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에 강제 정관절제·임신중절’ 국가배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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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에 강제 정관절제·임신중절’ 국가배상 인정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2.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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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민사상 불법행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정관절제 및 임신중절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한센병 환자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등은 국립 소록도 병원에 입원한 한센병 환자들로 1950년경부터 1978년까지 소록도 병원 소속 의사 등으로부터 정관절제수술 및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2007년 10월 17일 제정된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한센인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강제로 정관절제수술 등을 받았다는 이유로 한센인피해사건의 피해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보상 관련 입법 등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한센인에 대한 정관절제수술, 임신중절수술과 같은 침해행위가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 법률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고,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침해행위의 상대방인 한센인들로부터 사전에 이뤄진 설명에 기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로 정관절제수술이나 임신중절수술이 시행된 경우 해당 조치가 정부의 보건정책이나 산아제한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더라도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고 소속 의사 등이 한센인인 원고들에 대해 시행한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 등은 법률상의 근거가 없거나 그 적법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수술이 행해진 시점에서 의학적으로 밝혀진 한센병의 유전위험성과 전염위험성, 치료가능성 등을 고려해 볼 때 한센병 예방이라는 보건정책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그 수단의 적정성이나 피해의 최소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원고들이 위와 같은 수술에 동의 내지 승낙했다고 할지라도 원고들은 한센병이 유전되는지, 자녀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치료가 가능한지 등에 관해 충분히 설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열악한 사회·교육·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동의 내지 승낙한 것으로 보일 뿐 그들의 자유롭고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센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이 기간 도과로 소멸했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한센인피해사건법에 의해 피해자 결정을 받기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고, 피해자 결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정관절제수술 또는 임신중절수술은 한센인들의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고 한센인들의 임신과 출산을 사실상 금지함으로써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뤄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한 행위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대한민국은 그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밝힌 첫 번째 대법원 판결”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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