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12 / 민사법 “사례형” 똑똑하게 공부하기 <제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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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12 / 민사법 “사례형” 똑똑하게 공부하기 <제2편>
  • 문덕윤
  • 승인 2017.02.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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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덕윤입니다. 지난 주에 이어, 지금까지 진행했던 실무수습 시리즈를 잠시 멈추고 변호사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최종적으로 변호사시험을 통해 평가받게 되는 여러분의 법학적 사고 능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민사법 중에서도 사례형 시험의 답안지를 작성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논증적 기준에 따라 서면을 구성하는 능력이 어떤 방식으로 점수화되어 여러분의 실력을 측정하는 자료가 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에 LEET, 자기소개서, 면접 등의 시험을 거치는데, 사실 이 시험은 얼마나 논증적인 사고를 하는 데 능숙한지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그리고 로스쿨에 들어가면 법학이라는 전문화된 영역에서 논증적인 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장치를 배우면서 단련되는 것이고, 법조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논증적으로 해석하고 최선의 판단을 이끌어내야 하는 겁니다. 정연석 변호사님께서 올해 변호사시험에서 민사법 사례형 문제를 적중시키셨습니다. 시험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려면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기 때문에 나온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연석 변호사님의 글을 통해 논증적으로 갖추어진 사고가 시험지 위에서 표현되는 방식, 그리고 여러분이 공부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로스쿨 이야기 제12화 : 민사법 “사례형” 똑똑하게 공부하기 <제2편>
 

 

 

 

 

변호사 정연석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유한) 정률 변호사
메가로이어스 민법/민사소송법 전임교수
저서 「방법을 알려주는 고득점 사례민사법」

0. 들어가며

지난 칼럼에서는 어떤 사례문제의 정확한 정답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그것이 바로 ‘고득점 답안지’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를 수험생의 성향별로 나누어 그 해결책을 소개하였고, 답안지에 소위 ‘유익적’ 기재사항만 정확하게 쓰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하였습니다.

이번 <제2편>에서는 실전에서 그와 같은 ‘유익적’ 기재사항만 정확히 써내기 위한 평상시의 사례 공부방법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고, 이후 <제3편>에서는 고득점 답안지 작성을 위해 실전에서 알아야 할 주의사항이나 요령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례를 잘 하려면 사례집을 봐라?

사례형에서 고득점을 하는 첫걸음은, 사례집이 아닌 ‘기본서’를 확실하게 장악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인데, ① 기본서의 기초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필수사항을 확실히 암기하는 측면과 ② 기본서를 ‘사례형’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측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설명의 편의상 ‘정확한 지식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도 답안이 잘 나오지 않는 원인을 분석해보았지만, 사실 정확한 지식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대단한 일입니다. 즉, 기본서의 기초적 이해와 필수적 암기가 되어있지 않다면, 당연히 사례형 문제는 아예 손도 못 대는 상황이 됩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로스쿨 3년 동안 개인의 일정은 바쁘고 공부의 분량이 과중하다 보니 기본서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조급함에 기본서를 버리고 사례집 문제를 외우는 식의 공부를 했다가 쓴 맛을 보는 사례를 매우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극도로 복잡‧다양하고 난해한 사건들을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법률 ‘전문가’를 선발하는 국가시험에서, 법학의 기본기도 없이 문제집 따위를 통으로 외운 사람이 합격할 만한 수준의 ‘사례’ 문제를 출제하는 일은,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을 불문하고, 단언컨대 없습니다.

제도 변경 초기에는 그런 식으로 공부하려는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매우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올해 민법 선행학습 강의에서 만난 입학 예정자들만 해도, 입학도 안 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또 이렇게까지 잘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의 생각이 드는 수강생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강의 후반으로 가면서는, 법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질문이나 답안작성의 수준이 과거 사법시험 2차 경험자 수준까지 완성되어 보이는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

또한 기본서를 보더라도 ‘사례형’의 관점에서 읽어야 합니다. 즉, ① 기본서를 읽으면서 언제나 ‘사례형’에서 출제될 형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해봐야 하고, ② 특정 주제에 관하여 사례형 답안으로 작성할 항목들을 기본서에 명확히 표시해두어야 하며(요건/법조문/판례), ③ 중요한 A급 쟁점이라면 우선 최대 배점에 써야할 내용으로 요약한 후 거기서 다시 배점이 3~4점씩 줄어들 때마다 무엇을 쓸 것인지 핵심만 요약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형’ 관점의 기본서 읽기는 기본서 읽기 자체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고, 매일매일 사례집 학습과 병행될 경우에 비로소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지난 2016. 12. 9.자 “민법 선행학습 성공방법”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사례를 잘 하기 위한 첫 단계는 기본서의 장악이다.” —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아직도 ‘사례집 몇 권 외우면 된다.’는 무책임하고 철 지난 조언들을 듣고 오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아, 노파심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명제는 현재 3학년으로 진학하거나 재시를 준비하려는 수험생의 경우에도, 그 기본서 내용을 압축하여 빨리 봐야한다는 변형은 필요할지언정,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모든 과목이 그러하다고 믿지만, 적어도 민사법만큼은 분명히 그러합니다.

2. 사례집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기본서를 통한 기본기는 확실히 다진다는 전제 하에, 이와 병행하는 사례집은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울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사례 공부의 원칙을 몇 가지 소개해보겠습니다.

첫째, 민법 완성 단계가 아닌 한 사례집은 진도 순으로 볼 것을 추천합니다.

사례문제는 속성상 어느 정도의 종합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법총칙 ‘제한능력자’ 사례에서는 후반부 ‘취소’ 단원과 채권각론 ‘부당이득’ 단원의 내용이 결합될 수밖에 없고 같이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민법 공부를 이미 완성한 사람이 아닌 이상, 언제나 기본서와 사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최고의 조합인 것이고, 그렇다면 진도 순서로 기본서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매일매일 (어느 정도 다른 진도가 섞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해당 진도를 메인으로 다룬 사례를 같이 공부하는 것이 최적입니다.

언젠가부터 ‘변시는 결국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종합되어 나온다. 민법에서도 모든 진도를 종합한 문제를 푸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라는 것을 강조하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종합성’에 대한 집착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종합 능력’은 진도별 기초가 확실히 완성된 이후에, 변시로 치자면 변시 몇 개월 전에 완성되어도 충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법공부의 초기나 중기까지는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보다 사법시험 기출문제를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변호사시험’은 진도별로 구성하기도 어렵고, 민사소송법이 섞여있기 때문에, 설령 민법만을 진도별로 억지로 구성하더라도 원문을 훼손하게 되거나 불필요한 내용을 같이 공부하게 되는 커다란 불편함이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를 보더라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부분만 지혜롭게 추출해서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는 민법과 민사소송법 과목이 분리되어 있고, 사실관계 설명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좀 더 기초이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사법시험’ 기출문제들을 진도별로 구성한 문제를 풀어보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둘째, 사례집에서 다시 ‘기본서 공부 방식’을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의 기본서가 확실히 있다면(그리고 있어야 합니다), 사례집에서 만나는 학설과 판례의 요지를 다시 밑줄 치고 공부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기본서를 통해서만 공부하고, 사례집에서 만나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사례집이 아닌 기본서의 해당 내용에 별표를 한 개 더 하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사례집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 것인가. 해당 사례의 사실관계에서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기본서에서 이미 공부한 법조문/학설/판례를 도구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 즉 ‘구체적인 사안을 법률지식으로 포섭해가는 내용’에 밑줄을 치고 사건의 스토리를 이어가기 바랍니다. 이것들만 밑줄로 이어서 읽게 되면, 사례집 공부의 양은 매우 줄어들게 됩니다.

즉, 기본서에서 공부할 내용과 사례집에서 공부할 내용을 분리해서, 사례집이 ‘또 하나의 기본서’로 되는 것을 방지하기 바랍니다. 다만, 학설이나 판례와 달리 ‘법조문’의 경우만큼은 실전에서 빼먹기 쉽고, 또 그 자체가 사안포섭의 의미가 있으며, 밑줄을 긋더라도 큰 분량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사례집 자체에서도 중요성 있게 표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사례집은 단순한 책이 아닌 ‘자기 점검’의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사례집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점검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자기점검을 위해서는 문제를 읽고 스스로 답안을 작성해본 후 사례집의 해설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모든 사례문제를 실전 답안지처럼 작성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고 수험생을 매우 지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례집 대부분의 문제는 ‘약식작성’ 방식을 활용해야 합니다.

‘약식작성’이란, 사실관계만을 매우 꼼꼼히 읽은 후 물음에 대하여 자신이 쓸 답안지를 구상하여 목차와 단어만으로 메모하면서 최종 결론까지만 써보는 것이며, 보통 그 문제에 배정된 시간의 절반 이하만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반드시 모든 문제에 대해 실전 답안지를 작성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례문제를 직접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약식작성이나 실전작성을 통해 자신이 썼던 답안지와 해설을 비교하면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실전에서의 답안을 예상해보기 바랍니다.

가령 사례집은 공부의 모든 순간마다 ‘이렇게 물었을 때 나는 어떻게 썼는가. 써야할 무엇을 쓰지 못했고, 쓰지 말아야 할 무엇을 써버렸는가. 그렇다면 다음에 다시 물어보면 나는 어떻게 쓸 것으로 예상되는가. 다시 문제를 읽어보자. 내가 이걸 진짜 또 생각해낼 수 있을까? 그러면 이걸 조금 바꿔서 물어보면, 내가 또 쓸 수 있을까.’와 같은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살펴본 것처럼 사례집 공부에 있어서는 단순히 기본서를 공부할 때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수동적으로 사례집을 독해하게 된다면 사례집은 ‘또 하나의 외워야 할 대상’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되는 순간 사실 그 외우는 작업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례집을 가지고 목차와 답안의 패턴을 무조건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사례집이 제시하는 각 사실관계와 문항별 모범답안들은, 그 목차와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논리 과정을 적용하고 실전적인 자기점검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외워지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사례집의 본질은 기본서 내용의 ‘응용’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것, 그것은 응용을 위한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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