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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해결방안 모색하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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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해결방안 모색하는 계기로
  • 이상연
  • 승인 2004.07.20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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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6월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종심인 대법원이 심리를 서둘러 이 사건 결론을 내린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물론,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유죄판결을 내린 게 처음은 아니다. 이미 1969년과 92년에도 유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4월에 유엔 인권위원회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5월 서울남부지법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후 동일한 사건을 놓고 법원과 법관에 따라 유·무죄 선고가 엇갈리고 구속영장도 발부·기각으로 혼선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양심 및 종교의 자유도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적 한계를 밝히면서 종교적 양심실현의 자유도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임을 분명히 했다. 양심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중한 가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공동체 유지를 위한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으므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종교적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자유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남북이 분단되어 여전히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되고 있어 불안정성과 불가예측성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적 안보상황을 고려하면 국방의 의무는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로 병역 거부자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한 입영 거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호 충돌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와 법익이 동시에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을 찾아내어야 하는 노력이 뒤 따라야 한다. 국가는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하는 헌법적 의무와 아울러 그러한 권한과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가 그러한 의무나 권한행사를 다하지 않은 경우의 불이익은 국가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지 이를 피고인에게 귀책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반대나 보충 의견을 낸 대법관들이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존립과 안전보장 그리고 공평한 병역의 부담 등과 같은 헌법적 법익을 실현함과 동시에 개인의 양심의 자유 등도 같이 보장될 수 있는 방안과 방법에 관해 입법자들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부여되어 있는 만큼 대체복무의 도입을 검토하는 등 근원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반대의견에서 밝혔듯이 대체수단의 도입은 대다수 사회구성원과는 생각과 가치관을 달리하는 소수의 국민에 대하여 국가의 동화적 통합을 위한 관용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고 이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정당성과 우월성은 더욱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현재 400여명이 감옥에 있고 해마다 거부자가 늘어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직 국민 감정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건전한 담론의 마당을 마련하고 공론화해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위헌심판이 제청된 사건에 대한 결정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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