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71)- 수의(囚衣) 입은 법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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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71)- 수의(囚衣) 입은 법조인
  • 신종범
  • 승인 2017.02.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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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어떤 옷들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을 규정한다. 군복을 입으면 없었던, 국가에 대한 충성도 생겨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행동도 절도있게 된다. 사람들도 군복을 입은 군인을 보면 믿음과 대견함을 느낀다. 법정에서 법복을 입은 판사나 검사는 부여된 권한의 엄중함을 느끼게 되고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재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법복을 입은 판, 검사의 모습에 사법적 권위와 위엄을 느낀다. 수의(囚衣)는 죄수들이 입는 옷이다. 형이 확정된 수형자 뿐만 아니라 구속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들도 수의를 입는다. 수의를 입으면 형의 확정 유무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로 느끼게 된다. 수의를 입은 당사자도 심적으로 불안해지고, 머리를 숙이는 등 행동도 위축된다. 우리는 요즘 불과 얼마전까지 청와대와 정부에서 고위직에 계셨던 분들의 수의 입은 모습을 자주 접한다. 권위와 권세를 한껏 풍겼던 모습은 사라지고, 수의를 입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일반 범죄자와 다를바 없다. 아니 오히려 비굴함이 더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수의의 본연의 역할(?)과 달리 수의를 입은 모습이 당당하고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 사람들이 있다.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실체를 보도한 JTBC 손석희 사장. 그는 25년 전 MBC에서 노조집행부로서 공영방송을 위해 투쟁을 하다 구속된 적이 있었다. 당시 사진 속 그는 파란색 수의를 입고, 수갑과 포승줄에 묶여있지만 얼굴은 한 없이 자유로운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권력이 법을 도구로 몸은 가뒀지만, 영혼은 더욱 자유로워 보인다. 파란색 수의는 이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수감생활을 하여야만 했던 많은 양심수들이 수의를 입고 있는 모습은 한결 같이 신념에 차 있고 당당해 보인다. 개인의 이익의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와 약자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은 비록 권력에 의해 실정법 위반으로 구금이 되더라도 범죄자의 모습이 아닌 의인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법조인은 누가 수의를 입게 될 것인지 판단하거나 그러한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직접 수의를 입게 되는 법조인이 있다. 예전에 수의를 입은 법조인들은 대부분 손석희 사장처럼 그 모습이 신념에 차고 당당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독재정권 시절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인권운동으로 수의를 입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 등이 대표적인 법조인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법조인으로서 편안한 삶을 뒤로 하고 민주주의라는 공동체적 가치와 인권 및 약자를 위해 싸웠던 많은 법조인들은 비록 실정법 위반이란 명목으로 수의를 입게 되더라도 법조인의 정의감으로 당당할 수 있었다. 그럼, 최근에 수의를 입게 된 법조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작년 하반기부터 수의를 입은 법조인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모 화장품 회사 대표의 변론 관련하여 전직 검사장, 전직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연이어 수의를 입더니 스폰서 친구를 둔 현직 부장판사마저 그 대열에 합류했다. 모두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범죄가 인정되었다. 그리고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에 의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고, 그것을 주도한 사람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음이 밝혀졌다. 한명은 법무부장관을 지냈고, 또 다른 한명은 국내 최고의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소위 너무나 잘 나갔던 법조인들이다. 이들은 국가권력을 이용해 문화계 인사들을 낙인 찍고 불이익을 주기 위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 범죄 혐의를 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사익을 취하기 위해 사법제도 근간을 흔든 법조인들이 수의를 입은 모습은 참으로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권력을 남용해 헌법질서의 근간을 흔들어 수감된 법조인들은 수의가 아닌 다른 옷으로 바꿔 입고 수사기관에 출석했다. 그들은 애써 수갑찬 모습을 감추려 했지만, 감추어진 것은 수갑이 아니라 법조인으로서의 양심과 정의감이었다. 수의를 입은 모습이 부끄러울 뿐인 법조인들이 늘어난 것은 우리 사회가 고위층의 비리와 권력의 남용을 심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권력이 집중되고 제대로 견제되고 있지 않음과 함께 법조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윤리와 사명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얼마 전 변호사시험이 끝났고, 또 새로운 법조인이 나올 것이다. 급작스런 변호사의 수 증가로 인하여 당장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느냐가 고민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법조인으로 삶을 살 것인지 한번 쯤은 깊이 있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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