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배경·특권에 기대지 않는 정직한 승부 원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살리기 위해 전국의 수험생들이 유권자의 이름으로 뭉쳤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이하 수험생연대)는 13일 국회 정문 앞에서 폐지가 임박한 사법시험과 최근 정치권에서 폐지 논의가 나오고 있는 행정고시 등 시험제도의 존폐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수험생연대는 “지난 40여 년간 사법시험은 우리사회의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됐고 공정시험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는 지난 8년간 부모의 직업을 묻는 면접과 학벌에 따른 차별, 정유라에게 유리한 전형과 입시 등 숱한 부작용을 낳으며 법조 직역은 이제 금수저가 아니면 쳐다보기도 어려운 직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많은 여론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대다수의 국민들을 사법시험 존치를 우원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수많은 고시생의 꿈을 담보로 한 정치적 흥정을 멈추고 조속히 사법시험 존치법안 통과의 가부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노량진 공무원학원에서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다시 국가정책을 뒤집어 사법시험으로 돌아가자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사법시험이 로스쿨 제도와 병행할 수 없는 논리적인 이유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재선 의원들이 중심이 된 더미래연구소가 5급공채(행정고시)를 폐지하는 내용의 ‘공무원인사제도개혁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수험생연대는 “5급 공채가 과도한 계급제를 유발하고 공채기수의 동질성 같은 조직문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외부개방형 특채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이는 공개채용은 폐지하지만 특별채용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연대는 “기존 관료사회의 문제를 이유로 공정한 시험을 없애고 모호한 기준으로 선발하는 개방형 특채를 확대하는 것은 반칙과 특권을 철폐하고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촛불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험생연대는 “지금까지 드러난 고위직 출신 관료의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제도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면, 구성원의 문제를 이유로 제도의 존폐를 논해야 한다면, 이미 국회는 여러 번 해산했어야 마땅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직의 관료적 폐쇄성과 특권,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인 인사 시스템은 선발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선발 이후의 문제라는 것이 수험생연대의 생각이다.
이들은 “기득권은 그대로 두고 이제 시작하는 청년들의 발목을 잡아 흔드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기성세대가 만든 과오를 왜 청년들에게 전가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수험생연대는 “수험생들이 좁은 골방에서 책을 벗 삼아 청춘을 보내는 이유는 맨손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이 땅의 청춘이 바라는 것은 부모의 배경이나 특권에 기대지 않고 정직하게 승부하고 그 결과에 승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수험생연대는 수험생들의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결성된 사법시험, 행정고시, 7·9급 공무원시험, 임용고시, 대학입시 등 광범위한 수험생 간 연대단체로 이달 중 노량진에서 출범식을 갖고 공식적인 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수험생연대 의장 안진섭(37)씨는 “돈과 학벌이 스펙인 사회에서 가난한 청년들이 맨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정치권의 계속된 헛발질을 보다 못한 공시생과 사시생, 행시생 등이 모임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 연대의 구체적인 모습이 잡혀가는 단계로 곧 출범식을 갖고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고 연대 결성의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