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수험생들은 말한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가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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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험생들은 말한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가야겠니?”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7.03.02 20:53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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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국내 상영된 것 중 십수년이 지나도 여운이 끊이지 않는 영화가 한 편 있다. 김래원이 주연한 ‘해바라기’(감독 강석범)다. 주인공은 고교 시절부터 술을 먹으면 소위 ‘개’가 되고 한 번 싸웠다 하면 피를 보는 ‘미친 개’라고 불리우며 양아치 생활을 하다가 교도소에 입소하게 된다. 많은 뉘우침 끝에 모범생으로 바뀌고 가석방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 놔 두질 않는다. 자신이 살해한 친구의 모친과 여동생을 가족삼아 ‘술마시지 않기’ ‘싸우지 않기’ ‘울지 않기’를 실천하며 범생이로 거듭나지만 그와 연관된 과거인맥들의 집요한 집적댐은 새로운 가족을 파괴시킨다.

결국 주인공은 광기가 되살아나고 처절한 복수를 한다. 그러면서 “그렇게, 꼭, 반드시,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야만 했느냐”는 대사가 나온다. 이 장면과 대사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각종 고시, 공무원시험 수험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대선 후보를 거느린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놓는 예비정책들이 수험생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연말로 폐지되는 사법시험에 대해 문재인 대선후보가 사법시험 존치를 반대하고 있는데다 지난 1월에는 ‘대통령선거 핵심 어젠다 토론회’에서 이 당의 초선·재선 의원들이 중심이 된 더미래연구소가 5급공채(구,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7급 공채로의 일원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의 속내는 알 수 없으나 행시 준비생들은 “이렇게 되면 결국 5급특채를 늘리겠다는 꼼수 아니냐”며 의혹과 함께 반발하고 있다. 관리자 직급인 5급을 7·9급 승진으로만 채우기에는 국가조직시스템에 무리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5급특채제도를 더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교사 자격을 갖춘 직원을 교사로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가 교사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크게 반발하자 법안을 철회했지만 다시 발의될 가능성에 수험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급기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조사에서 청와대 경호실 고위관계자가 순경 공채에도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공시촌 등에서 만나는 수험생들은 부글부글 분통을 터트리는 심정이다. “결국 올 것이 오고 있네요. 사법시험이 무너지면 그 후엔 5급공채가 무너지고 이어서 7·9급 공무원, 경찰 등 공채시험제도가 무너질 것이라던 소문들이 현실이 되는 듯해 불안합니다” 한두명으로부터의 볼멘소리가 아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고 특별한 스펙이 없어도 시험경쟁으로 누구든 공무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등과 같은 읍소가 쏟아져 나온다.

사시, 행시, 임용고시, 7·9급 공무원시험, 경찰공무원시험, 대학입시까지 아우르는 수험생 단체인 전국수험생유권자단체가 지난달 28일 노량진 공시촌에 출범식을 갖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이들의 주장은 요약하면 “공정사회=공정경쟁”이다.

필요인재를 효율적으로 선발해 적재적소에 배치해 공적기능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것은 정치인을 포함한 국가기관의 기능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십수년전 유명환 외무부장관 외무공무원 특채사건으로 휘몰아쳤던 경각심은 현재도 유효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바늘구멍의 취업난을 시험이라는 실력경쟁을 통해 극복하려는 백만 수험생들의 아우성도 따지고 보면 국가기관의 인력선발의 효율성 못지않은 헌법적 가치를 갖는다. 보편적 스펙이 아닌 경제적 우위를 기반한 특별한 스펙 채용은 분명 역차별을 불러일으키고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꼭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가야만 속이 후련하겠니!”라고 울부짖으며 스스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 속의 주인공의 울먹임을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간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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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후 2017-03-07 16:48:09
수험생 여러분!
사법시험에 대한 헌법소원 다시 제기 바랍니다.
승산이 있을겁니다.

감사 2017-03-06 05:53:22
이상진 기자님 글 항상 감명 깊게 보고 있습니다. 요즘 말로 사이다네요. 감사하빈다.

asdf 2017-03-04 09:16:46
"꼭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가야만 속이 후련하겠니" 정말 명문이군요..대한민국의 기득권층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자업자득 2017-03-04 02:26:21
이런데도 민주당 빠는 놈들이 있으니 문제지ㅋㅋㅋㅋ

홍준표는 2017-03-03 12:17:10
촛불집회에 나가라

순수한 촛불은 보수 중 일부인 박근혜와 그 일당을 몰아내는 것이 목적이지
보수 전체를 몰아내고 친노를 옹립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집회에 나가서 봉변을 당한다면
순수한 촛불을 선동하여 자신들 의 도구로 쓰려고 한 책임을 문재인에게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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