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71)
상태바
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71)
  • 박준연
  • 승인 2017.03.02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 시험 준비

로스쿨 시험 문제 중에 객관식 문제나 비교적 짧은 답을 요구하는 주관식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험 문제는 에세이라고 불리는 마치 이야기처럼 보이는 긴 문제를 주고 그것을 분석하게 하여 긴 답을 적는 형식이다. 로스쿨 커리큘럼에 대한 큰 비판 중 하나는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실무에 대한 준비를 별로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에세이 문제의 답을 작성하는 과정은 변호사 업무와 큰 연관성이 있다. 법률문제로 정리 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듣고 그 이야기와 관련된 문제를 정리하고, 관련된 법률 원칙을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변호사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 과정을 적용하여 로스쿨 에세이 시험문제의 답안을 구성하는 방식을 IRAC이라고 부른다. 법률관계 이슈, 관련 법률 원칙의 적용과 결론 (issue, rule, application, conclusion)의 앞글자를 따온 명칭이다. 이 I, R, A, C 중에 비교적 쉬운 것은 R부분이다. 법률 원칙은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고 복습을 한 이상은 이해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은 사실 관계에 숨어있는 이슈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슈를 포착하고 관련 원칙을 기억한다면 적용은 비교적 쉽다. 또 대부분의 로스쿨 교수들이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는 시험 점수와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주어진 사실관계에서 이슈를 찾아내는 과정을 말 그대로 이슈 찾기(issue-spotting)라고 부른다. 시험 답안 채점은 이슈 하나당 몇 점 하는 식으로 점수가 배정되기 때문에 이슈를 많이 찾아내면 낼수록 많은 득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이슈에 배점이 같은 것은 아니고 주요한 이슈에는 더 많은 점수가 배정되기 때문에 주요한 이슈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유념할 것은 사실 관계에서 아무리 부수적인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실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의 실무에서 사실관계 조사를 하면 그 내용 중에는 변호사 업무와 그리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로스쿨 시험은 그렇지 않고, 치밀하게 계획하여 출제된 사실관계를 가능한 한 전부 이용하여 답안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로스쿨 시험 준비 과정에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과정에 더하여, 사실관계를 분석하여 거기에 법률 원칙을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많은 로스쿨 교수들이 기출 문제를 공개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 시험문제에 적용된 채점 기준까지 공개하기도 한다. 그 내용을 읽어보고, 시험 공부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에서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과정까지 합쳐야 온전한 시험공부가 된다. 나역시 로스쿨 동기들과 시간을 재어가며 기출문제를 풀고 답안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시험 준비의 일부는 아니지만, 다음 학기 공부에 큰 도움이 되는 과정은 성적이 나온 후 예상했던 것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과목은 왜 그런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또 성적이 좋았던 과목의 공부방법은 이후 다른 과목에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로스쿨 교수들이 며칠 시간을 배정하여 답안을 함께 보며 왜 그런 성적을 주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오피스아워 (office hour)를 마련한다. 나도 몇 과목은 그러한 오피스아워를 이용하여 담당 교수님들과 내 답안과 모범답안을 검토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스쿨의 성적은 대부분 기말 시험에 좌우되지만, 어떤 과목에서는 수업 참여을 성적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로스쿨에서는 수업 중에 지나치게 발언을 많이 하는 학생을 거너(gunner)라고 부르는데, 지나친 정도가 아니라면, 꼭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수업중 질문을 하거나 답을 하는 것은 자신이 알고 모르는 것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생각을 정리하는데에 도움이 된다. 물론 완전히 엇나간 이야기를 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 자괴감까지 포함해서 로스쿨 공부라면 공부인 것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