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44 / 감정평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144 / 감정평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 이용훈
  • 승인 2017.03.17 12: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얼마 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내심 원하는 결과였다. 경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분명 절반 대 절반의 대결은 아니지 않는가. 한 재판관의 보충의견처럼, 진보와 보수의 시각을 떠나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접근한 결과였을 것이다. 숫자도 깔끔하다. 8명 전원일치 판결. 그런 생각도 들었다. 과연, 증인신문이나 치열한 평의과정을 거치기 전, 일부 재판관은 현재의 답을 품고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는 싫다. 공정하려면, 들을 건 다 듣고 들여다 볼 건 다 본 후 결론을 내려야 한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의 감정평가법인 지도점검에 동참했다. 다른 평가법인의 감정평가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대부분 무난하게 보고서 작성이 돼 있었고, 일부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난감한 수준이었다. 도대체 이 보고서에 쓴 숫자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유가 있겠지.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니까, 또는 평가전례의 한 귀퉁이에 이런 가격도 있다고 올려놓고 싶었든지. 이거야말로 선입견이다. 아무런 근거 없는 숫자, 또는 그 숫자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할 그런 가격을 보면, 이 보고서를 생산한 주체는 정말 비도덕적이거나 몰상식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그 순간 형성된다. 수많은 평가보고서가 양산되고 있는 현재, 감정평가보고서는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을까?

같은 감정평가사 입장에서, 다른 감정평가사가 작성한 여러 보고서를 들여다 볼 때마다 아쉬움이 많다. 왜, 우리는 좀 더 가치추계과정을 더 논리적이고 정교하게 적시할 수 없을까. 그런 능력이 없을까. 사실, 비용 때문이라고 자위하고 싶다. 더 정확히 말해, 시간 때문에.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보고서를 완성해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지 않는가. 사실, 말단 감정평가사 입장에서 매일같이 한 건의 감정평가를 수행해야 한다면, 어느 세월에 본인도 만족할 만한 품질의 보고서를 써 내겠는가. 최소한의 내용만 기재해서 끝낼 것이다. 모든 보고서가 그런 것은 아니다. 수수료 총액이 크고, 논쟁 대상이 되는 물건의 경우라면, 보고서 작성뿐만 아니라 백업데이터를 마련하는데 시간을 한참 들인다. 필자도 3개월 고민해서 겨우 내 보낸 평가서가 있다. 필자가 써 내는 여러 보고서 중 간혹 스스로도 뿌듯해 하는 결과물은 대개 소송평가보고서다. 사안이 민감할수록 보고서의 질은 높아진다.

법의 규정, 그리고 공신력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감정평가. 법에 따르면, 감정평가결과물을 최종 의사결정 자료로 채택하는 곳이 무척 많다. 기관의 규정대로라면, 감정평가 결과물을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곳도 상당하다. 그 중요성에 비춰 보면, 일부 감정평가사의 행태는 떳떳하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는 어떤 태도로 감정평가보고서를 내놓고 있는가? 감정평가전례를 실거래자료보다 더 높이 사는 현실을 타성으로 여기지는 않는가. 수익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숫자 놀음으로 대충 맞춰 놓은 결과물은 어떤가. 담보평가금액과 자산재평가 결과물이 꽤 차이나는 현실을 놓고, 원래 그런 거라는 설명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매번 다른 숫자를 보여줘야 하는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오늘 어느 신문은 인공지능 부동산가격 추정 로봇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제대로 개발해라, 정보제공수단으로 활용하면 될 것 아니냐. 밥그릇 걱정은 크지 않다. 어차피 법이, 규정이,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인용하도록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보니까. 그 결과물을 누군가 검토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쓸 수 없는 데이터라는 걸, 개발하는 사람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여간, 감정평가사 입장에서 의미 없는 숫자를 내보내고 있다면, 도대체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인가 자괴감은 느껴야 하지 않을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준수 2017-03-22 22:00:46
통화 하고 싶습니다 ~010 9439 7605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