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경찰대 출신 학생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 22일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이 모임의 대표인 권민식씨는 이날 오전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위 신분으로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권씨는 “국가공무원법상 연수휴직 한도는 2년이라 3년의 로스쿨 수학 과정을 온전히 마칠 수 없음에도 서울대 로스쿨 자기소개서에 이러한 점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위법 또는 부정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한 휴직이 불가능한데 경찰직을 그만두지 않고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면 국립대인 서울대 로스쿨의 입시업무를 방해한 것이 된다는 게 모임 측 설명이다.

모임은 또 경찰대 출신의 지원자를 선발한 서울대 로스쿨 입시관계자를 고발했다. 2015년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이후 학교 측이 제대로 조처하지 않은 데 따른 직무유기 혐의와 업무방해 혐의다. 이밖에 사시준비생들은 교육부를 통하여 이화여대 로스쿨을 제외한 전국 24개 로스쿨 대학총장(입학처장)을 상대로 부정 또는 위법하게 해당 로스쿨에 입학한 이들에 대한 입학취소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을 선발한 로스쿨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요구를, 이러한 부정 또는 위법행위를 자행한 로스쿨은 법조인력양성자격이 없으므로 로스쿨 인가반납을 요구하는 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에도 엄중한 감사 등을 통하여 평가결과를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하고 공표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는 이들의 변호사 등록 취소 청구서를 전달했다.

경찰대 출신 로스쿨 진학이 크게 늘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홍철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경찰대 출신 로스쿨 입학생은 2012년 7명, 2013년 15명, 2014년 30명, 2015년 31명, 2016년 17명 등 5년간 총 100명에 달했으며 로스쿨 도입 이후 지금까지 15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로스쿨 진학이 느는 것은 승진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3년 과정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증을 따면 경감까지 별도 심사로 승진시켜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우수 경찰인력을 양성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문제는 편법을 쓰지 않고 정상적으로 로스쿨 변호사 자격을 딸 방법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대학원에 다니기 위해 연수휴직을 할 때 한도는 최대 2년이기 때문이다. 물론 휴직하지 않고 경찰 업무와 로스쿨을 병행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찰 업무 특성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2015년 3월 경찰 간부 32명의 관련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돼 징계요구를 받았다. 법원도 편법 휴직으로 로스쿨을 다닌 경찰관에게 징계하는 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경찰들의 로스쿨 편법 진학은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 로스쿨 진학을 위한 휴직과 편법이 허용되면 공무원의 직무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연수휴직 기간에 로스쿨에 다닌 것 자체가 연수목적 외 행위에 해당된다. 따라서 휴직제도의 특혜적 성격 등에 비추어 이러한 편법적 휴직 사용을 근절할 필요성이 크다. 공무원 인사업무지침에도 로스쿨 입학을 위한 연수휴직은 가능하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과 규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경찰이 그 법과 규칙을 편법으로 활용해 사익을 도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을 공부하는 단계부터 불법, 편법을 자행한 이들이 법조인으로 일한다는 것은 사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법조인력양성기관인 로스쿨도 위법 부정 입학을 시도하는 이들의 입학 자체를 허용하지 않도록 엄격한 학칙을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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