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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그릿 : 뚝심이 중요하다.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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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1  13: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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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가장 논쟁이 많은 주제 중 하나는 인간에게 선천적인 능력이 중요한가 후천적인 노력이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후천적인 노력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어 각기 다른 논리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과학적으로 무엇이 실제 맞는지와 관계없이 후천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논리가 심리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신으로부터 특별한 재능을 선물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능을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는 세상을 그래도 한 번 살아볼만한 것으로 만든다.

만약 진짜 하늘로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받은 사람만 있다고 생각해보면 엄청 우울해진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 중 한명이었던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은 3세에 그리스어를 배웠고 6살에 로마 역사에 대한 글을 썼으며 8살에 라틴어를 배웠고 12살에는 철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인도와 관련된 사료를 검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아동기 IQ가 190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들이 재능보다 후천적인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희망을 얻기 위한 것도 있지만 결정론을 거부하고자 하는 반골기질도 작동한다. 농담으로 반골기질이지 진취적으로 무엇인가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인간 특유의 근성이 작동하는 것이다.

후천성과 인간의 노력을 강조하는 책 중 하나가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다.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라는 중국계 미국인 심리학자가 집필한 『그릿: GRIT』이다. 그릿은 한국말로 번역하면 인내, 끈기, 불굴의 투지 등이 된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우리말 중 뚝심이 가장 근접할 듯하다.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해내려는 노력과 인내를 의미한다.

그릿을 강조한 더크워스의 주장은 이렇다. 그릿이라고 하는 뚝심이 재능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재숭배, 천재신화를 극복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머리 좋다고 까불면 안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미국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한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처음 7주간의 강행군 프로그램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 것을 들고 있다. 머리가 좋고 재능은 있지만 끈기가 적어 버티지 못하는 학생들의 사례는 단순히 이 학교만의 특수한 사례는 아니다. 하버드대학에서 실험으로 러닝머신을 5분간 가장 강력한 강도로 달리면서 어느 시간에 포기했는지를 나타낸 사례도 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을 60세까지 관찰 추적한 결과 러닝머신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이 60세에서도 정신건강이 더 좋았다고 한다. 즉 힘든 러닝머신을 버티려고 한 사람들일수록 인생을 살면서 그릿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고 그래서 힘든 일들을 잘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릿이 중요하다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교육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능보다 후천적인 노력을 강조하고 그것도 끈기와 인내를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모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좋은 공격무기이다. 머리 좋다고 게으르고 말 잘 안 듣는 아이들에게 조목 조목 논리와 실험결과를 이용해서 압박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부모가 듣고 싶은 말을 너무나도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 시련을 경험하여 뚝심과 끈기를 가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니체는 “죽을 만큼의 시련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저자는 이 철학적 주장을 스티브 마이어의 실험으로 입증한다. 두 개의 실험실에서 생후 5주라는 동일 연령대의 쥐를 넣고 전기충격을 가한다. 한 쪽 실험실에서는 쥐가 작은 핸들을 돌려 전류를 차단할 수 있게 하고 다른 한쪽은 전류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기 충격을 경험한 쥐들이 성체기에 접어들고 5주를 지난 후에 다시 동일 실험을 수행했다. 이때 청소년기에 핸들을 돌려 통제경험을 가진 쥐들은 이 상황을 헤쳐 나가려 했지만 지난 실험에서 통제를 할 수 없었던 쥐들은 겁을 먹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기의 시련과 시련을 이겨내는 방법이 인생의 역경을 이겨내는데 중요하는 것을 입증한다.

개인적으로 이 주장에 너무나도 동의한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6년을 매일 아침 북한산을 등산하고 등교를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빠지지 않고 새벽 5시면 등산에 나서 1시간 반 이상을 등산 후에 학교를 갔다. 그때 매일 나를 끌고 가는 아버지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나이가 좀 들어서 지금은 아버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이해한다. 어린 자식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매일 깨우고, 그 어둠속에서 사람들도 없는 위험한 산을 자식을 데리고 앞장서고, 사람들과의 술자리로 아무리 늦게 귀가하여도 다음 날 새벽이면 등산을 해야 했던 아버지는 본인을 이겨내면서까지 자식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자 하셨다. 그리고 그때 만들어주신 체력과 인내심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는 데 밑받침이 된 것은 확실하다.

내가 나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만 봐도 나의 아버지는 참 대단하다. 그릿이라는 어려운 단어는 모르셨겠지만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인내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정확히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인내심은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그러니 자식입장에서 원망스럽지만 저항이 안되는 것이다. 그 당시 소심한 복수 계획은 내가 크고 아버지가 연세가 더 드셨을 때 히말라야에 같이 가서 체력이 부족해 있을 아버지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릿, 뚝심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인내심을 키워주기 위해 시련을 이겨내게 하는 것과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과 낙관적인 미래상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그릿을 키워주려면 부모도 그릿을 키워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의 아버지가 더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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