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탄핵, 정치와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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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탄핵, 정치와 법치
  • 강신업
  • 승인 2017.02.24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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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정치평론가

작년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한국 사회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도 정치뉴스를 챙기며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과 미래를 입에 올린다.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에 관한 특검 수사, 법원의 형사재판, 그리고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연일 생중계 되는 가운데, 대통령, 최순실 그리고 고영태 등에 대한 뉴스들은 마치 대하드라마처럼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국민들을 TV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여기에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쪽의 태극기 집회가 주말마다 광장에서 계속되면서 시민들은 그동안 다른 사람의 일로만 여기던, 멀리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정치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 겨울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광장에 모여들어 정치의 현실과 미래를 말하며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시민들은 저마다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에 모인 듯 비장하다.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이를 모아 어딘가 고장이 난 이 나라 정치를 바로잡겠다는 각오가 넘쳐난다.

그러나 문제는 주말마다 촛불과 태극기가 벌이는 광장의 세 대결이 격해지며 촛불광장과 태극기광장이 저마다 분노와 저항을 끌어 모아 에너지를 내부로 응축시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탄핵을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아직은 비폭력을 유지하고 있어 겉으로는 평화집회가 연출되고 있지만, 내면은 마치 불 머금은 용암처럼 부글거린다. 서로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겠다는 듯 양측이 경찰차벽 폴리스 라인을 넘지는 않고 있지만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지금으로 봐선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쪽이든 기각을 주장하는 쪽이든 자신이 원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어느 쪽도 쉽게 수긍하지 않을 태세다. 탄핵 판결이 나면 그 응축된 분노와 저항의 에너지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형태로 뿜어져 나올지 걱정스럽다.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가 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해 붕괴되었다고 주장하는 쪽이든, 오히려 이번 탄핵사태가 일부 정치세력의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쪽이든 각자 나름의 명분과 의기로 무장하고 있어 외부의 충격이 뇌관을 건드리면 바로 연쇄폭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리고 정치인들이 특히 명심할 것은 우리가 오늘의 정치에 분노하는 것은 창조와 건설을 위한 것이지 유린과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 사회에서 분쟁과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지만 정치는 이를 조정하는 기술이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세를 불리거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이 아니다. 진보를 부르짖는 쪽이든 보수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쪽이든 그 정치적 견해나 입장은 서로 다를 지라도 인간의 기본적 양심이나 인권의식 그리고 정의감 등은 서로 다를 수 없다. 임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보편적 도덕률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인간의 마음속에서 이미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세상은 서로 다른 양극이 조화를 이루며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대립과 분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의 존속과 발전은 이들 대립과 분쟁의 조정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정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자리한다. 때문에 정치가 혼란과 갈등을 조장한다면 이는 극히 이율배반적인 것이다.

정치가 대립과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곳에서는 법치가 빛난다. 법치는 정치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종국적으로 풀어내는 종국적인 결정 수단이다. 때문에 법치로 풀어야 할 문제에 다시 정치를 개입시킨다면 이는 필히 순환론적 오류를 가져오고 결국은 사회를 분열과 혼란으로 밀어 넣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비상시국을 맞아 국민과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 저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에 뛰어들어 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려는 시도는 법치는 물론 정치까지 실종시키는 파국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이 시점에서 우리가 절대 놓지 말아야 할 우리의 생명줄은 바로 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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