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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백촌막국수 드셔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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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백촌막국수 드셔보셨나요?
  • 신희섭
  • 승인 2017.03.02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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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혹시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 아시나요?

강원도 고성은 대한민국 강원도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다. 속초를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면 통일전망대가 나온다. 끊어진 금강산 관광로를 볼 수 있고 통일전망대 아래로 화진포와 송지호가 있다. 조금 더 밑으로 내려오면 관동8경 중 하나인 청간정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몇 군데 관광지가 있지만 고성군은 속초나 강릉보다 유명하지는 않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성군보다 백촌리가 더 유명하다. 특히 국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고성군 백촌리에 막국수집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백촌 막국수.

막국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백촌막국수는 맛 집이 아니다. 이곳은 ‘성지’이다. 맛이 어느 정도일 때 성지가 되는지는 객관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수많은 신자를 보유해야 성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 점에서 백촌막국수는 단연코 성지라고 할 수 있다. 나도 그 신자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나의 포교활동으로 백촌막국수 신자가 된 이들이 제법 된다. 당당하게 백촌막국수의 신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 집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사람을 놀라게 하는 비상함 때문이다.

처음 백촌막국수를 영접했던 때가 기억난다. 막국수 성지로 소개된 것을 듣고 어느 정도면 성지가 될 수 있을지, 막국수가 그래봐야 막국수지 하는 생각으로 백촌리를 찾았다. 속초에서 10km 이상을 올라가니 내비게이션이 한적하고 몇 집 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라고 안내를 한다. 이런 곳에 음식점이 있어도 될 까 싶은 농가 한 켠에 가정집이 있고 막국수간판이 달려있었다. 가정 집 옆에 딸린 집을 수리하여 만든 가게는 그리 크지 않지만 여러 개의 방으로 되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성지라고 불릴만한 그림은 아니었다.

자리에 앉아 막국수를 주문했다. 그 전까지 여러 막국수 맛 집이라고 소개받은 곳들을 다녀보았다. 하지만 막국수 면이 평양냉면의 면 수준과 차이가 커서 크게 감흥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막국수는 냉면보다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이 컸다. 주문을 하니 배추백김치, 열무백김치, 명태식혜와 동치미를 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아무런 양념이 되지 않은 면이 나왔다. 면의 맛을 알기 위해서 양념을 하지 않고 나온 상태 그대로 면을 먹어보았다. 면의 질감이 그전에 먹었던 막국수집들과 달랐다. 평양냉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질감이 좋았다. 그리고는 백김치와 열무김치와 양념장을 넣고 가볍게 비벼서 막국수를 흡입하였다. 좋은 면의 질감과 배추와 열무의 사각거림이 좋았다. 양념도 자극적이지 않고.

그리고 추천받은 대로 동치미 투입. 양념이 된 막국수 그릇에 동치미를 투입하여 휘휘 저은 뒤 다시 막국수 흡입. 바로 그때, 기적을 체험했다. 청량감으로 개안이 되는 느낌. 동치미의 청량함과 면발 좋은 막국수가 만나서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열어주었다.

우래옥을 영접했을 때 1주일을 가던 맛의 기억과 비견할 수 있는 청량감. 이것은 냉면이 줄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였다. 백촌막국수의 동치미국물로 세례를 받은 그 자리에서 나는 바로 신자등록을 하였다. 그간 막국수를 깔보았던 나를 반성하면서.

요즘도 누군가 속초 쪽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반드시 백촌막국수를 가보라고 추천한다. 미셰린가이드의 별 세 개 음식점처럼 백촌막국수를 먹기 위해서 고성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백촌막국수를 추천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로 면을 정성스럽게 잘 만든다. 메밀을 가지고 면을 잘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굉장히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 집 면을 먹으면 만든 사람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 음식의 조화가 잘 맞는다. 백촌 막국수신자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잘 삶아진 제육과 함께 막국수를 먹는 것이다. 명태 식혜와 배추를 곁들여 제육을 먹으면서 국수로 마무리를 하는 그 시간은 조화로움의 축복을 받는다. 세 번째로 말할 수 없는 청량감을 준다. 요즘 말로 ‘사이다’와 같이 눌렸던 체증을 풀어준다. 네 번째로 ‘비빔파’와 ‘물파’로 갈리는 막국수에 대한 대립을 해결해준다. 비빔으로 먹다 동치미를 투입하면 양 대 문파 모든 이가 행복해진다. 다섯째, 가격이 착하다. 좋은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고 나올 때 우리를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니 찾아갈 때 행복하고 나올 때 또한 행복하다.

그러니 속초로 여행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꼭 백촌리에 들려볼 것을 추천하는 것으로 서론을 마치자. 지난 가을에 가 본 백촌막국수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있다. TV와 뉴스매체로 연일 보도 되는 대통령탄핵과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이다. 정치학원론을 가르칠 때 정치의 핵심은 통합에 있다고 가르치지만 현재 한국 정치는 분열의 중심에 서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자기 세를 더 모으기 위해 이 상황을 즐긴다. 야당의 유력대권주자들 역시 이 상황에서 통합을 제시하기 보다는 힘겨루기를 한다. 지도자들이 분열을 즐기고 있는 사이에 국민들은 더 강렬하게 편을 가르며 고통 받고 있다. 각각 보수와 진보를 이야기 하지만 이념과 명분은 없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만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까지 촛불과 태극기는 담력게임처럼 서로 마주 보며 맹렬하게 달릴 것이다. 도덕성으로 포장된 권력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적대감으로.

몇 일 일본에 가있는 동안 가장 좋았던 것이 있다. 대통령과 탄핵이야기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런데 한국에 오자마자 다시 만나게 된 대통령과 탄핵은 바로 한숨과 걱정을 던진다. 지금의 정치는 강원도 고성의 백촌막국수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한심하다. 찾아가는 것에 기쁨도 없고 나올 때의 아쉬움과 다시 찾고 싶은 기대도 없다. 체증을 내려가게 하는 청량감도 없다. 한국의 현재 경제상황이나 사회상황과 조화도 없고 양념파와 물파처럼 진보와 보수를 이끌어 줄 통합의 정성스런 의지도 그런 비전도 없다. 게다가 우리가 선거를 통해 치루는 정치지도자선택의 기회기용은 너무나도 비싸다. 백촌 막국수를 찾는 5가지 이유 중 하나도 현재 한국 정치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더 나쁜 것은 이 수치스러운 상황을 수치스럽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치학원론은 이야기 한다. 정치의 본질에는 리더십이 있다고. 리더십은 미래비전과 기꺼운 자기희생과 시민에 대한 무한한 헌신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지도자는 정치인이자 교육자가 된다고. 왜 우리의 민주주의가 훌륭한 것인지를 교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헌재를 바라보고만 있다. 민주주의가 아닌 법치주의가 유일한 희망이 되어있다. 탄핵결정이후 다음 판을 짜는 정치인들은 지친 우리를 치유하고 통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남는다. 답답함.

백촌막국수에 가고 싶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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