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구나 홀로 선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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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구나 홀로 선 나무
  • 김종민
  • 승인 2017.04.1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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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법무법인(유) 동인 변호사

20년간의 검찰 근무를 마치고 사직을 결심했을 때 유난히 뜨거웠던 1987년 여름이 생각났다. 6.29 선언으로 민주화의 새봄이 시작되었지만 대학 3학년이었던 나는 사시 공부와 대학원 진학, 군 입대의 갈림길에서 방황을 거듭하고 있었다. 목표도 불확실했고 열정과 도전정신도 없이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 시간만 낭비하던 시절이었다. 난생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짐을 꾸려 나섰다. 행선지는 청량리역. 가장 먼저 출발하는 완행열차를 타고 종점에 내려 여비 5만원을 모두 쓸 때까지 여인숙에 묵으며 며칠이고 발길 닿는 대로 가보기로 했다.

제천행 완행열차를 타고 시작한 4박 5일의 여행 동안 낮에는 걷고 또 걸었고 밤에는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하려고 하는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결론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원치 않는 역할을 하는 연극배우처럼 살지 않고 단 하루라도 내 모습대로 사는 것. 변호사 자격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생각해 사시 준비로 방향을 정했고 5년간 공부해서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하기로 했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덕분에 힘든 고비도 비교적 잘 넘겨가며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상태가 불안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없어 실망과 좌절이 앞설 때가 많다. 그렇지만 일의 성사 여부는 인간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일희일비 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반드시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담대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 독학으로 공부해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다다오는 자기 삶에서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눈앞에 있는 힘겨운 현실이라는 그늘을 직시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용기 있게 전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빛을 멀리 가늠하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몰입의 시간 속에 충실한 삶이 있다고 했다.

어느 누구도 결승선을 정해주지 않는다. 당신만이 결승선을 정할 수 있고 그 결승선을 향해 쉼 없이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한 때의 성공이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멀고 험난한 길이라도 쉬지 않고 걷겠다는 굳은 의지만 있으면 반드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이 여름답지 못하면 가을도 가을다울 수 없기에 어떤 순간에도 냉정함과 겸허함을 잃지 말고 젊은 패기로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왜 나는 남들처럼 멋진 꽃을 피우지 못할까 좌절하기 쉽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자. 당신은 모든 꽃들이 다 지고 난 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피는 가을 국화일지 모른다. 기존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지금은 과거의 성공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다. 반대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포착하여 기회를 잡는다면 과거의 실패를 딛고 얼마든지 도약할 수 있다. 구한말 지혜로운 선각자들은 세상이 바뀌었음을 깨닫고 과거공부 대신 일찍이 신학문을 공부해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창업 당시 이름없고 존재가 미미했던 삼성과 현대는 한국 경제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기업이 되었음을 기억하자.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싫든 좋든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이 나를 외면하고 부조리하다고 느낄 때 분노와 좌절에 그친다면 패배자다. 차별받던 10대와 20대의 하급 사무라이들이 메이지유신의 주인공이 되어 근대 일본을 만들어 나간 것처럼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큰 포부와 꿈을 잃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홀로 선 나무. 힘들고 외롭지만 묵묵히 인내의 시간을 견뎌나갈 때 훗날 모두가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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