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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46 / 감정평가와 가격통제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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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4  12: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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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생활물가를 통제하겠다고 밝혔던 지난 정부도 그렇고 이번 정부도 특정 생필품의 가격 상승을 인위적으로 눌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 건 대선주자의 공약 발표 모습도 방송을 탔다. ‘가격통제’는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주무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투기과열지구지정,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시장을 왜곡시키는 공급독점, 과점, 담합현상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 분에 넘치는 폭리를 취하려고 가격을 통제하려는 모습이다.

토지를 평가하는데 표준지 공시지가가 활용되고 있다. 과거 『지가공시법』에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이르기까지, 공시지가기준법은 토지 평가의 근간이다. 그럼, 표준지 공시지가를 억누른다고 감정평가액이 덜 뛸까. 공공택지지구 등 개발사업 구역에서는 사업시행자의 요청에 따라 표준지 공시가격의 상승을 억누르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공시지가와 보상금액은 비례관계가 아니다. ‘적정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보상금액을 낮추려면 인위적으로 거래가격을 낮춘 매매계약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이와 반대로, 거래가격을 높인 매매사례를 심어 놓는 고단수의 전략가도 있다고 들었다.

감정평가업계에서는, 부적정한 가격을 담은 평가보고서가 유통되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심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평가법인 내 내부 심사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면, 본사와 지사에서 동일한 물건에 대해 서로 다른 가격을 적은 보고서가 적지 않게 나왔을 것이다. 법인에 소속된 감정평가사 중 일부는 까칠한 내부 심사자를 탓하기도 한다. 너무 깐깐하게 가격을 통제한다는 불만이다.

감정평가협회 차원의 가격통제는 ‘협회 심사’로 나타난다. 과거보다 협회 심사 대상 범위가 늘어났다. 보상평가에서는, 관련 규정이 정하고 있는 10% 규칙이 있다. 2인 또는 3인이 평가할 때,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위법한 평가로 단죄하는 것은 아니다. 재평가의무를 부여한 것뿐인데, 결국 격차가 큰 보고서의 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해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감정평가협회에서는 2-3개 회사의 보상평가 담당자를 모아 내부 조정을 유도한다. 어느 누구는 이런 주장을 펴기도 한다. 협상력에 따라, 또는 당사자의 사정에 따라, 거래가격도 10% 넘게 출렁이는데, 과연 10%의 격차가 나지 못하도록 법이 막고 있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호소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에만 이런 10% 규칙이 있지만, 그런 규정이 없는 영역까지 유추 적용된다. 매각이나 교환, 재개발, 재건축평가 등 다른 목적의 평가에서도 보이지 않는 울타리로 작용하고 있다.

감정평가정보체계도 가격통제 효과가 상당히 크다. 동일한 물건이든 비교할 만한 물건이든, 또 다른 전문가가 제시한 가격이 하나의 정보로서 제공되면서, 은연 중 평가사를 압박한다. 어느 시점에 의미 있는 가격인지를 나타내는 ‘기준시점’이 다르다면, 숫자가 예전과 달라지는 걸 ‘상황 변화’ 또는 ‘부동산 시장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한 달 내 수 억 원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물건에 따라 세월의 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도 많다. 두메산골 ‘자연림’의 가격은 세월의 영향을 타지 않는 편이다. 평가목적이 다르다면 또 어떤가. 저건 담보대출 목적의 보수적인 가격이라고 주장하며 시가와는 큰 차이가 있으므로, 보상평가액은 최근 담보평가액과 큰 격차를 보여도 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다. 법원도 이런 목소리를 수용한 판시를 본 적이 있다.

대내·외적인 가격 통제 효과는 꽤 큰 편이다. 정보체계를 안 들여다 볼 수는 없고 내부, 외부 심사도 피해갈 수는 없다. 평가자가 설명할 수 없는 가격을 꼭 내고 싶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아직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하는 선배 평가사도 있다. 아무런 가격산출 근거 없이, 2-3페이지 보고서로 충분했다는 그 시절을 얘기하곤 한다. 가격 통제과정이 실질적으로 없어, 부동산 가격 결정 권한이 무한대로 인정되던 때였으리라.

가격통제를 얘기하면서, 실은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싶었다. 실수라고 볼 수 없는 의미 없는 숫자, 설명할 수 없는 금액을 적은 감정평가보고서는 전문가의 ‘사기’ 행위라는 것이다. 부동산가격 결정 권한을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법원, 기업, 사업시행자로부터 위임받았는데, 감정평가사는 이를 일탈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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