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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대선 후보들의 스탠딩 토론과 대법원 블랙리스트 논란
오시영  |  sunwhis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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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1  17: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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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여기저기에서 말의 상찬이 펼쳐진다. 말을 지나치게 잘 하는 사람도 별로 신뢰하지 않지만, 말을 너무 못하는 사람도 신뢰하기 힘들다. 지나치게 말이 번지르르 하면 진실해 보이지 않고, 너무 말을 못하면 논리적 사고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KBS에서 지난 19일, 주요 5당 대선 후보들의 스탠딩 토론이 있었다. 그들의 표현력과 언어 사용의 태도를 지켜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첫째, 그들 사유의 깊이를 관찰해 볼 수 있었고, 둘째, 그들의 가치 지향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셋째, 그들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경심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마음과 태도의 차이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거대담론을 기대했지만, 역시 기대는 기대로만 끝나고 말았다. 케케묵은 지난 이야기에 매달려 상대를 고정된 프레임에 가두어버리려는 야비함도 엿보이고, 자신의 과거 치부를 헛웃음으로 덮어버리려는 막무가내 무시전략도 살짝살짝 들키고는 했다. 앞으로 몇 회 더 토론회가 열린다고 하니 점점 더 가면 속 진면목이 속속들이 드러날 것이고,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여부 및 그 장ㆍ단점도 극명하게 노출되리라 본다.

사람의 얼굴에는 눈과 귀가 둘씩 있고, 입과 코가 하나씩 있다. 코는 하나이지만 콧구멍이 둘이니, 이도 둘로 쳐야 할 듯하다. 눈과 귀, 코가 둘인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입이 하나인 까닭 또한 무엇 때문일까? 정확하게 보고, 듣고, 냄새를 맡으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입이 하나인 까닭은 한 입으로 두 말하지 말라는 것일 게다. 총을 쏠 때는 한쪽 눈을 감는다.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는 한쪽 귀로 귓속말을 한다. 두 개씩 있음에도 중요한 경우에는 하나만을 사용한다. 중요할 때 두 개를 더 활용해야 할 듯싶지만, 오히려 한 개만을 사용하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이다. 반면에 어리석은 인간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며 신의를 저버리거나 교언영색의 거짓을 늘어놓을 때가 많다. 두 개씩 있는 눈과 귀도 헛돌고, 하나만 있는 입도 헛도니 신이 당초 기대했던 것과 반대로 가는 것이 인간인 모양이다.

이번 대선 풍향계는 무어라 해도 “과거 부정부패세력의 척결”을 누가 더 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번 선거의 계기가 “박근혜 정권의 적폐 누적에 대한 국민의 분노”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탄핵을 통해 무능하고 부패한 박근혜 정권을 축출한 자리에 다시 부정부패의 적폐자들이 들어서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축출된 적폐자들의 자리를 또 다른 적폐자들이 차지한다면 무엇 때문에 촛불민심이 분노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겠는가? 까닭에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 이들이 여전히 가면을 쓰고 선한 양인 척 행세하는 것을 국민은 예의주시하며 감시해야 한다. 그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지 못하도록 심판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새로운 통합이 모색되어져야 할 것이다. 질펀하게 어질러진 더러운 방바닥에 그냥 철퍼덕 앉아 하얀 새옷을 더럽힐 수야 없지 않겠는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신선한 국민감시운동이 전개되고 있음은 감사할 일이다. 예를 들면 JTBC가 대선토론 중에 확인하고 있는 “팩트체크” 같은 진실밝히기 같은 경우이다. 대선 후보들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실한 자료와 사실에 근거하여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는 “진실과 거짓”의 근거를 국민에게 실시간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것을 막고, 재원 마련도 불가능한 공약 약속의 허구를 밝히는 촛불이 되고 있다. 헛소리를 해도 넘어가고, 거짓말을 해도 넘어가는 “어영부영의 시대”가 사라져가고 있다. JTBC의 펙트체크나 SBS의 진실과 거짓 프로그램이 유익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은 의외로 어리석은지라 밥을 떠먹여줘도 씹을 줄 모르고, 손에 잡혀주어도 제대로 붙들지 못하는 이들도 참으로 많다. 어찌할 수 없는 인간세계의 오묘함이다. 토론과정에서 상대방을 무조건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이는 일부 후보를 보며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돋보인다. 순간순간 내뱉는 말에 권모술수가 엿보이고, 인격의 저급함이 보이기도 한다.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정책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지 참으로 한탄스럽기조차 하다.

그러는 가운데 ‘대법원 블랙리스트 사건’이 점차 여론의 중심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대법원장 양승태)이 판사들의 국제인권법 연구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개최하려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축소시키려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법원행정처가 학술대회를 추진하는 회원들의 동향과 평소 성향까지 문건으로 정리해서 내부 보관한 사실이 밝혀졌다. 행정처 심의관(판사가 담당)의 컴퓨터에 암호가 걸린 판사들의 성향 분석 인사자료가 내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위 학술대회를 실무적으로 준비하던 이 모 판사를 주요 꽃보직으로 알려진 행정처 심의관으로 보직발령하면서 그 발탁 이유를 학술대회 규모와 내용을 축소하는 행정처(행정처장 고영한 대법관, 한편 당시 행정처 차장이던 임영한 고등법원부장판사는 이번 사태로 인해 사실상 사임) 요구에 응하라는, 내부 배신에 대한 대가임을 은연중 표출하였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을 상대로 한 ‘사법 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의 문제점과 부당인사에 대한 우려로 일선 판사들의 사법권 독립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법관들의 집단지성의 표출을 방해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 판사가 막상 행정처에 와 업무를 인수인계받는 과정에서 법관들의 성향에 대한 비밀파일이 대법원 내에 존재하고, 자신이 대법원 행정처 심의관으로서 그러한 자료 관리 및 향후 자료 추가 축적에 대한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여 장래가 보장된다고 알려진 그 좋은 꽃보직을 미련 없이 내던지며 자신에 대한 보직철회를 요구하였고, 그를 달래던 대법원 행정처는 그의 의지를 꺾지 못하자 정기인사 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이 모 판사만을 원래 보직으로 재인사하는 황당한 사후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법관들의 내부반발이 거세지자 이인복 전 대법관을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하여 사실조사를 의뢰하였고, 지난 18일 그 조사결과가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조사결과는 오히려 타오르는 법관들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듯하다.

이 사건 핵심은 법관들의 성향을 조사한 그러한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 그러한 조사를 대법원장이 하도록 지시하거나 묵인하였는지 여부, 대법원이 법관 인사 시 그러한 자료를 활용하여 일부 법관들에게 불리한 인사를 감행하거나 불이익을 주었는지 여부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위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법원행정처 차장 및 전임 담당 심의관 등을 엄격하게 조사하고,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그러한 자료가 비치된 내부 컴퓨터 등에 대해 파일 및 이메일 등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의지가 부족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두루뭉술하게 일부 사실을 인정하거나 법원행정처 차장 선에서 사건을 축소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관들이 반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전국 법관들이 지방법원 단위로 판사회의를 열거나 열겠다고 한다. 판사회의를 통해 어떤 의견들이 수렴될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2017년판 사법파동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조차 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적폐청산이 대통령 탄핵으로 귀결되었다면, 이번 사건은 사법부에 대한 적폐청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사법부 내에도 주요 보직이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인사권을 당근으로 하여 법관길들이기에 나서거나 좌천 등 불이익을 채찍으로 하여 법관들이 재판과정에서 자기 검열을 부당하게 강요받아 왔다면 이야말로 사법부의 적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사법부 내에 그 동안 누적되어 온 ‘법관 독립 침해 내부 요인’들을 발본색원하는 자정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사법부를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한 수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치검찰들의 부당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검찰 개혁의 담론은 꾸준히 거론되어왔다. 하지만 사법부 독립은 외부 정치세력이나 언론, 또는 시민단체 등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만 거론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이 모 판사 행정처 심의관 인사파동으로 인해 사법권의 내부적 독립 문제가 외부적 독립 문제 못잖게 중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법관들의 용기 있는 집단지성이 촛불민심처럼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 판사의 용기 있는 양심선언을 통해 밝혀진 암호가 걸려 있는 법관들의 성향분석 인사자료야말로 사법부의 블랙리스트라고 명명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최근 들어 이해할 수 없는 판결 중의 하나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이상주 부장판사)의 무죄판결이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보좌관 출신으로 지방의 한 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인 측근 엄 모씨와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2015년 4월 13일과 14일에 각각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회유하는 과정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 그러한 회유가 거절당하자 그럼 직접 주지 않고 보좌관에게 돈을 맡겼다라고 진술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 등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전화 내용이 녹음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1심에서 유죄판결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돈을 전달한 윤승모 부사장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회유가 있었음은 돈의 전달을 전제로 가능하다. 그럼에도 상식에 반한 판결이 이루어졌는바, 아무리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원칙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는 진실 규명의 최후의 보루이어야 한다. 까닭에 어떤 경우에도 사법부가 썩으면 안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하여 고영한 행정처장 및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인 양형위원회 소속 이모 상임위원 등은 이번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연세대와 공동으로 주최하고자 했던 학술대회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히고, 암호가 걸린 채 비밀리에 관리해 온 법관 인사와 관련된 파일의 내용이 무엇인지(합법적인 것이라면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람토록 하여 문제없음을 확인시킨 후 누설하지 않도록 비밀 서약케 하면 될 것이다)를 밝혀야 할 것이다. 정치판사는 없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아야 한다. 사법부가 적폐의 대상으로 국민들 입에 회자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자신의 대법원장 취임 후 인사권 남용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점, 사법권 독립이 약화되었다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온 점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하겠다. 모든 권력은 시간 앞에 추풍낙엽이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 힘을 가진 자들은 ‘시간의 위대함’에 대한 자각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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