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5)-政治進退時機論(정치진퇴시기론)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5)-政治進退時機論(정치진퇴시기론)
  • 강신업
  • 승인 2017.04.07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공신 범려(范蠡). 월왕 구천(勾踐)을 도와 오(吳)나라 부차(夫差)를 패망시킨 그는 떠날 결심을 했다. 위험과 손해는 나눌 수 있으나 권력과 이익은 나눌 수 없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구천은 그런 범려에게 나라의 반을 떼어 주겠다며 떠나지 말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범려는 가벼운 짐만을 챙겨 식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제(齊)나라로 떠났다.

그 후 범려는 이름을 바꾸고 해변에 숨어살며 농사를 지어 많은 재산을 모았다. 재산이 늘자 명성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제나라에서 재상으로 모시려했다. 하지만 범려는 그 유명한 久受尊名不祥(구수존명불상, 귀한 이름을 오래 갖고 있으면 상서롭지 못하다)이라는 말을 남기고 주위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눠준 후 얼마간의 재화와 보물만을 챙겨 다시 도(陶)나라로 떠났다.

유방(劉邦)을 도와 한나라를 건국한 장량(張良). 유방은 항우(項羽)를 무찌르는데 세운 공을 높이 사 제나라 땅중 3만호를 장량에게 봉읍으로 제공하려 했다. 하지만 장량은 이를 거절하고 유방과 처음 만난 유(留)땅만을 봉지로 갖고 유후(留侯)에 머물렀다. 유방이 수도인 관중(關中)으로 들어간 후에는 병을 구실로 아예 조정에 나오지 않았다.

범려와 장량. 두 사람은 사기(史記)에서 사마천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범려는 부차를 무찌르는데, 장량은 항우를 무찌르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 때문만은 아니다. 범려는 구천에게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 문종(文種)과 달리, 장량은 유방에게 토사구팽을 당한 한신(韓信)과 달리 목숨과 명예를 온전히 지켰다. 사마천은 욕심과 미련을 버리고 제 때 물러난 그들의 현명함과 결단력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지금도 장량의 사당 한쪽 바위에 새겨진 成功不居(성공불거, 성공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와 知止(지지,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안다)는 후세인들에게 물러남과 멈춤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다.

이순신(李舜臣) 장군 역시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한국 역사에 영웅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준비를 철저히 한 후에야 전쟁에 나아갔다. 그는 출전하라는 왕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조정으로 압송돼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무모한 출전을 하지 않았다. 그의 판단이 얼마나 올바른 것이었는가는 그 후 원균(元均)이 칠전량 전투에서 대패하고 목숨까지 잃은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순신 장군이 23전 전승을 거두며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작은 공명심으로 일을 그르치지 않았고 진정 나아가야 할 때는 조정과 명나라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당히 나아가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영웅다운 최후를 맞이했다.

정치는 모름지기 진퇴의 시기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과거 전제군주시대나 오늘의 민주국가에서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오늘날 정치인이 나아가야 할 때는 언제인가. 국민이 원할 때다. 물러나야 할 때는 언제인가. 국민의 신임이 떠났을 때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도 나서거나 국민이 원하는데도 물러서지 않는 것은 필히 불행으로 이어진다.

우리 역사에서 나서지 말아야 할 때 나선 대표적인 사람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는 바로 그 때문에 수감생활을 해야 했고 역사에 이름을 더럽혔다. 물러날 때 물러나지 않았던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는 많은 업적을 이루었으나 국민의 신임이 떠났는데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민심과 맞선 나머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구속까지 당하고 말았다.

역사는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정치지도자는 과연 지금이 내가 나서야 할 때인지, 물러서야 할 때인지를 잘 알고 처신해야 한다.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사람들, 그를 도와 나랏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과연 지금이 나아가야 할 때인지, 그리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 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