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3월 마지막 날, 구악 적폐청산의 종소리가 우렁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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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3월 마지막 날, 구악 적폐청산의 종소리가 우렁차다
  • 오시영
  • 승인 2017.03.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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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3월이 간다. 생명의 달, 3월이 간다. 3월은 겨우내 참았던 자연이 “나, 자연이다!”라며 기지개를 켜는 달이다. 자연이 기지개를 켜면 사람은 겸손해져야 한다. 저 보이지 않은 자연의 광대한 힘을 어찌 사람이 거스를 수 있겠는가? 굳은 땅을 박차고 나오는 생명의 씨앗들, 겨우내 말라 있던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는 파릇파릇한 새 순들, 3월은 그렇게 1초1초 새롭게 생명을 키워간다. 겨우내 죽어 있던 것 같은 생명들은 3월이면 어김없이 “나, 살아 있다!”라고 소리 없는 합창을 한다. 겨우내 생명을 억누르고 있던 차가운 얼음덩어리들은 3월 문턱에서 제 무게를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녹아내리고, 끝내는 스러져 사라진다. 아니 자신이 억눌렀던 생명들에게 생명수로 제 역할을 수행하고 사라진다. 보조자에 불과한 것들이, 그렇게 사라질 것들이 한때 세상의 주인인 양 횡포와 폭압의 주체였다는 사실이 실소를 자아내게 할 뿐이다.

오늘, 3월 마지막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녀가 법대로 구속될지, 법원의 선처(?)로 불구속될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그 결과를 어느 쪽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에 글 쓰는 것이 어렵지만, 백에 아흔아홉 구속될 것이라 예상된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이기 때문이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이 살아 있고, 법 집행의 형평성을 믿기에, 그녀가 구속되리라 예상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법현상으로서 구속되느냐 않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다. 그녀의 육신이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한가? 이미 그녀의 영혼이 법치주의국가 대한민국의 국민의식에 체포된 범죄자로 구속되어 있는 까닭이다.

지난 주 필자는 본란을 통해 “아직도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지적한 바 있다. 검찰 수사를 받고 나오면서 보인 황당한 반응 때문이었다. 그녀의 변호인 손범규 변호사가 전한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라는 말이 황당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말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첨꾼 변호사들의 판단 오류인지, 아니면 의도된 교언영색인지 알 수 없지만, 듣기에 좋은 소리만 골라 하는 함량 미달의 변호사들을 선임한 죄가 크다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이제 비로소, 어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큰 죄”인지를 실감하며 잔뜩 겁을 먹게 되었을 것이다. “아, 이러다 정말 내가 구속되는구나!” 하는 현실 인식과 “어떻게 교도소 독방에서 혼자 살아가지?” 하면서 걱정에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에게 다행스럽게, 강부영 전담판사가 “전직 대통령임을 고려”하여 불구속재판을 받도록 선처(?)해 주면 모르겠지만, 구속되어 한 평 남짓한 좁은 독방에서 구속수감되어 좁은 창틈으로 하늘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오늘, 새벽이 밝아오는 것이 두렵고 떨릴 것이다. 여태까지 남을 가둬본 적만 있는 사람이 스스로 갇힘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이 법치주의국가임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악의 잘못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량 미달 주변 조력자들의 아첨”이라 할 수 있다. 지도자의 최대 덕목은 “지혜로움”이다. 지식은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지혜로움은 자신의 고유 덕목일 뿐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영역이다. 지혜롭기 위해서는 마음이 선해야 한다. 마음이 선하면 누군가를 해치려는 마음이 없고, 누군가를 해치려는 마음이 없으니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침이 없고, 치우침이 없으니 공평함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지난 4년 통치기간 동안 “국민을 편 갈라 쌈박질을 시킨 죄”는 상당기간 치유되기 어렵다. 아마 그녀가 물러나고, 구속되어 교도소에서 영어의 생활을 하고, 나중에 석방된 후라 하더라도 이러한 “편 가르기의 후유증”은 오래오래 갈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영남과 호남을 갈라 쌈박질을 시켜왔던 것처럼, 그리하여 영남패권주의가 대한민국을 독식하며 또 다른 패권주의를 억압하여 자신들보다는 작지만 호남패권주의라는 또 다른 패권주의를 키워온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편 갈라 그 간극의 골을 더 깊게 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악행이라 할 것이다.

3월이 간다. 아무리 간 덩어리가 큰 피의자라 할지라도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자리에서는 떨기 마련이다. 그러한 장면을 수없이 보아온 필자로서는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떠한 자세로 영장실질심사에 응할지 상상이 가면서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첨꾼 변호사들은 어제 영장실질심사가 이루어지는 순간까지도,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담당판사가 수사기록에 대한 증거조사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대통령님, 괜찮을 겁니다.”라고 아첨성 조언을 해대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영장담당판사가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해 주기를 기도할 것이다. 그리하여 기각된다면 “보세요, 제 말이 맞잖아요!”라며 모든 공을 자기에게 돌릴 “헛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몰락과 함께 대통령의 품격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속한 자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이렇게 인물이 없는 당이 대한민국의 여당”으로 장기집권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함하지 않을 수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진태 의원의 경선토론은 결국 서로의 악담이 문제되어 마이크가 꺼지는 상황까지 치닫고 말았다. 둘 다 범죄피고인이다. 홍 지사는 뇌물수수죄 피고인으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김진태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재정신청 결정으로 기소되어 1심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재정신청이라는 게 무엇인가? 검사가 피의자를 봐주기 위해 무혐의처분하거나 불기소처분한 것에 대해 고소인이 부당하면서 고등법원에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니 기소 결정”을 내려달라고 하는 신청 아닌가? 그래서 서울고등법원이 “김진태 의원을 기소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니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하라고 결정하여 현재 기소되어 있는 것이다. 소위 친박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편파적 불기소처분한 것을 법원이 기소하라고 명령하여 기소되었으면 유죄 판결이 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염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은인자중하여도 부족할 판에 뻔뻔하게 후보로 나서 “비아냥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으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는 것이다.

매를 벌고 있는 것이다. 필자 주변을 보면, 유능하신 분들이 참으로 많이 계신다. 품위도 있고, 실력도 있는 분들이 요소요소에서 산소처럼 조직을 살리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조직은 이렇게 문제가 많지 않은데, 어찌 정치지도자라는 이들 중에는 저렇게 막대 먹은 이들이 지도자라며 설쳐대는지 참으로 아리송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민도가 높기에, 쭉정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모두 걸러질 것이다. 쓰레기만도 못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 역시 치워질 것이다. 5월, 장미꽃이 만발할 때, 대한민국이 향기로운 꽃들로 가득할 때 악취 나는 품격제로의 정치인들이 청소될 것이다.

쓰레기처럼 치워질지도 모르는데,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은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는 부화뇌동의 정치꾼들이 넘쳐나고 있다. 손학규 전 의원, 정운찬 전 총리, 김종인 전 의원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손학규 의원이 강진에서 칩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힘없는 한 방을 터뜨리겠다는 늙은 복서를 보는 것 같아 내내 답답했다. 조용한 과대망상증이 보였기 때문이다. 시골에 칩거하고 있다가 “짜안” 하고 나타나면 “국민의 환호”가 쏟아질 거라 믿고 있던 순진한 정치가의 과대망상증은 이번 “국민의 당 대통령후보경선”에서 여지없이 박살나고 말았다. 국가발전에 현실적으로 기여하지 않은 이들, 과거의 영광과 추억만으로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본인들은 여전히 예전의 향수에 젖어, 옛날 영광에 젖어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넘나드니 박살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당내 경쟁을 하는 것이 옳음에도 문재인 전 대표의 당내 지지도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으로 탈당 후 국민의 당을 기웃거려보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안철수 전 대표가 있어, 이번 당내 경선에서 그에게 참패를 당해버린 것이다. 이리 가도 깨지고 저리 가도 깨지는 쪽박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운찬 전 총리를 보면 더욱 가관이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수없이 저울질을 해보지만, 대통령이 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그가 수없이 대선출마의지를 내비쳤다가 감추었다가를 반복하며 여전히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 초라한 노욕이 느껴질 뿐이어서 측은해지기조차 한다. 경제학자로서, 서울대총장으로서, 대한민국총리로서의 경륜이 저렇게 초라하게 위축되어 버릴 수 있는지 아쉽기만 할 뿐이다. 정치는 힘이다. 지지자의 자발적 응원과 추종이 없으면 선출직을 할 수가 없다. 임명직이야 어찌어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투표에 의한 선출직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해 온 몸을 다 바쳐 헌신하는 희생”을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한 희생에 공감하는 국민이 늘고, 동조하는 이가 늘 때 선출직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선출직을 밥상 차려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까닭이다.

김종인 전 의원 역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다음 주쯤 자신이 직접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선언을 예고하였다. 평생 성공한 집권층의 책사로 살아온 그가, 그 덕에 호의호식하며 살아온 그가 마침내 “자진 몰락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의 인생 마지막 정치적 선택이 자신이 쌓아온 공든 탑을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뜨리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친문패권주의를 무너뜨려야겠다며 출사표를 내던진 그를 보며, 그가 내세우는 중도보수통합의 가치는 결국 “박근혜 정권 부활의 또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추구하는 180명 규모의 국회의원 확보의지는 120여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제외한 자유한국당(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국회의원 수에 무소속 국회의원을 모두 합친 수를 의미한다. 친문패권주의라는 프레임에 더불어민주당을 가둬주는 정치적 전략을 추구하며 180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확보하는 통합정권을 구성하겠다는 것은 180명의 과반수가 넘는 국회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을 살리겠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고, 이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탄핵받은 박근혜 전 정권을 연장하는 술책을 부리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책략에 불과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정치적 술수를 국민들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교체를 통한 구악의 척결, 적폐척결을 최대의 현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민심에 역행하는 그의 마지막 정치노선은 실패로 끝날 개연성이 아주 높다. 그가 전두환 정권 때부터 이기는 정당을 택해 부귀영화를 누려왔던 마지막 종착역은 그가 패배하는 실패의 흑역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3월이 간다. 이렇게 가는 3월은 얼음의 세력에게는 자신의 실체가 녹아 이 나라에서 사라지는 두려움의 계절일 것이겠지만, 향내 나는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생명의 세력에게는 구악 척결을 통한 반면교사의 교훈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것인지, 자택으로 귀가할 것인지 이 글을 쓰는 지금 필자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역사가 전개될지언정 꽃피는 3월이 가면, 더욱 꽃이 피는 4월이 온다. 그리고 새로운 역사의 분기점이 될 5월이 올 것이다. 장미꽃이 만발할 것이고, 장미가시에 찔려 피를 흘린들 그 피 역시 생명의 피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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