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15 / 실무수습 시리즈 - 검찰심화실무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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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15 / 실무수습 시리즈 - 검찰심화실무수습
  • 문덕윤
  • 승인 2017.03.10 11: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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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심화실무수습은 검사 임용을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일 것입니다. 공직에서 일을 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본인의 역량을 사용하는 것인만큼 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올해 검찰심화실무수습에 다녀온 서울대 로스쿨 7기 K씨의 후기에서도 자신이 만일 검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의 법원심화실무수습까지 공직 관련 실무수습 이야기가 2주 동안 연재될 예정입니다. 실무수습 시리즈는 법학을 전공한 뒤 어떤 직역에서 활동할 것인지, 그 직역이 요구하는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로스쿨 지망생 및 재학생들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로스쿨 이야기 제15화 : 실무수습 시리즈 - 검찰심화실무수습

1. 들어가며: 검찰심화실무수습 지원 동기

저는 검사가 되고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 꿈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분명히 잘 해결될 겁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할 능력과 권한을 가진 사람, 단지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여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사람, 저는 그것이 검사를 업으로 삼음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되거나 뉴스에 연일 화제가 되는 몇몇 검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역시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직업을 열망하는 자로서 본래 검찰조직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는 제가 꿈꾸는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실제로 이를 실현하고 있는 다수의 검사님들을 만나보고 싶어 실무수습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 검찰심화실무수습 선발

검찰심화실무수습은 검찰 본선발 지원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수습과정입니다. 다만, 2016년 검찰 설명회에서 앞으로는 심화실무수습수료자가 아니더라도 본선발에서 충분히 선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이 있으셨으므로, 점차 그 중요성이 지금보다는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2학년 2학기 검찰실무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노력한 것 외에는 심화실무수습 지원을 위해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지원 공고가 뜨면, 자기소개서와 성적증명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엔 로펌 인턴과는 달리 수습 참여가 바로 선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지원자들의 학점 커트라인이 로펌 인턴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더불어 작년엔 전체 법전원에서 약 150명 정도를 선발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약 230명 정도의 인원이 선발되어 평소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기회를 얻었습니다. 2학년 2학기 검찰실무 성적을 우수하게 받으면 학점이 선발 커트라인보다 약간 낮은데도 선발이 된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검찰을 지망하시는 법전원생이라면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일단 도전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1. 1주차 일정

2017년도 동계 검찰심화실무수습은 2017. 1. 4. – 2017. 1. 24. 에 걸쳐 3주 동안 진행 되었습니다. 1주차는 심화실습생 모두가 소강당에 모여 심화실습 소개, 수사기록의 이해, 형사특별법 강의 등 공동 강의를 듣는 것이 주된 일정이었습니다. 증거능력 및 증명력 입증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영상녹화조사 과정을 실습하기도 하고 서울남부교도소를 견학하기도 하였습니다. 1주차는 보통 3주중 2주를 보내게 될 법무연수원 시설과 실습생들에게 익숙해지는 기간입니다. 부담 없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으니 편하게 수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2. 2주차 일정

2주차는 각 일선 검찰청에 배정되어 배정된 검찰청으로 출, 퇴근하며 보통 3개 이상의 기록을 읽고 기록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공판절차를 직접 참관하였습니다. 검사님 책상 옆에 자리를 배정받아 종일 함께 있었던 일선청도 있었으나 제가 갔던 곳은 한 방에 수습생들을 모아놓고 2명씩 담당 검사님을 지정하여 일정을 수행하는 식이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검사님의 일상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실무의 미묘한 차이가 기억에 남습니다. 검찰실무 과목에서는 결론을 기소, 불기소로 나누어 내리는 것만을 배우는데, 실무에서는 기소유예 결정이 꽤 많았습니다. 기소유예란 범죄사실은 인정되지만 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기소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장님의 강요에 의해 사장님의 범죄사실을 묵인한 종업원은 사회적 상하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 경우 기소유예 결정을 하여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기소유예에 해당할 만한 정상 사유들은 재판에 가서도 위법성 및 책임이 조각되는 경우여서 결국 무죄가 나와야 하는 사람에게 형사 재판 절차를 모두 다 거치게 하는 것이 가혹하게 여겨지는 상황에 검사가 재량을 발휘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실제로 일선청에 나가 검사님들이 주시는 기록을 검토하다보면 검사가 위로하고 희망을 주어야 하는 대상에는 피의자 역시 포함되어 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선청 실습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작성한 검토보고서와 소감문을 작성하고, 평정표와 함께 각 담당검사님께 제출합니다. 함께 첨부된 평정표는 담당 검사님께서 작성하게 되는데, 몇 가지 항목으로 나뉘어 우수, 보통, 미흡으로 평가합니다. 저 역시 아직 수습수료생이므로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하나, 미흡을 받는 경우에는 전체적인 심화실습 과정에서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일선청에서 진행하게 되는 프로그램들이 그리 높은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친화력과 사회성, 평균 수준의 형사법적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3. 3주차 일정

마지막 3주차는 반별로 나뉘어 체육대회, 반별 과제수행, 그리고 두 번의 기록연습과 두 번의 기록평가를 치르게 됩니다. 3주간의 실무수습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신경을 써야 하는 기록평가에 대해서 먼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작년까지는 두 번의 기록 평가로 각 실습생마다 A+ 에서 B+까지의 학점을 부여했고, 적어도 A0 이상의 학점을 받아야 본 선발 절차에서 검찰 임용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중언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상위 20-30%에 드는 사람들에 한해 본 선발절차에서 약간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심화실습 성적이 낮더라도 그로 인해 본선발에서 불이익을 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법무연수원 내 담당검사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기록 평가에 대한 부담은 약간 줄어들겠으나 여전히 실습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에 보통 모든 실습생들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합니다.

무엇보다 기록 문제에서 답으로 제시되는 죄들 중에는 학교 내 검찰실무, 형사재판실무에서 접해보지 못한 죄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특수공용물건손상죄나 일반교통방해죄, 일반물건방화죄, 범인은닉죄, 무고죄 등이 그러합니다. 보통 형법각론 및 형사소송법 기본서를 보거나 연수원에서 나오는 형사판례요약집을 읽으며 대비하게 되는데, 아무리 생소한 죄들의 판례까지 꼼꼼히 보았다 하더라도 답안 작성 시 죄명을 의율 변경할 때에는 쉽사리 떠올려지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러했는데, 실무수습과정을 시작하기 이전에 미리 공부하여 조금이라도 익숙해진 채로 왔더라면 기록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체육대회와 반별 과제수행이라고 불리우는 장기자랑은 각 반의 단합과 결속을 다지도록 해주는 프로그램들입니다. 각 반마다 30명 내외의 수습생들이 있으며 1조부터 7조까지 무작위로 배정되었었는데, 다양한 법전원에서 다양한 배경과 나이, 성별을 가지고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동안 빠르게 가까워집니다. 수료식을 치르는 마지막 날에는 검찰실습과정에 대한 만족도 조사와, 나중에 함께 일하고 싶은 같은 반 수습생 5명의 이름을 익명으로 적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 검찰심화실무수습과정에서 지녀야 할 태도

전반적으로 검찰심화실무수습 과정을 진행하면서, 검찰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이 로펌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로펌은 공익펌으로, 그 인턴 과정이 대형로펌과는 조금 달랐지만, 일반적으로 로펌 인턴 선발은 학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실무수습과정에서 부여 받는 과제의 완성도를 주로 평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서술한 검찰실무수습 프로그램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과제 중심 평가체제를 가지고 있는 로펌과는 달리 다른 구성원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보다는, 속한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인성과 사회성을 판단하기 위한 요소들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자신이 속한 그룹 내에서 조화롭게 섞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실무수습 수행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적극성과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체육대회나 장기자랑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다른 수습생들과 협력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검사는 기록을 보고 법리를 살피는 일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소통하여야 하는 직업임을 상기해보면, 검찰심화 내에서 기록 시험을 잘 보는 것만큼이나 스스로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는 것 역시 소홀히 해선 안됩니다. 다만 실무수습 평가의 본선발 비중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본선발에 합격하신 선배님들도 실무수습에 경직된 자세로 임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으니 너무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4. 나가며

검찰심화실무수습 이외에도 법원심화실무수습이나 로펌인턴, 국가기관 연계 인턴 등 실무수습프로그램을 방학마다 나가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게 해 줍니다. 각 직역에서 법조인으로서 고민해야 할 가치가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톱니바퀴처럼 각 직역이 맞물려 전체적으로 국가의 법조질서가 어떤 식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추상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발판이 되어 동기를 강화시켜주고, 힘든 학교 생활 속에서도 발전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줍니다. 따라서, 굳이 검찰을 지망하는 분이 아니라 하더라도, 검찰실무수습의 알찬 프로그램들을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망하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심화실무수습을 대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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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2017-03-20 17:53:20
무죄 나올 사건을 검사가 기소유예를 한다고요? ㅋㅋㅋㅋㅋㅋ

미래 검사 2017-03-15 23:53:15
검찰실무심화수습 정말 궁금한 내용이었는데 알뜰한 내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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