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대통령의 최후의 저항, 탄핵재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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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대통령의 최후의 저항, 탄핵재판 진행
  • 오시영
  • 승인 2017.02.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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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대한민국은 현재 대단히 비정상이다. 청와대의 책임자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인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항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한 압수 또는 수색은 책임자의 승낙을 받도록 되어 있다. 동조 제2항은 이 경우에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임자가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동법 제111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 본인 또는 그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원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는 압수하지 못하며, 이 경우에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는 그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ㆍ수색영장에 의한 압수ㆍ수색과 군사상 비밀 유지 사이의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절하기 위한 형사소송절차조항이라 할 수 있다.

최순실 특검팀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의 일부 시설을 압수ㆍ수색하려 하자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로 압수ㆍ수색 자체를 거부하며 출입을 불허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특별검사팀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한 공무집행방해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청와대의 책임자는 비서실장이나 경호실장이 아닌 대통령이므로 비서실장이나 경호실장이 승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은 대통령의 보조기관일 뿐 그 스스로 독립적인 행정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할 때 삼성전자의 책임자는 회장인 것이지, 비서실장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서실장이나 경호실장이 마치 자신이 청와대(군사비밀보호시설)의 책임자인 양 승낙 여부를 결정하여 특검팀에 제시한다는 것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식한 소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방관하는 특검팀이나 언론 또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되어 있는 현재로서는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자로서 이의 승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법률가로서 그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기에 특검팀의 황교안 총리에 대한 촉구 공문에 대해 황교안 총리는 이를 명백하게 거부하지 못한 채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 않는 부작위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교활한 법기술자의 형사소송법 호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거부사유인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의 지나친 확장 해석 역시 청와대(황교안 대통령직무대행)의 월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팀이 압수ㆍ수색코자 하는 대상은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방법들이다. 결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외교자료나 안보자료가 아니다. 비서실장 등의 거부논리대로 한다면 “최순실 게이트 관련 범죄사실들에 대한 증거방법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자료”에 해당한다는 해괴한 논리가 성립하게 된다. 다시 말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국가의 예산집행과 인사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에 그 범죄행위를 수사하겠다는데 그러한 훼손범법행위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에 해당되기 때문에 압수ㆍ수색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이보다 더 황당한 논리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이는 범죄행위를 또 다른 공무집행방해라는 범죄행위로 막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정당한 거부사유가 되지 못한다. 특검팀은 형사소송법 제117조에 의해 사법경찰관리의 보조를 통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ㆍ수색을 실시해야 한다. 동 조항은 압수ㆍ수색의 집행에 물리적 방해가 있을 경우 사법경찰관리의 보조를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상응한 수의 경찰관들의 보조를 받아 압수ㆍ수색을 실시하고 이를 방해하는 자들에 대하여는 현장에서 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체포하거나 퇴근 후 그들에 대해 법원의 체포영장을 받아서라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임기(3월13일) 만료 전에 사건을 종결할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측 변호인은 가급적 위 일자를 넘겨 심리가 계속될 수 있도록 각종 지연책을 강구하고 있다.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거나, 특단의 조치(예상되는 것으로 변론종결 임박하여 변호인단의 전원사퇴나 변론종결 후 박근혜 대통령 본인 법정 출석 약속과 함께 변론재개 요청 등) 등을 언급하고 있다. 신속성 못잖게 중요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헌재는 최대한 절차상 양보를 하고 있는 듯하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탄핵사건에 대하여 다섯 가지 쟁점으로 나누어 심리를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째, 세월호 7시간의 대통령 지휘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탄핵사유에 대한 “국민의 생명권 보호 위반 여부”, 둘째, 최순실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민주권위배 여부”, 셋째, 최순실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가정책 개입,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경질, 대기업 강제모금, 미르 및 케이 재단 설립 등과 관련된 “대통령의 권한 남용 여부”, 넷째, 세계일보 사장 해임과 관련된 “언론의 자유침해 여부”, 다섯째, 미르 및 케이 재단 설립모금,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삼성전자 등의 최순실 승마지원자금 등과 관련된 “뇌물죄 성립 여부 등 형사범죄 성립 여부” 등이다. 이후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추가되었고, 형사범죄 성립 여부가 헌법 위반으로 준비서면이 추가되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회의 청구취지(심판청구의 최종 달성 목적)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다.”이다. 소송법적으로 위 청구취지를 소송물이라 하는데, 소송물은 국회소추위원(원고)측이 헌법재판소에 요구하는 최종 결론(승소판결)이다. 그리고 위 다섯 가지 쟁점사항은 위 최종 결론을 이유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법률상 이를 청구원인이라 한다. 즉 청구원인은 청구취지(승소라는 최종 결론)을 이유 있게 하기 위한 “공격방법”에 해당된다. 헌법재판소로서는 위 다섯 가지 쟁점 사항 중 한 가지만이라도 사실로 밝혀지고, 그 밝혀진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의 탄핵사유(공무원으로서의 파면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탄핵결정을 할 수 있다. 그 경우 나머지 네 가지 사실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리나 판단을 하지 않아도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네 가지 사실은 청구취지(소송물)을 이유 있게 하기 위한 하나의 공격방법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미 한 가지 사실로 청구취지(탄핵 결정)가 증명되었다면 나머지 네 가지 사실이 없더라도 청구취지(탄핵 결론) 성립에는 지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탄핵을 기각하려면 다섯 가지 사실이 모두 없거나, 있더라도 파면 사유에 이르지 않는 경미한 사실에 불과하다는 점을 모두 판단하여야 한다.

순수한 형사사건의 경우, 예를 들어 다섯 명을 살해했다고 기소된 살인사건의 경우라면 피고인이 진짜로 다섯 명 모두를 살해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심리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섯 명을 죽인 사실은 개별적으로 유ㆍ무죄 여부가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두 명을 죽여도 사형이 선고될 수 있고, 세 명을 죽여도 사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하여 나머지 세 명 또는 두 명에 대한 살인 여부를 심리하지 않거나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 명의 살인 사건이 모두 소송물이기 때문이다. 즉 소송물이 다섯 개라면 다섯 개 모두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송물에 대한 판단 여부와 공격방법에 대한 판단 여부는 법리적으로 서로 다르다. 즉 탄핵 심판에 있어서는 소송물은 “탄핵 심판” 하나뿐이기 때문에 여러 공격방법 중 하나의 공격방법만을 인정하더라도 탄핵(파면)사유가 성립되면 탄핵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반대로 탄핵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려면 모든 공격방법을 심리판단하여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야 한다). 반면에 순수한 형사사건에서는 기소된 모든 범죄사실(소송물)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유죄 혹은 무죄를 각각 판단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월 22일까지 증인신문기일을 정하였다. 국회소추위원들은 2월 22일 이후에는 더 이상 증인 등 증거조사를 할 수 없어야 하며 최종 변론 후 3월 13일 이전에 선고될 수 있도록 일정이 조정되어야 한다며 국가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신속한 재판을 주장하고, 반면에 박 대통령측 변호인은 추가로 증인을 신청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대통령도 헌재에 직접 출석하여 최후 변론 등을 할 수 있도록 변론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3월 13일에 구속받아서는 안 된다며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 재판절차에서 신속성, 경제성, 공정성(적정성), 공평성 등 4대가치는 상호 충돌한다. 즉 전 두 가지 가치와 후 두 가지 가치는 동시에 실현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중요도에 따라 재판부에서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은 집중심리제도 또는 공판준비기일제도 및 즉시제출주의제도를 새로 도입함으로써 신속성과 경제성 쪽으로 무게추를 옮겨가는 추세에 있다. 민사강제절차에서도 배당요구종기일제도(법원이 정한 특정일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설령 채권자라고 하더라도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없도록 한 제도)를 도입하여 신속성을 담보하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속한 재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이 무르익었을 때 원고도 소송을 제기하여 신속하게 분쟁이 해결되도록 협조하여야 하고, 피고나 피고인측 역시 만연히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헌법재판소 재판절차에서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소송절차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물론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사건에서 특정 사건을 몇 년씩 책상에 넣어 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민사소송법 제204조 제1항은 판결은 기본이 되는 변론(최종변론을 의미한다)에 관여한 법관이 하도록 하여 직접주의(변론에 관여하여 판결의 결과 결정에 참여한 법관이 판결토록 하는 제도)를 원칙으로 하는 한편, 동법 제208조 제4항은 “법관이 판결서에 서명날인함에 지장이 있는 때에는 다른 법관이 판결에 그 사유를 적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하여 위 직접주의의 예외(예를 들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최종 변론에 참가하여 탄핵여부를 3월 13일 이전에 결정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였다면 3월 13일 이후에 탄핵 선고를 할 경우 판결문에 서명날인을 할 수 없으므로 다른 재판관이 그 사유를 적고 대신 서명날인해도 된다는 의미이다)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3월 13일 이전에 최종 변론과 평결(탄핵 여부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선고기일은 그보다 늦더라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은 탄핵심판에 적용되고 있다.

까닭에 박 대통령 변호인측은 어떻게든 재판관들의 내부 평결이 3월 13일 이전에 이루어질 수 없도록 각종 지연책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앞서 보았듯이 다섯 가지 쟁점 중 하나만 인정되더라도 탄핵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고, 현재까지 조사된 증거자료들에 의하면 충분히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다만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피소추인측의 의견을 들어주고 있는듯하지만, 이러한 만연한 지연이 오히려 국정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으므로 재판관들은 신중한 절차진행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장 임명절차와 관련하여 헌법재판관 중 헌법재판소장이 임명될 경우 그 임기는 새로이 6년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법원장의 예를 따르도록 되어 있는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대법원장은 대법관 중에서 임명되더라도 다시 임기가 6년간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한철 재판소장은 2011년 2월 1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후 2013년 4월 12일 재판소장으로 다시 지위가 바뀌어 임명되었다. 그렇다면 그의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임기는 2019년 4월 11일까지라고 할 것인데,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쪽을 택하여 2017년 1월 31일 돌연 퇴임하고 말았다. 어찌 보면 멋있어 보이지만,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될 때 다시 국회특별인사청문회를 거쳤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롭게 임명되었다면 그 임명일로부터 6년간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이를 주장하지 않고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일자를 기산일로 잡아 물러나 버린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장은 그 법적 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해 준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핵이라는 뼈아픈 비수를 꽂을 수 없다는 심정에서 도중에 그만 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혹여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메모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에서 발견된 통합진보당해산사태에 대한 결과 및 선고 일자 등에 헌법재판소와 사전 연락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 뉘앙스 있는 기록 등이 그의 조기 퇴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마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도 하다.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시계가 급속히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남은 31일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카오스의 대한민국이 질서 있는 나라로 하루 빨리 회복되기를 우리 모두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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