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 -벚꽃엔딩과 4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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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벚꽃엔딩과 4월 위기설
  • 신희섭
  • 승인 2017.04.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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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런데 일교차가 큰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꽃이 피는 시기가 한꺼번에 몰린 느낌이다. 어쩌다 보니 개나리와 목련과 벚꽃이 동시에 펴있다. 철은 좀 안 맞게 되었지만 동시에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꽃을 보면 봄인데 우리의 안보 상황을 보면 겨울이다. 지난 주 트럼프대통령이 시진핑주석을 만나면서 시리아에 미사일을 발사한데다 미국이 칼 빈슨호를 다시 배치하는 것을 두고 4월 위기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매우 구체적으로 4월 그믐밤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카톡과 SNS를 타고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팩트로 이라크 전쟁에서 크루즈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폭격을 하였는데 가장 달빛이 적은 그믐 밤의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폭격을 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4월 15일은 김일성 생일이고 4월 25일은 북한군 창군일이라 이 시기에 미사일 발사나 6번째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런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 보강증거가 되고 있다. 일본의 출처를 알기 어려운 미디어가 한반도 내의 미국인들이 소개될 예정이라는 보도까지 낸 것까지 가세하고 있다. 소문은 사실처럼 번지며 안보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한국의 조기 대선 국면에서 보수를 표방하는 후보의 지지가 낮게 나오니 안보관을 문제 삼아 진보후보를 흔들고자 하는 정치적 세력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럼 미국은 정말 북한을 폭격할 것인가? 그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4월 위기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이것은 미국변수와 중국 변수 그리고 한반도 변수를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미국변수를 살펴보자.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추가적 도발이 있어야 한다. 그저 추가적 도발만 있다고 폭격에 나설 수는 없다. 북한의 핵 문제는 1993년부터 공개적으로 미국과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미사일문제는 1998년부터 있어왔다. 20년이 지났거나 20년에 가까운 문제에 대해 갑작스럽게 폭격을 하기는 쉽지 않다.

시리아는 자국민을 상대로 생화학무기를 사용했고 체제 저항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러시아-이란으로 이어지는 가스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지정학적인 고려도 있다. 개입을 했을 경우 미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게다가 시리아문제는 오바마 정부의 비개입정책의 상징이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오바마와 다른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좋다. 국내정치에서 강력한 정치적 저항을 경험하고 있는 트럼프입장에서는 정치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북한 문제는 그렇게 쉽지가 않다. 북한이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어 자칫하면 미국의 강경정책은 미중관계에서 외교적으로 곤궁에 빠질 수 있다. 또한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 일본입장에서도 유용할 것이 없다. 중국의 강경대응에 일본은 미국을 지원할 수 있지만 북한이 주일미군을 위협하지 않는 한 일본이 너무 강력하게 대응을 할 경우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현재 군사적 옵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강경정책은 크루즈미사일로 북한에 선제타격을 하는 것이다. 시리아에 사용한 것처럼 북한의 특정 시설을 공격하되 전면적인 공격에 나서지는 않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도 이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하지만 크루즈미사일공격과 같은 감질나는 공격에 대해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 이것으로 위협을 가하면서 실제로는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예측불가능성으로 인해 이런 방식의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는 먹힐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와의 정상회의 이후 따로 전화를 걸어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이야기 한 것으로 볼 때 위기는 확실하다. 하지만 전화를 통해서 이야기 할 정도면 아직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중국입장에서도 북한문제는 골치 덩어리이다. 한국전쟁을 같이 치루면서 명목적으로 사회주의를 고수하는 형제국가라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김정은에 와서는 잘 관리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개입은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 북한은 여전히 동맹이기 때문에 ‘북한 공격=중국 공격’의 논리가 작동할 수 있다. 미국입장에서 북한 문제가 시리아 문제와 다른 이유이다.

한반도 문제 역시 미국이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입장에서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위기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우선 한국에 정치리더가 없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고 해도 이에 대한 뒤처리를 해야 한다. 미국입장에서 전적으로 자신의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문제를 공유할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는 중심 축이 없다. 미국이 물러날 때 명분이 있어야 하기도 하지만 북한을 공격한 뒤에 후속조치를 논의해야 할 상대도 없다. 미국이 그저 북한을 공격한 뒤 “한번 혼내줬어”로 끝을 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크루즈미사일외교도 쉽지 않다. 북한에 대한 공격은 북한 국내정치를 바꿀 수 있다. 북한의 군부는 김정은의 폭압정치로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개입은 군부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를 알기 어렵다.

아직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전체 그림이 안 그려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개입은 미국의 국내정치-중국의 국내정치-한국의 국내정치- 일본의 국내정치- 북한의 국내정치라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작동한다. 트럼프가 아무리 불확실성을 등에 업고 외교를 한다고 해도 북한 공격은 관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흐드러진 벚꽃도 조금 지나면 절정을 다한 뒤 비와 함께 끝이 날 것이다. 한반도 위기설도 대선과 함께 끝이 날 것이다. 벚꽃은 지난 뒤에 아쉬움이 남겠지만 한반도 위기설은 안도감을 남길 것이다. 빨리 벚꽃이 지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거짓뉴스와 SNS를 활용한 정치 팀들이 자리를 뜨기를 기대한다. 그저 벚꽃이 지고 난 자리에 향기만 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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