과 성소수자 및 양심적 병역기피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 달라는 것이다. 불교와 유교 및 기독교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다원적 종교관에 이슬람교가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고, 더불어 특이한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사이비 종교들이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때 다원주의 종교관에 익숙한 우리나라에 종교전쟁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중동지역의 종교 갈등을 반면교사삼아 종교 분쟁이 국내에서 심화되지 않도록 면밀하게 검토할 단계에 이르렀고, 이러한 종교의 세계에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을 어떻게 법적 보호 테두리 안으로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기피자들에 대한 헌법적 테두리 내의 대체복무제 등에 대해서도 심도 높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지역분권주의의 강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별 특성을 살려 지역분권화를 합리적, 효율적으로 성공시킴으로써 지나친 도시화, 집중화에 따른 환경문제, 교육문제, 도시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덟째, 사이코 범죄로 상징되는 국민들의 정신적 건강상태를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현재 초등학교 수준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학생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린 아이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울증, 조울증으로 상징되는 조현병 환자들의 다중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정신병 치료 전력이 있으면 보험 가입이 거절당하고 있는 현실 개선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과다한 경쟁과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늘어나고 있는 조현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여 국민의 정신건강을 조화롭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아홉째, 교육문제에 대한 획기적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처럼 무한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으로는 고학력, 고실업, 고비용의 문제만 양산할 뿐 제대로 된 창의적 인간을 양성해 낼 수 없다. 서로 협치와 협력의 교육 시스템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열째, 국가 안보의 튼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 현재처럼 계속 적대적 관계로 나가서는 안 된다. “네가 죽을래, 내가 죽을까?” 하는 쌈박질 정책으로는 남북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설령 쌈박질로 북한을 때려 부수고 통일한들 그 뒤에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 사이의 지역 갈등, 인식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결국 쌈박질 정책으로는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아니 바로 지금이야말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고 대화의 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남북 대화를 통한 갈등 구조의 해소를 도모하고, 남북 평화공존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매파들은 전쟁 밖에 한 것이 없다. 그것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그리고 다시 전쟁 피해를 복구하느라 30년쯤 고생한다. 그리고 먹고 살만하면 또 전쟁하고, 그리고 파괴하고, 다시 복구한다고 30년쯤 고생하고, 또 전쟁한다. 완전 한 마디로 매파의 정책은 “개고생의 정책”일 뿐이다. 어찌 보면 말 안 들으면 줘 패버리면 된다고 하니 “멋져”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개뿔”일 뿐이다. 그런 매파의 거짓말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좀 손해보고 모자란 듯하지만, 비둘기파들의 평화 공존 정책이 올바른 길이다. 매파의 파괴를 약해 보이는 비둘기파들의 복구로 역사가 이어져 왔음을 우리는 역사에서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이제 대선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다른 대선에 비해 돈이 적게 들고, 사람 동원이 적게 될 것이다. 아마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이번 TV대선토론을 지켜보며, 앞으로는 방송과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일반화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토론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Fact Check”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거짓 선동이 통하지 않는 선거, 인격 부족자가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호통이 거짓말임이 들통 나는 선거, 과격하리라 생각되며 종북좌파라고 매도되었던 당의 후보가 “의외로 합리적이고 똑똑한 대안을 제시하는 믿음직한 정치인”임이 새롭게 인식되는 선거, 여태까지 과대 포장되어 있던 후보가 “의외로 준비된 것이 별로 없는 정치인”임이 발가벗겨지고 있는 선거, 그러한 선거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TV토론이다. 앞으로 두 번 남은 토론을 통해 후보들의 민낯이 더 드러나고, 실력이 더 늘어나고, 인격이 더 발가벗겨지기를 희망한다. 이제 더 이상 허풍이 통하지 않고, 거짓이 통하지 않고, 거짓 매도가 통하지 않는 선거, 누구의 정책이 더 국민을 위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으며,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가가 밝혀지고 있다.

엘 클라시코에서 호날두가 뛰고, 리오넬 메시가 뛰는 모습을 한 번 보라. 골대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그들의 심장 터지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야말로 감동일 뿐이다. 축구 경기를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켜 버리는 그들의 현란한 드리볼과 집중력은 말 그대로 감동이다. 이번 대선후보들도 국민들에게 그러한 감동적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대통령 되겠다는 이가 그런 모습도 안 보여주고 대통령 되겠다고? 그러면 그 자는 나쁜 자이다. 놈이라는 말을 써야 할 대목이지만, 어찌 대선 후보에게 그런 경망스런 말을 쓸 수 있겠는가? 필자에게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으니까...... 같이 웃으며 투표하자.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