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 - 자원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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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 자원방정식
  • 신희섭
  • 승인 2017.03.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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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지정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은 과거 유럽 국가들의 제국주의를 묘사하는 것으로 비판받아 오던 분야지만 탈냉전이후 새로운 관점에서 부활하고 있다. 지리를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은 과거처럼 안보적 고려와 군사전략은 아니다. 기술발전에 따른 전략적 요충지의 관점과 달리 현재는 자원이 지리를 다시 보게 만들고 있다.

큰 틀에서 현재는 자원전쟁시대라고 볼 수 있다. 자원을 두고 국가간 경쟁이 강화되다 보니 자원전쟁까지 가게 되었다. 그럼 자원은 왜 다시 지정학을 부활시켰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인구가 늘고 있다. 특히 저발전된 국가들에서 인구가 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대표적이다. 선진국에서는 높은 소득과 비싸진 물가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라면 개도국이나 저발전된 국가들에서는 인구가 늘고 있다. 둘째, 경제발전이 진행중이다. 개도국들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경제발전중이다. 첫째 요인인 인구가 늘어나는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자원을 마구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높인 중국인들이 우유를 먹게 된 식습관변화를 생각해보면 인구와 소득증대가 자원에 미친 영향을 쉽게 알 수 있다.

추크리와 노쓰(Choucri & North) 교수가 제안한 ‘횡적팽창압력이론’의 논리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인구증대가 자원의 수요를 증대하게 하면서 지리적 공간을 중요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요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국제정치적으로 지리적 확대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전형적인 수요중심 논리이다.

그런데 자원에 대한 수요만이 자원을 고려하는 요인은 아니다. 자원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원수요를 통제하는 정부측 요인과 함께 자원증대를 제약하는 제약식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먼저 간단히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제약식이다. 과거에는 인구 증대를 위한 식량과 자원접근이 제약되는 것은 타국가의 저항이었다. 그런데 현재 식량을 포함한 자원증대는 환경이라는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수질오염이라는 방정식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즉 자원의 필요성이 있고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지나친 환경오염은 자원접근을 거부하게 만든다. 현재 중국이 전세계 생산의 98% 점유율을 보이는 희토류가 대표적이다. 희토류는 전세계에 넓게 분포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희토류 생산에 따르는 환경오염으로 생산을 접었다. 중국은 환경요인을 상대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권위주의 국가이기에 국내적 비판에서 자유롭게 희토류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것 역시 막대한 양의 물을 오염시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에탄올을 석유의 대체에너지로 쓰기 위해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재배하지만 이 작물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산출량의 1,000배에 가까운 수자원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자원 방정식이 수요와 제약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원경쟁을 결정하는 정부와 정치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자원경쟁에서 기업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이 게임에서 더 중요하다. 자원 경쟁게임에서 국가는 두 가지를 고려한다. 첫 번째 고려할 요인은 국내정치내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사이에서 정치적 갈등이다. 국내정치에서 이들 간 경쟁은 불안정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 모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비민주주의의 국가들에서 자원에 대한 접근과 그에 따른 국내적 재분배문제는 정당성의 약화와 연결될 수 있기에 정치적 갈등의 강도가 높다.

두 번째 고려할 요인은 국제정치이다. 국가들은 힘의 증대와 자국의 위치에 대해 민감하다. 이것은 현실주의가 가정하는 논리구조에 기초한다. 성장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힘 증대를 통해서 위신을 높이고자 한다. 특히 국가적 위신은 민족주의적 성향과 결부될 경우 더욱 강화된다. 자원민족주의는 그동안 자국이 받아온 차별적 대우와 자국이 느낀 열등감을 자원을 통해서 전환하고자 하는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다. 자원공급 측이나 자원수요 측 모두 자국의 위상을 증대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힘의 논리는 도전국가들의 반대편에 있는 국가들을 자극하고 있다. 따라잡힐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기존 강대국들 역시 자원의 접근에 있어서 정치적 고려를 할 수 밖에 없다. 힘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동력이 자원에 대한 수요 측 요인을 통제하고 결정하게 한다. 위신이나 이익에 의해 작동하는 정부 측 요인은 패권국가와 도전국 사이에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패권국가와 지역강대국사이에서도, 지역중견국가들 사이에서도 작동한다.

특히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들은 에너지 자원과 식량자원과 같은 전략적 물자들이다. 중국이 일본에게 한 방 먹였던 희토류를 보면 자원이 외교적 자원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에너지 자원의 경쟁은 오래전 부터 국가 간 경쟁을 만들어낸 자원들이며 안전한 식량자원의 확보는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각 자원들은 지역과 국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지질적 조건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질적인 요인들과 함께 기술변화는 자원추출의 비용을 변화시키며 접근성에 영향을 미친다. 셰일가스가 40불까지 비용을 낮추면서 채굴이 가능해진 것은 기술변화로 인한 것이다.

새로운 지정학 시대가 왔다. 한국인들은 누구나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고 배워왔다. 반도국가라는 논리로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이 보다 좀 더 복잡한 틀에서 지정학을 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하고 아직 더 성장을 해야 하는 한국입장에서는 자원의 역학관계에 있어 가장 앞서가지는 못해도 뒤처지면 안 된다. 그래서 한국에서 지정학 연구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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