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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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72)
  • 박준연
  • 승인 2017.03.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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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펌과 무의식적인 편견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로펌의 다양성(diversity) 문제와 관련하여 종종 듣는 개념이 무의식적인 편견(implicit bias)이라는 것이다. 편견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어떤 집단이 어떤 특성을 가진다는 판단을 의식적으로 하고 그 판단이 옳다고도 생각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는 편견이 바로 의식적인 편견(explicit bias)이다. 다른 한편, 본인조차 자신의 판단에 작용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의식적인 편견이다.

로펌에서 무의식적 편견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이용되는 근거는 토마스 마이어스 메모 (Thomas Meyers memo)라는 연구조사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로펌 파트너 변호사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흑인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인 토마스 마이어스가 작성한 보고서라는 설명을, 다른 그룹에게는 백인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인 토마스 마이어스가 작성한 보고서라는 설명을 하고 똑같은 보고서를 평가하게 한 결과, 백인이라고 설명해준 그룹의 평가가 현저하게 높았다는 것이다.

로펌 환경으로 한정해도 이와 유사한 조사는 많이 있다. 백인이라는 인상을 주는 이름(Emily)과 흑인이라는 인상을 주는 이름(Lakisha)을 이름 말고는 완전히 같은 내용의 이력서에 넣어 지원한 결과 백인 이름의 지원자가 더 높은 확률로 콜백 인터뷰의 기회를 얻었다는 조사가 있다. 또 같은 업무 성취도의 비슷한 공격적인 성격의 변호사가 여성일 때에 비해서 남성일 때가 훨씬 긍정적인 인사 평가를 받았다는 조사도 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편견은 그 하나하나가 미치는 결과를 보면 사소할지 몰라도, 사소한 편견의 결과가 누적되면 여성, 소수인종, 성적 소수자 변호사들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근무환경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로펌에서는 무의식적인 편견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가능한 한 그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은 내 자신을 포함한 누구라도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럼으로써 채용, 업무 팀 운영, 인사 평가에서 혹시 내 결정에 편견이 개입했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여성이 아니었다면,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니었다면, 같은 결정을 했겠는지 하는 가정과 의심을 통해 자신의 결정을 끊임없이 되돌아본다고도 한다.

또한 의식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집단, 배경의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또 함께 일하고자 한다. 그런 이유로 미국 로펌에서 백인 남성 변호사가 더 중요한 업무 기회를 얻어 인정받기 쉽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배경의 동료, 후배, 선배와 일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그것이 스트레스로, 혹은 신기하게 느껴지지만 점차 익숙해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과 기꺼이 일하도록 하는 노력은 개인적으로도 조직적으로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 로펌 운영의 측면에서는 편견이 작용할 지도 모르는 업무 기회 제공, 승진을 통계자료로 정리하여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끊임없이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다.

미국 로펌에서도 드문 외국인으로서 일하면서, 내 자신은 차별이나 편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자부해왔지만,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내부 회의나 연수에서 최근 빠짐없이 듣게 되는 이야기가 이 무의식적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이다. 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무의식적인 편견을 쉽게, 또 금세 해결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개인 차원에서도, 조직 차원에서도 이러한 문제 제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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