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124) - 내 인생의 파레토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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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124) - 내 인생의 파레토 법칙
  • 차근욱
  • 승인 2017.02.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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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공단기 강사

파레토의 법칙을 아시는지? ‘쳇! 그게 뭐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별 것 아니니 그리 기분 나빠 하시지 않으셔도 된다. 파레토의 법칙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8대 2의 법칙을 말한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장한 것으로, 원인의 20퍼센트가 결과의 80%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서, 학창시절 청소를 할 때에도 친구들과 빗자루로 칼싸움을 하며 놀기만 하는 녀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 청소는 어찌 어찌 끝이 나기 마련인데 그 이면에는 실제 청소를 열심히 했던 20%의 친구들이 있어 주었던 덕분이라는 내용이다.
 

파레토의 법칙은 파레토 선생께서 개미들을 관찰하던 차에 발견하신 것이라 한다. 뜻한 바 있으셔서 개미사회를 살펴보시다 보니 파레토 선생께서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설렁 설렁 꾀를 부리는 개미의 비율이 2대 8 정도의 비율이었는데도 개미사회는 원활하게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 게다가 80%가 놀고 있었기에 20%가 지쳤을 때 교대가 가능하기에 개미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도 하는 깊은 뜻이 있음 또한 발견해 내셨다.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파레토 선생께서는 혹시 일 잘하는 개미들과 일 못하는 개미들을 따로 모아 놓으면 일 잘하는 개미들만 모인 집단이 더 뛰어난 성취도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능력별 집단 분류를 시도해 보셨는데, 결국 열심히 일하는 개미의 집단에서도, 꾀부리는 개미의 집단에서도 노력하는 개미는 20%, 나머지 80%는 또 설렁 설렁 일을 하더라는 것이다.

뭐, ‘듣고 보니 그럴듯한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수도 있고, ‘에이, 그거야 개미들이야기니까 그렇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파레토의 법칙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 세상 이곳저곳의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의 20%가 스포츠 스타 천체 연봉의 80%를 가져간다거나, 전 세계 80%의 부는 상위 20%의 인구가 갖고 있다거나, 매출의 80%는 단지 20%의 고객이 만든 다거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20%만이 80%의 내용을 이해한다는 등등처럼.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소유한다’고 주장한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을 딴 파레토의 법칙을 경영학에 도입한 사람은 미국의 품질 경영 컨설턴트인 조지프 주란(Joseph Juran)이었는데, 파레토의 법칙은 통계학에도 적용 되어 파레토 분포(Pareto distribution)라는 이름으로 사회과학 전반에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파레토의 법칙은 사실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과 같은데, 한 가지 측면에서만 그 의미가 한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란의 설명에 의하면 품질 경영의 관점에서 20%의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경영의 효율성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20%의 결점이 전체 상품에 있어 80%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처럼.

요즘 재미있는 주장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실은 현실이 아니라 하나의 가상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시뮬레이션 우주론’이라고 부르는데, ‘매트릭스’나 ‘13층’과 같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다. 물론 불교나 도교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는 무수히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양의 과학자들에 의해 주장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대표적인 주장자는 다들 잘 아시는 테슬러의 CEO인 ‘엘론 머스크’, 옥스퍼드 대학의 철학자인 ‘닉 보스트롬’, 메사추세츠 공과 대학의 우주학자인 ‘앨런 거스’ 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래봤자 동양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야’, 라는 식의 문화적 우월주의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시뮬레이션 우주론의 근거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흔한 근거를 찾아보자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학을 예로 들 수 있다. 파레토의 법칙은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 많은 곳에 큰 예외가 없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처럼 세상에는 일정한 수학법칙이 정밀하게 적용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양배추의 구조와 소라의 수학적 비율이 비슷한 것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은 ‘발견’의 학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세상을 보다 지혜롭고 고상하게 창조하셨다’라고 쓴 편지의 내용도 ‘시뮬레이션 우주론’의 입장에서는 주장의 논거로 인용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치면 창조론의 근거로 제시되기도 하는 이 편지의 내용이 또 다른 논란이 되지 않을까도 싶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니까 패스.

그런데 만약 파레토의 법칙이 정말 맞아서 우리네 이 법칙을 인생에 적용한다면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 잘해야 하는 것은 20%에 불과하고 이 20%가 우리네 인생의 80%를 좌우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100%를 추구하는 완벽주의란 시뮬레이션 우주론의 입장이든 창조론의 입장이든 진화론의 입장이든 얼토당토 않은 비현실적 고집이 아닌가 하고.

어쩌면 세상이 시뮬레이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위안을 줄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하나의 게임이나 프로그램에 불과하기에 어느 정도 많은 부분이 정교한 수학적 계산 하에 예정되어 있기에, 너무 불안해하면서 아등바등 할 필요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20%만 제대로 해내며 살면 되지 않느냐, 라는 생각이랄까.

완벽주의는 제법 괴로운 습성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도 타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자신을 채근하고 타인을 힐난하기도 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세상을 향해 단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조차 힘들어 하기도 한다. 아주 작은 부분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전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다른 스스로의 현실로 인해 패배자라는 낙인을 셀프로 찍는 경우도 있다. 이런 완벽주의는 어려서부터 틀리는 것을 절대 악 인듯 교육받고 실수를 용서받지 못했던 우리이기에 마음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완벽주의로 고통 받는 친구들을 발견하기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실수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도전을 해 본적도, 성취를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노력해 본 사람은 ‘실수’는 실수가 아님, ‘실수’가 있어야만 사람은 성장하고 배울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마련이다. 물론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 되었든 완벽하게 해 내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꿈이다. 하지만 세상이 창조되었든 프로그램 되었든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최대한 노력해도 그 완벽의 한계는 20%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거나 완벽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진짜가 되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을 지킬 줄도 알아야 한다. 무조건 스스로를 비난하고 동료를 탓하는 근시안은 벗어날 줄도 알아야 진짜가 될 수 있다.

파레토의 법칙이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롱테일의 법칙에 따르면 파레토의 법칙에만 매달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생각은 할 수 있지 않을까.

100%가 아니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20%만이라도 해냈다면 칭찬해 주자. 완벽하지 못한 80%가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그리고 20%로도 충분히 내 인생은 바뀔 수 있으니 적어도 20%의 완벽함을 얻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믿자. 일이 잘 되든 못 되든, 무조건 포기하고 자책만을 일삼지는 말자. 혹시 아는가. 내 인생에, 생각지도 않았던 반전과 대박이 프로그램 되어 있을지. 지금의 어려움과 실망은 그 반전을 위한 하나의 극적 장치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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