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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선후보들의 개헌논의
지현정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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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1  17: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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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법무법인 산지

4월 12일 일부 대통령 후보들이 국회 헌법개정특위에 나와 각자의 개헌 구상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구체적인 개헌안의 내용을 처음 언급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에 반해 안철수 후보는 2월 중순에 자세한 개헌안을 조문화하여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문후보는 안후보에게 ‘국민의 참여 없이 정치인들끼리 모여 개헌 방향을 정한 것은 오만한 태도’라며 비판했었고, 안후보는 ‘원래 개헌안이라는 것이 국회나 정부가 안을 만들고 국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라며 반박했었다. 두 후보의 말이 각각 일리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없이 다수의 헌법 조항들이 마구 삭제, 추가된 특정 당의 개헌안을 접했을 때 착잡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형식도 그렇지만, 두 후보들의 개헌 구상 내용 중 기본권에 관한 내용은 너무 편향된 일부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헌법 개정은 기존 헌법으로는 새롭게 등장한 중차대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할 때 시도되는 최종적 수단이다. 생명권이나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명시적인 조항이 없음에도 헌법해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기본권 내용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개정이 절박하게 필요한 기본권 조항은 매우 적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질서를 규정짓는 근간이며 모든 법률과 하위법규의 제·개정에 있어 해석기준이 되는 최고규범이기에 법률 개정하듯 다뤄서는 안 된다. 현행 헌법 기본권 조항의 구성은 독일에 비교해도 훨씬 다양하고, 사회의 변화, 발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체계화 되어 있다. 또한 우리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얼마나 현실에서 구체화시켜 누릴 수 있느냐 여부는 기본권 조항의 수나 자세한 기본권 문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현행 기본권 조항이 국민의 삶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맞게 법률을 만들고 집행하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역량에 달려있고, 또한 이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성숙과 민주주의의 발전에 달려 있다.

현행 헌법인 1987년 헌법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7년의 피맺힌 민주항쟁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은 군부독재정권과의 목숨을 건 항쟁을 통해 힘겹게 민주헌법을 얻어냈으며 그 결과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졌다. 그 후 헌법재판소가 출범하면서 이 헌법을 기준으로 수많은 법률들이 위헌심판의 대상이 되었고, 헌재의 판단을 통해 민주헌법 질서가 정착되어 온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최고규범으로서 하위 법률들의 존폐 기준이 되어온 헌법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대통령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위주로 개정함이 마땅한데, 대선후보들은 마치 현행 헌법과 직전 정권이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 듯 헌법마저도 뜯어 고치려고 한다. 헌법을 뜯어 고쳐야 개혁 세력이고, 필요최소한으로 개정하려는 것은 반개혁적 세력인가? 헌법 개정의 양으로 대선 승부수를 던지거나 대통령으로서 업적을 남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헌법규범과 헌법현실과의 틈을 메워나가는 일은 헌법 해석을 통해 세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일이지 헌법 자체를 고쳐서 되는 일이 아니다.

특히 두 대선후보가 강조하는 ‘성평등’ 담론은 심히 걱정되는 대목이다. 현행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양성’에서 ‘양’자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제헌헌법 제20조에서 ‘혼인은 남녀동권을 기본으로 하며’라고 규정했던 것이 변형된 것이었고, 제헌헌법 이전에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적용되어온 혼인 제도를 바로잡고자 하는 헌법 제정권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그런데 두 대선후보들은 여기서 다시 ‘양’자를 삭제함으로써 앞으로는 가족제도가 남녀를 기본으로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싶어 한다. 이제 남녀 두 가지 성이 가정을 이루는 시대는 지나갔고, 동성 간의 혼인, 더 나아가 동성과 이성의 혼합 가정이 생겨나는 것이 서구 선진국의 추세이니 우리도 이에 발맞춰나가자는 것이다.

‘성평등’에서 사용된 ‘성’은 영어로 ‘gender’를 번역한 것인데, 이는 과거 서구 페미니즘에서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을 주장하는 개념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여성의 역할을 가사에만 한정시키지 말자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동성애가 확산되면서 ‘gender’는 ‘타고나는 성’이 아닌 ‘인간 스스로 선택하는 성’이라는 개념으로 변질되어 사용되어왔다. 즉 ‘성평등’에서의 ‘성’은 남녀 두 개의 성이 아닌 수많은 젠더의 인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이런 용어가 헌법에 사용될 경우 국가는 개인이 결정하는 모든 성을 다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후보는 이런 배경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혼인과 가족에 대한 근간을 통째로 뒤집는 의미와 영향력을 지닌 개정임에도 마치 남녀평등을 더 강화시키겠다는 취지인 듯 슬쩍 넘어간다. 헌법에서 한 글자, 한 단어의 개정은 사회의 근간을 움직이는 힘이 있으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말이다. 과연 두 후보는 고도의 신중함과 심각성을 가지고 기본권 개헌을 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대선 레이스가 너무 급한 나머지 일부 편향된 시각을 가진 참모진이 준비해온 개헌안을 생각 없이 국어책 읽듯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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