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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76) - 응원가와 저작인격권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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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4  12: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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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그동안 야구를 무척 좋아 하면서도 야구장에 직접 가서 보는 일은 드물었는데 딸아이가 워낙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이끌려 가끔 야구장에 가곤 한다. 다행히 야구장은 집 근처에 있어 가는데 수고로움은 덜하다. 야구장에 가면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넓은 그라운드, 가까이서 보게 되는 선수들도 좋지만, 한국 야구장이라면 뭐니 뭐니해도 응원 열기를 빼놓을 수 없다. 1루와 3루로 나누어진 양팀 응원단은 응원하는 팀의 모자를 쓰거나 유니폼을 입고, 특색 있는 응원 도구를 이용하여 열띤 응원을 펼친다. 각 팀의 응원단이 관중들의 흥을 돋우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응원가다. 딸아이가 가르쳐 주어서야 알았는데 각 팀은 팀 전체 응원가 뿐만 아니라 각 선수별로 개별 응원가가 있고, 상황에 따른 응원가도 따로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응원가는 주로 유명한 곡에 가사를 새로 붙이거나 유행가의 가사를 바꾸어 선수나 팀 개성에 맞게 변형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LG트윈스의 박용택 선수 응원가는 가수 김범수의 ‘나타나’를 편곡하여 “왜 내 눈앞에 나타나 ~ LG 박용택”, 두산 베어스의 민병헌 선수 응원가는 ABBA의 ‘Honey, honey’를 개사하여 “허니 허니 민병헌이~ 안타! 허니 허니~ 민!병!헌!”, 롯데 자이언츠의 강민호 선수 응원가는 Boney M의 ‘Rivers of babylon’를 개작하여 “롯데의 강민호! ~ 오오오 오오, 롯데의 강민호!” 이런 식이다.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개성이 담긴 응원가를 통하여 응원단은 하나가 되고 응원의 열기는 고조된다. 그런데, 이러한 응원가를 사용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있어 응원가가 바뀌거나 그동안 불러온 응원가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프로야구 응원가에 사용된 곡이나 노래는 음악저작물로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당연히 저작권이 제한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한 그 사용을 위하여는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저작권자로부터 허락도 받지 않고 응원가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사실 각 구단은 응원가를 만들어 사용하기 위해 각 팀당 연간 3000만원 정도의 저작권료를 지불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응원가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 걸까? 응원가로 사용된 음원의 저작자가 저작인격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저작권은 단순히 하나의 권리가 아니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성된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자가 가지는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인데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공연, 방송, 전송, 전시 하는 등 이를 이용함으로써 재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이다. 재산적 권리이기 때문에 저작재산권은 이를 양도할 수 있고, 상속의 대상이 된다. 한편,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자가 갖는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다. 저작물을 공표할 것인지 공표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공표권), 저작물에 자신의 성명 등을 표시할 권리(성명표시권),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동일성유지권)가 그 내용을 이룬다. 저작인격권은 인격권이라는 특성상 저작자의 일신에 전속하고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각 프로야구 구단이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해 지급하였다고 하는 저작료는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된 것이다. 이번에 나타난 문제는 응원가로 사용된 음원의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되었다. 저작인격권 중에서도 동일성유지권이 문제되고 있다. 즉, 저작자는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이 어떠한 형태로 이용되더라도 그 내용이나 형식이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프로야구 구단이 응원가를 만들면서 자신의 저작물을 변형하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작자는 슬픈 분위기의 발라드 곡을 만들었는데, 이 곡이 편곡과 개사를 통해 빠른 템포의 흥겨운 응원가로 바뀌게 되면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문제된다. 저작자가 저작권을 양도하였다고 하여도 저작인격권은 양도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 프로야구 구단이 저작재산권자에게 저작료를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저작자에 대한 저작인격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제 각 프로야구 구단은 저작인격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것을 입증할 자신이 없으면 저작자와의 협상을 통해 허락을 얻든지, 아니면 응원가를 새롭게 만들어야만 한다.

보통 저작권이라고 하면 저작재산권을 의미하고, 그동안 저작재산권과 달리 저작인격권은 그다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응원가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저작인격권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다. 하지만, 비디오 제작자가 영화를 비디오로 제작하면서 저작자인 영화감독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일부 분량을 삭제한 사건(영화 ‘하얀 전쟁’ 사건)이나, 드라마 제작사가 극작가의 허락도 받지 않고 대본에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인물을 드라마에서는 다시 살려낸 사건(일일연속극 ‘더 이상은 못 참아’ 사건), 그리고 역사교과서 집필진들이 교육부의 수정지시를 따르지 않자 출판사에서 일방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한 사건 등을 보면, 저작인격권이 중요한 권리임을 알게 된다. 이번 프로야구 응원가 사건이 저작인격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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