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47 / 감정평가 대상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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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47 / 감정평가 대상적격
  • 이용훈
  • 승인 2017.04.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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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대선후보 TV토론이 한창이다. 한 케이블 방송 피디는 이 토론회가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예능 담당 피디의 엄살일지 모르지만, 줄곧 시청해 온 필자 역시 여느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있게 봤다. 감정이 그대로 노출되는 얼굴 표정과 당황해 하는 말투가 핵심이고, 후보 간 설전(舌戰)은 양념이다. 또한 주장이 엇갈리고 다른 자료를 내세울 때는 즉시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다고 하니, 억지주장을 관철하기도 쉽지 않다.

인신공격에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토론 주제를 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교묘하게 주제와 무관하게 후보의 흠집을 드러내려 논점 이탈을 시도한다. 사회자는 주제를 벗어난 질문이라고 선을 긋고 제지하곤 한다. 주제별 토론시간이 논쟁의 범위를 정해주듯, 소송이나 감정평가도 다투고 다루는 대상을 정하고 있다.

행정소송법 제 12조의 부제는 ‘원고적격’이다.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한다는 것이다. 아무 자격 없는 사람이 법원의 문을 두드리지 못하게 했다. 다툴 대상은 또 어떤가. 같은 법 19조는 ‘취소소송은 처분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여 취소소송의 대상을 못 박고 있다. 처분등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을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의 대상도 한정돼 있다.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제 2조는 감정평가의 대상이 되는 ‘토지등’을 ‘토지 및 그 정착물, 동산,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과 이들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 제 2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에 1. 저작권·산업재산권·어업권·광업권 및 그 밖의 물권에 준하는 권리 2.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른 공장재단과 광업재단 3. 「입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입목 4. 자동차·건설기계·선박·항공기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등기하거나 등록하는 재산 5. 유가증권을 열거한다. 결론적으로 위에 해당되지 않는 물건이나 권리는 감정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법에서 정한 감정평가의 대상이 돼도, 평가 목적에 따라 특정 자산이나 권리가 평가받을 자격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컨대, 토지보상에서 누락되는 물건들은 대부분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들이다. 보상의 기준일로 정한 날 이후에 제멋대로 만들어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서 조합원의 현물출자 대상으로 정한 물건도 취지는 비슷하다. 출자할 대상을 한정하면서, 조합원의 소유라고 인정되는 것들 중 일부는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현실에서는 자산과 권리로 인정하는 것들 중에 감정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허가권’이다. 산지에 매장돼 있는 ‘광물’과 ‘석재’를 캐기 위해, 각각 광업권과 채굴허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물권으로 인정받는 광업권과 달리, 허가권은 평가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고령토나 규석, 석회석 광산에 매장된 광물의 가치는 광업권 평가를 통해 드러날 수 있지만, 편마암이나 화강석 등 값이 나가는 돌의 가치는 소송이나 보상 등의 목적으로 평가받을 때 외에는 일반적인 감정평가보고서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채굴업자 간 이 ‘허가권’이 거래되고, 자산 양수도의 대상으로 계약서에 등장함에도, 차입을 위해 이 허가권을 담보로 잡아달라고 요구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관련 기술사가 작성한 채굴타당성 용역보고서가 추계한 수 백 억 원 상당의 돌은 정식 감정평가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데 역할을 할 수 없다.

감정평가 대상적격의 문제로 특정 분야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싶은 금융기관과 돈을 빌리려는 사업자가 난처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돈 되는 것을 다 평가 대상에 넣는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시대가 바뀌고 또 법이 개정되면, 혹 이런 사각지대에 위치한 ‘실체 있는 권리’가 평가될 여지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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